루타테라 해외원정 치료 트라우마 "다시 한국 올 수 있을지 두려워"

4월 복지부·심평원 추가 치료안 논의 IRB 위원회 승인 제출하면 검토 답변 진 회장 "현지 치료 과정 사망 사례 있어"

2024-05-13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신경내분비종양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루타테라(루테튬 옥소도트레오타이드)를 쓰기 위해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나는 환자들이 적잖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응급조치가 가능한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치료 전후로 발생하는 부작용 등에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10일 팜뉴스 취재 결과,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치료 횟수가 제한되는 루타테라를 사용하기 위해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나는 환자 중 실제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도중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치료 횟수 제한을 시급히 넓혀야 한다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회원(자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루타테라는 전 세계 최초로 위장관, 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치료(GEP-NET)에 승인된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adioligand therapy, RLT)로 암세포 표면에 있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omatostatin receptor, SSTR)에 결합해 표적 암세포를 죽이는 기전이다.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신경세포 또는 호르몬 생산 세포와 유사한 신경내분비세포에 종양이 생긴 것으로,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발생 가능하지만 위장관과 췌장이 발병 위치의 7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2020년 7월 허가가 이뤄지면서 전격적인 처방이 가능해졌고 2022년 3월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이뤄지면서 치료 접근성이 개선됐다. 하지만 치료 가능 횟수를 연간 총 6회(급여 4회+환자본인부담 100% 추가 2회)로 제한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국내 허가 근거가 된 임상연구 'NETTER-1'에서 루타테라 1사이클 치료가 4회 투여로 설계된 것을 따랐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환자마다 투약 반응이 다르는 점을 인정해 기본적으로 4회 투약 이후 추가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큰 차이점이다.

진미향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회장은 팜뉴스에 "방사성의약품은 환자마다 치료 반응이 다르고 완치는 드물긴 해도, 대부분 환자는 종양이 진행하는 걸 멈추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어떤 환자는 2년, 또 다른 환자는 5년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연말부터 국내에서도 루타테라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이때 치료한 환자들에서 종양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는 지난 3월 초부터 2주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쳐 왔고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움직였다.

올해 4월 4일 복지부와 심평원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를 만나 루타테라 치료 횟수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4월 4일 복지부와 심평원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를 만나 루타테라 치료 횟수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자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환자단체는 6회를 초과한 환자에서 추가 치료 시 생존기간 헤택을 확인한 외국 문헌을 제시하며 "의사 소견을 바탕으로 허가범위를 초과한 추가 치료에도 이익이 크다고 예상되는 환자는 횟수와 관계없이 국내에서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복지부와 심평원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지정 요양기관에서 허가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평원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문제를 풀어 보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게 환자단체 이야기다.

진 회장은 "현재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 세브란스병원, 원자력병원에서 루타테라를 사용하고 있고 IRB를 열어 자체 심사를 했다"며 "한 병원의 의료진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각 병원 IRB를 통과한 승인신청서를 심평원에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해외 치료 자체가 서럽고, 낯설고 두렵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은 지금 당장 본인부담이라도 좋으니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라도 치료받으며 투병에 전념하고 싶은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원정 치료에 트라우마가 굉장히 많다고 했다. 환자 중에 외국 치료를 받다 현지에서 사망하거나 그 이후 귀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음에도 즉시 조치가 되지 않아 죽게 되는 경우가 있었서다.

진 회장은 "보통 1~2일 병원에서 지내며 치료를 받게 되는데 어떤 환자는 수혈을 받거나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을 지켜보며 조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전 환우회장은 치료 이후 해외 현지 병원에서 한국에 도착하면 바로 수혈을 받으라고 했는데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서 돌아가셨다"며 "원인이야 다른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치료 이후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그런 건가 하는 두려움을 다른 환자들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퇴원 이후라도 이상반응이 생겼다면 수혈 등 치료에 얼마든지 대처 가능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런 문제를 즉각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진 회장은 "해외 치료를 받을 경우 내가 이 비행기를 타고 다시 되돌아와서 집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환자들이 많이 한다"며 "치료를 받고 바로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최소한 하루는 꼬박 걸리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고, 그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