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 임핀지에 키트루다까지 면역항암 시대 열린다
치료 옵션 제한적, 새 면역항암제 의미 커 국내 의료진·환자에게 새로운 희망 안겨
[팜뉴스=김민건 기자] 지난 2023년 3월 항 PD-L1 임핀지(더발루맙)가 면역항암제 처음으로 담도암(담즙이 배출되는 통로인 담관·담낭에 발생하는 암종) 적응증을 받았다. 표준항암요법에 임핀지를 병용해 글로벌 표준치료를 바꿔버린 큰 사건이었다.
오도연 서울대병원 교수가 이 연구(TOPAZ-1)를 이끌었다. 그리고 약 1년 만에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담도암 치료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에서도 담도암 면역항암 치료가 본격화했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술 불가한 국소 진행성이거나 전이성인 담도암 1차 치료에서 젬시타빈(gemcitabine)+시스플라틴(cisplatin)과 병용요법으로 키트루다 사용을 승인했다.
키트루다의 이번 적응증 확대는 전세계 18세 이상 환자 1069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과 대조군에 항암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단독 투여군을 비교 평가한 임상 연구 KEYNOTE-966 결과를 근거로 했다.
이 연구에서 키트루다+젬시스 병용요법군은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25.6개월 시점에서 항암화학요법군 대비 사망 위험을 17% 줄였으며,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12.7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 10.9개월 대비 1.8개월 개선을 확인했다.
1년 시점에서 추정하는 전체생존율은 키트루다 병용군 52%, 항암화학요법군 44%로 8%p의 차이를 나타냈다. 2년 시점에서 전체생존율 또한 키트루다 병용군 25%, 항암화학요법군 18%로 7%p의 격차가 있었다.
해당 데이터를 통해 젬시스 병용에 키트루다를 더할 경우 수술 불가하거나 전이성인 담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특히, 재발율이 60~70%에 달하며 전이가 많은 공격적인 특성을 보이는 담도암에서 이같은 치료 효과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담도암은 간에서 만든 담즙을 배출하는 통로 담관,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에서 발생한다. 위치에 따라 절제 수술 여부가 달라지지만 조기 진단과 검진이 어렵다. 질환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수술 불가한 경우가 많은 이유다. 결국 전이성 담도암 치료는 세포독성항암요법을 해야 함에도 잘 알려진 질환이 아니다보니 치료제 개발에 진전이 없었다.
2000년대 초 1차 치료에 5-FU 제제를 6개월 처방하거나 시스플라틴을 병용하는 요법이 글로벌 표준치료로 사용됐고 그 이후 영국에서 ABC-02라는 연구에서 젬시타빈을 추가하며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GP병합요법, 젬시스)이 표준치료로 자리잡았다.
젬시스 병용 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11.7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8개월을 기록, 젬시타빈 단독 투여 시 보인 전체생존기간 중앙값(8.1개월)과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5개월)과 통계적 차이가 있었다.
젬시스에 신체 면역 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항암제를 최초로 사용한 요법이 임핀지+젬시스 병용이다.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20% 줄였고, 임상 2년 시점에서 2배 이상 높은 전체생존율을 확인했다. 아시아 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 등 개선 효과가 더 큰 것이 확인되면서 10여년 넘게 대안이 없던 담도암 1차 치료에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
여기에 수술 불가하며, 예후가 불량한 전이성 담도암에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환자와 의료진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줄 수 있다. 이민희 한국MSD 항암제사업부 전무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전이성 담도암에서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줄 수 있는 것은 뜻깊다"고 말했다.
담도암도 본격적인 면역항암제 시대가 열렸다. 키트루다 허가는 생존율 개선이라는 의미를 넘어 암 환자와 가족들이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의료진 치료 방향 결정, KEYNOTE-966 연구의 부작용·생존데이터는?
KEYNOTE-966 연구 지표는 국내 의료진이 치료 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키트루다 병용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6.5개월이며 항암화학요법 단독 투여는 5.6개월로 0.9개월 차이가 났다.
0.9개월은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담도암처럼 전이가 빠르고 재발이 잦은 암종에서는 이러한 무진행생존기간 값 차이가 중요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실제 6개월 시점 무진행생존율을 보면 키트루다 병용군은 52%, 항암화학요법 단독군은 46%, 1년 시점에는 각각 25%, 20%로 6%p, 5%p 차이가 난다.
키트루다 병용이 담도암 진행을 늦추는데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는 데이터다.
2차 평가변수인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 에서도 키트루다 병용군은 9.7개월, 항암화학요법 단독군은 6.9개월이었다. 반응지속기간은 항암제가 암세포 크기를 감소시킨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보여준다. 치료 효과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키트루다 병용 반응이 2.8개월 더 길었다는 점에서 면역항암제 사용에 중요한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
다만, 부작용 관련해서는 3~4등급 발생 환자는 키트루다 병용군 70%, 항암화학요법 단독군 69%로 큰 차이가 없었다. 키트루다 병용군인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큰 부작용이 없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항암화학요법 단독군과 비교해 부작용이 큰 폭으로 적게 발생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아울러 담도암에서 키트루다의 생존기간 개선 혜택도 추가적으로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KEYNOTE-966 연구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의 4분의 1 이상이 2년 이상 생존했다.
즉 해당 환자군의 25%가 2년 이상 생존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여전히 많은 환자가 2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장기 추적관찰을 통해 지켜볼 필요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