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국감] 일당백 '강선우', 오유경 식약처 향한 '팩트 폭격'
끝까지 추적 자료 확보, 데이터 기반 팩트 질의로 '국감 스타' 등극 '유아인' '오유경' 성과? 결코 아냐, 의료기관 수사 결과 파악 '등한시'
[팜뉴스 특별취재팀=최선재·김응민 기자] 22대 식약처 국정감사의 주인공은 초선 의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강선우 의원은 치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약처의 마약류 부실 관리의 민낯을 들췄다. 오 처장이 반론을 하면 재반론을 펼쳤고 변명을 해도 명확한 팩트로 변명을 봉쇄했다. 팜뉴스가 강 의원의 생생한 현장 질의 모습을 공개한다.
# 집요한 자료 추궁 '폭로'를 이끌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의 창끝은 매서웠다. 강 의원은 먼저 마약류 오남용 기획 감시 자료를 식약처에 요구했지만 식약처 실무자들이 "처장님께 불똥을 튀기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단 이유로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식약처가 해당 자료를 받기 위해 국정원을 내세우면서 비밀 취급 인가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국감장에서 이를 근거로 "마약류 오남용 기획 감시 명단이 국가 안보랑 어떤 상관이 있는가"라고 격노했다.
분노에 '논리'가 없는 것만큼 허망한 것은 없다. 국감장에 늘상 화가 가득한 의원들이 즐비한 이유다.
하지만 강 의원은 '팩트' 자체였다. 팩트를 바탕으로 식약처가 자료 제출을 끝까지 거부하면서 의원실 측에 '거래'를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강 의원은 "저희가 계속 요구하니까 정책 질의서 두 건에 대해 의원실 것을 작성해주겠다면서 식약처가 거래를 요구했다"며 "저희는 거부했다. 지금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오 처장은 "의원이 요청한 자료를 직원들이 제출했다"고 짧게 대답했다. "국정원을 내세운 것이 아니다", "거래를 요구하지 않았다"라는 해명조차 하지 못했다.
# 알짜 데이터 제시, 연이은 '팩트 폭격'
강 의원은 분노를 잠시 뒤로 미루고 알짜 데이터를 제시했다.
강 의원은 "식약처에서 자부해온 마약류 의약품 기획 감시의 실효성이 매우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해당 자료는 최근 5년간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기획 감시 대상 중 경찰 수사 대상 의료기관 269곳 명단이다 이중 143곳, 즉 44%가 무혐의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번 이상 수사 의뢰된 16곳 중 11곳은 경찰이 무혐의 처리하거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며 "그 이후 식약처가 다시 수사를 의뢰했어도 의료기관들은 별다른 처벌 없이 운영 중이다.수사 의뢰만 하고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기획감시가 무조건 잡아들이고 숫자 올리기 급급했는데 처장의 의견이 어떤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순간 오 처장의 표정이 굳었다. 오 처장은 결국 "수사 의뢰한 것들에 대한 후속 조치가 좀 더 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청과 정보공유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기 때문에 올해 연말부터라도 더욱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 "세간에 오유경이 유아인을 잡았다고?"
강 의원은 색다른 키워드도 꺼냈다. 바로 유명 연예인 '유아인'이었다. 강 의원은 "지난 2월 오 처장은 식약처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의 정교함을 언급하면서 프로포폴 과다 처방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직접 '세간에서 오유경이 유아인을 잡았다고 하는데 제가 잡은 것은 유아인이 아닌 엄홍식이라는 사람이었다'고 발언했다.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오 처장이 "네"라고 대답한 순간, 강 의원은 "세간에서 오유경이 유아인을 잡았다고 누가 그러던가"라고 했다.
오 처장은 당황한 듯, 약 5초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세간을 특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51명을 서울지방경찰청에 넘겼는데 그중에 엄홍식이란 사람이 있었고 유아인(엄홍식)을 잡았다고 굉장히 우쭐해하면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 실상은 달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수사를 의뢰한 의료기관의 형사 처벌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식약처는 평소 경찰이 수사 의뢰 결과를 알려주지 않아서 일일이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답변했지만 저희가 식약처에서 의원실에 제출한 수사 결과와 경찰이 직접 확인한 결과가 달랐다"고 반문했다.
강 의원은 "충남 보령에 소재한 의료기관 수사 요청건에 대해 식약처는 불송치했다고 했지만 경찰에 직접 확인하니까 송치가 됐다. 도대체 어떻게 일하는 것인가"며 "해당 의료기관은 최근 5년간 93만건의 식욕억제제를 처방했다. 경찰청 마약범죄 수사 담당자는 통상적으로 고발인에게 결과를 통보해준다는데 식약처는 파악조차 안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 초선인데 '베테랑' 존재감...식약처 국감 빛낸 '강선우 관록'
강 의원은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그는 "매번 경찰청과 식약처의 MOU 얘기만 하시는데 상식적으로 처에서 수사 의뢰한 건에 대해서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정도는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유아인과 관련해서 대대적으로 '오유경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정작 의료기관들에 대한 수사 결과조차 파악하지 않았으면서 유명 연예인 수사 현황에 대해 따로 파악하고 성과를 홍보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오 처장은 결국 "수사 의뢰 이후 결과 통보는 이메일 또는 유선으로 받을 수 있는데 수사 건에 따라 어떤 것은 오래하거나 어떤 것은 짧다. 주기적으로 수사 결과를 점검하는 쪽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심지어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기획 감시에 따라 수사 의뢰된 국민들은 2021년에 18명에서 1년 사이 59명으로 4배 늘었다"며 "그중 20~30대 국민이 3분의 1 수준이다. 지금 홍보에 집중하실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숫자 많다. '우리 유아인 잡아들였어요'라고 홍보할 때가 아니다"며 "이는 국민 안전, 건강,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진정 책임을 지고 싶으시다면 성과 올리기에 급급하지 마시고 초심을 되찾아 기획 감시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강 의원은 20대 총선 비례대표 순번에 들었으나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와신상담 끝에 모두의 예상을 깨고 4년 뒤 총선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서울 강서구갑의 현역이었던 금태섭 의원을 당내 경선에서 꺾은 것이다.
총선에서도 강서갑에 네 번째로 도전한 구상찬 전 의원을 압도적 격차로 꺾었다. 초선이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인 셈이다. 대변인 직책을 연이어 맡으면서 '강선우만큼 논리가 확실한 사람이 없다"라는 평도 듣고 있다. 강 의원의 국감 질의 모습이 찰나의 우연이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