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분업4년 약국환경변화 지표
의약계 빈익부 부익빈 가시화
2005-03-27 취재팀
지난 2000년 7월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일선 약국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오는 7월이면 분업시행 5년째를 맞이한다. 가장 큰 변화는 약국경영 형태다. 처방전 중심으로 약국 위치를 옮겨 다니면서 의사와의 관계가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는 처방전이 있어야만 약국에서 약을 조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의 본래 취지대로 약국은 임의조제가 금지됨에 따라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서만 약을 조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분업시행 1-2년간은 처방전의 상당량을 독식하던 종합병원급 앞이나 인근에 위치한 문전약국들도 분업이 정착될수록 이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클리닉빌딩이나 종합병원 주변 약국 임대료는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여기에다 일반약 시장은 계속 바닥을 치고 있어 그야말로 개설약사들이 현상유지를 위해서는 철저한 경영전문가가 돼야하는 상황이 됐다.
의원에 끌려 다니는 약국
약국은 처방전 수용을 위해 의약분업 초기 일대 혼란을 겪었다. 의약분업 출발을 반대했던 의사들이 어떤 약을 처방할지 몰라 의약품을 구비하는데 어려움이 겪었으며 처방전 수용을 위해 약국 위치를 의원 중심으로 이동했다.
약국은 처방전이 없으면 약국을 경영할 수 없게 되었으며 처방전 수용이 어려운 동네약국들은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의약분업이 되면 약국의 1/3이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우고 의약분업 초기에 주춤하던 약국의 수가 해가 거듭할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의원의 증가와도 맞물려 있어 처방전만 있으면 약국경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클리닉 건문의 약국이나 병원, 의원 근처의 약국은 처방전 100건당 권리금이 1억이 될 정도로 처방전 수용을 위한 약국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원이 있으면 반드시 약국이 들어서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
이런 약국의 입지로 인해 약사들은 일단 의원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약국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원이 폐업을 하면 약국도 따라 폐업하게 되고 의원의 환자수가 줄면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수도 줄게 되는 공생관계에 놓이게 됐다.
또한 의약분업 후 약국가의 가장 골칫거리인 재고의약품 문제도 의원들의 처방경향에 따른 것으로 의원들이 잦은 처방약 변경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약국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제약사를 상대로 한 반품 요구뿐이 없는 상황이다. 의원이 처방약을 변경하면 그에 맞춰 약국은 약을 구비해야하고 먼저 구입한 약은 재고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약사 위 군림한 의사
‘의사는 진료, 약은 약사’라는 아주 상식적인 애기로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국민건강에 기여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상식은 의약분업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론이다. 약사들이 처방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일부 약사들은 기본적인 자존심도 버리고 오로지 처방전만 확보할 수 있으면 의사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는 굴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일례도 자신의 약국에 처방전을 밀어주는 의사에게 매월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했는데 법적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의사에게 돈을 빌린 것처럼 한 후 매월 정기적으로 수백원씩 제공하고 있다. 클리닉센터에 입점한 한 약국은 센터 내 8개 의원 중 처방전 발행이 많은 4개 의원에서 각각 2억원씩 차용한 것으로 하고 매월 1인당 5백만원씩 총 2천만원을 제공했다고 한다.
또 다른 약국은 같은 건물 내 입점한 의료기관의 임대료를 대신 내주고 정기적으로 골프접대 등 의사의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들어주면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
이같이 일부 약사들이 처방전에 의존한다는 것을 파악한 빌딩 임대업자들은 아예 의원들의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약국이 대신 내면 약국자리를 제공하겠다며 약사들에게 접근해 오고 있다.
약사 위상 오히려 추락
이런 처방약 중심의 약국경영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일단 의원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원들의 환자가 줄어들고 있어 약국의 처방전 수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지난 4년간 개국가가 처방전 수용 중심의 경영으로 인해 이제 약사들은 처방전 조제 외에는 약사들이 할 수 있는 영역들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문제해결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약사들은 무관심한 실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약국의 일반의약품이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약을 살 수 없다고 인식했던 의약분업 초보다는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환자들은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약사들의 일반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판매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