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심부전 치료에 새로운 보조엔진, 베르쿠보 급여화로 커진 의료현장 기대감
기존 표준치료제 사용에도 반복적인 입원으로 사망 위험 높여 새로운 기전으로 사망 또는 심부전 입원 위험 10% 감소
[팜뉴스=김민건 기자] 사망률과 입원율 모두 높아 기존 치료제로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던 만성심부전에 새로운 보조 엔진이 등장했다.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베르쿠보(베르쿠시앗)를 의료 현장에서 주목하는 이유다.
16일 많은 심부전 약제가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좌심실 수축 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 환자 중 좌심실 박출률(Left Ventricular Ejection Fraction, LVEF) 45% 미만 환자에서 사망 위험도가 여전하다.
2020년 기준 국내 심부전 환자는 약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유병률은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의료 현장의 분석이다.
심부전 환자는 선행 질환이 많아 고혈압, 당뇨, 만성콩팥병 등이 심부전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이어서다.
더구나 고령층에서 심부전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점점 유병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기존 환자까지 많아지면서 높은 유병률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사망률이 높은 중증 심부전을 좀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심부전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인 심방세동도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당연히 심부전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큰 문제가 될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부전 환자의 첫 입원 시 생존 기간은 2.6년이며 두 번째는 1.8년, 세 번째는 1.5년으로 사망 위험이 점점 높아진다.
하지만 입원을 반복하는 고위험군 중증 환자에서 치료제 선택은 제한적이다. 그간 만성심부전 표준치료에는 ACE 억제제, 레닌-안지오텐신계 차단제, 사쿠비트릴(네프릴리신 억제제)/발사르탄(베타차단제) 계열, 알도스테론 길항제, SGLT-2 억제제 등을 병용했다.
기존 치료제들을 사용했음에도 심부전 환자 2명 중 1명은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할 정도로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반복된 입원으로 의료비 부담은 물론 사망과 입원율이 늘어나고 있다.
중증 만성 심부전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올해 9월 1일부터 바이엘 코리아의 베르쿠보에 급여가 적용되면서 그 역할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좌심실 수축 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 환자 중 좌심실 박출률 45% 미만인 환자로 4주 이상 표준치료를 받았음에도 다른 심부전 표준치료제와 병용 시 베르쿠보 급여가 인정된다.
상세한 조건은 ▲6개월 이내 심부전으로 입원 또는 3개월 이내 심부전 악화로 외래에서 정맥 내 이뇨제 투여 시 ▲동리듬(sinus rhythm)인 경우 BNP≥300 pg/ml 또는 NT-pro BNP≥1000 pg/ml, 심방세동은 BNP≥500 pg/ml 또는 NT-proBNP≥1600 pg/ml인 경우다.
▶새로운 기전으로 입원 위험 10% 줄여, 임상 조기 중단할 만큼 결과 훌륭
심부전은 산화질소(nitric oxide, NO) 합성 저하 또는 그 수용체인 수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Soluble Guanylate Cyclase, sGC) 활성 저하와 연관 있다.
이러한 기전으로 심부전이 발생하면 혈관 내피 기능 장애로 산화질소의 생체 이용도가 감소하며, 이로 인해 sGC 결핍이 나타나 cGMP 합성이 줄어들며 cGMP 결핍은 심근과 혈관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 심부전 치료에서 수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sGC) 자극제로 처음 승인된 의약품이 베르쿠보다. 베르쿠보는 산화질소에 비의존적인 상승 작용으로 sGC를 직접 자극해 심장 수축과 혈관 긴장도, 심장 재형성 등을 조절하는 세포 내 고리형 일인산 구아노신(cGMP) 수치를 증가시켜 심근과 혈관 기능을 개선한다.
새로운 기전을 통해 심부전 악화로 입원을 반복하는 고위험군에게 표준치료와 병용 시 개선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베르쿠보 허가 근거 연구인 VICTORIA 임상은 만성 좌심실 박출률 저하 심부전 2~4등급으로, 심부전 악화 후 좌심실 박출률이 45% 미만인 성인 환자 5050명을 대상으로 했다.
참여 환자 중 3제 요법을 받은 경우는 59.7%, 만성 좌심실 박출률 저하 심부전 3·4 등급 중증은 41%, 사구체여과율(eGFR)이 30ml/min/1.73m2 이하인 환자는 약 10.2%였다.
1차 주요 평가 변수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까지 걸리는 시간이었고 추적관찰 기간 중앙값은 10.8개월이었다.
연구 결과, 베르쿠보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 위험성을 약 10% 감소시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김응주 고려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0% 감소 효과가 적어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SGLT-2억제제 등과 비교해서 모자르지 않는 수치다. 결코 위험 감소 효과가 적지 않다. 임상 결과가 좋아 중간에 연구를 중단했으며 그래서 추적관찰 기간이 길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연구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및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 발생률에서 베르쿠보 투여군은 100인년(100patient year) 당 35.9건이었던 반면 위약군은 40.1건 대비 연간 절대위험을 감소시켰다.
재입원을 포함한 전체 입원 위험 또한 베르쿠보 투여군은 100인년당 38.3건, 위약군은 42.4건으로 베르쿠보가 전체 심부전 입원 위험을 상대적으로 약 9% 줄였다.
안전성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우려가 없었다. 베르쿠보 투여군과 위약군 간에 전반적인 이상반응 발생 비율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중대한 이상반응(Serious adverse)은 베르쿠보 투여군에서 32.8%, 위약군에서 34.8%가 확인됐다.
한편, 베르쿠보는 VICTORIA 3상을 근거로 2021년 11월 미국FDA 허가를 받았으며 뒤를 이어 일본, 유럽에서도 판매 승인이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2021년 11월 30일 식약처 허가를 받아 다른 심부전 치료제와 병용으로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 감소 목적으로 처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