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신수희 전 노바티스 대표와 초고가 항암제 킴리아 '얄궂은 만남'

2024-01-08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한국로슈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클러스터 총괄 리드 신수희입니다. 현재 목표는 최대한 룬수미오(모수네투주맙)·컬럼비(글로피타맙) 급여를 앞당기는 것입니다."

2022년까지 한국노바티스 항암제 사업부 대표로 근무했던 신 리드는 3일 오전 10시 서울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룬수미오·컬럼비 국내 허가 기자간담회에 등장해 두 신약의 급여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24년 1월 3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룬수미오, 컬럼비 국내 허가 기자간담회에서 신수희 한국로슈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총괄 리드

룬수미오와 컬럼비는 신 총괄 리드가 노바티스 항암제 사업부 대표로 재직 당시 국내 허가와 급여를 이끌었던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와 타겟 환자군이 충돌한다.

항암제 사업부 대표로 키웠지만 떠나보내야 했던 혁신신약 킴리아, 총괄 리드로서 새로 성장시켜야 할 룬수미오·컬럼비가 국내 시장에서 적으로 만난다. 누구보다 킴리아를 잘 아는 사람이, 킴리아와 경쟁하는 입장에 섰다.  '얄궂은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신 총괄 리드는 "룬수미오와 컬럼비는 림프종 최초 이중특이항체로 주목받고 있다"며 "국내 1호 GIFT 의약품인 룬수미오는 작년 11월 재발성·불응성 소포성 림프종(FL) 성인 3차 치료제, 컬러비는 작년 12월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성인 3차치료제로 혈액암 치료 접근성과 생존율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두 치료제는 국내 급여를 받아야 한다. 신 리드는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신 총괄 리드가 한국로슈에 온 것은 2023년 2월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클러스터 총괄을 맡으면서다. 커머셜 전략 수립 역할이다. 이보다 앞선 2018년 한국노바티스 항암제 사업부 혈액암 비즈니스 프랜차이즈 헤드를 했고 2019년 항암제 사업부 대표가 됐다. 여기서 혁신신약 항암제 허가와 급여 등재를 경험했다. 그리고 2022년 7월 노바티스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신 리드의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를 꼽으라면 킴리아가 포함된다. 

지난 2021년 3월 한국노바티스는 '세계 최초 1인 맞춤형 CAR-T 치료제' 킴리아 국내 허가를 받았다. 고가 항암제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킴리아는 1회 투약에 약 5억원이 소요돼 '초고가 신약'으로 불리며 많은 이슈를 뿌렸다.

킴리아는 가격 만큼 효과도 매우 뛰어났다. 표준 1·2차치료제에 불응한 DLBCL 환자의 생존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지만 단 한 번 맞는 '원샷(One-shot) 치료제' 킴리아 등장으로 생존율을 60%까지 높이고, 완전관해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킴리아는 JULIET 연구에서 투여 3개월 만에 전체반응률(ORR) 53%와 완전관해(CR) 39.1%를 달성할 만큼 높은 치료 성과를 냈다.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만큼 고가약 문제가 업계를 벗어나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계기였다. 당시 킴리아 허가 간담회에서 신 리드(당시 노바티스 항암제 사업부 대표)는 "혁신적인 CAR-T 치료제인 킴리아가 국내 재발성∙불응성 DLBCL, pALL 환자에게 쓰일 수 있게 돼 매우 고무적이다. 도입 후 가능한 빠르게 CAR-T 치료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2년 4월 한국노바티스 킴리아 국내 허가 기자간담회에서 신수희 당시 항암제 사업부 대표

하지만 높은 약가가 걸림돌이었다. 원샷 유전자치료제가 급여권에 진입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생존기간 6개월에 불과한 질환에서 급여를 받는데 꼬박 1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관련 환우회가 노바티스를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노바티스는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를 이용하고, 추가 재정을 분담하는 등 조건을 제시하며 2022년 4월 급여 기준 설정에 성공했다.

킴리아 급여 등재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 1회 투약으로 항암 치료가 끝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을 뿐 아니라, 국내 첨단재생바이오법 1호이자 유전자치료제 사상 처음으로 급여권에 진입했다. 특히 후발 고가 치료제가 어떻게 신속히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는지 실질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신 리드는 "킴리아 보험 적용을 애타게 기다려 준 환자에게 희망의 소식을 전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바티스와 동행은 여기까지였다.

킴리아 급여가 이뤄진 2022년 4월, 한국노바티스는 항암제사업부(당시 신수희 대표)와 전문의약품사업부(유병재 대표)로 나뉘어 있었다. 영업과 마케팅, 대관, 허가, 약가 등 부서가 각기 구성돼 운영돼 사실상 2인 대표 체제였다.

한국노바티스는 글로벌 노바티스 조직 개편으로 사업부를 통합해야 했고, 7월 통합법인에 현 한국노바티스 유병재 대표가 선임됐다. 2018년 노바티스에 입사한 신 리드는 4년 만에 사직서를 내고 떠났다. 

이듬해 2월 신 리드가 최근 이중항체 기전으로 신약을 쏟아내고 있는 로슈로 돌아오면서 킴리아와 경쟁을 맞이하게 됐다. 올해 한국로슈는 룬수미오, 컬럼비를 비롯해 폴라이비(폴라투주맙 베도틴)까지 혈액암 영역에서 급여 등재 해야 할 제품이 적잖다.

신 총괄 리드는 지난해 바비스모, 에브리스디 등 한국로슈에서 여러 제품 심포지엄을 통해 대외 활동을 이어왔다. 언론 앞에 나선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가 맡았던 제품도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간담회가 인상적인 이유는 신 리드가 맡았던 킴리아가 그만큼 상징적인 약제이기 때문이다.

신 리드는 노바티스에서 킴리아 같은 혁신신약 허가와 급여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 자신이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로슈 항암제 제품군을 이끌고, 경쟁해야 한다.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