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 수십회 이긴 '친정엄마' 곽점순 회장 "5년만 달랬는데 이뤘으니 평생 봉사해야지"

입맛 돌린 한상차림, 그거면 됐어 바라던 대로 살았으니, 환자 위해 살 것 돈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는 환경 바꿔야 페스코 환자 문의 많아, 급여되면 모두 반길 것

2023-08-03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103길 12. 삼성중앙역과 삼성역 대로변 사이, 나즈막한 오르막을 따라 한번 두번 골목길을 꺾으면 국내 유일 유방암 환우 단체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있다. 

유방암 치료가 그렇다. 오르락내리락,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가 싶으면 한 번 더 꺾는다. 길이 있는 듯 아닌 듯, 들어갈수록 더 깊은 골목이다.

유방암 치료 어딘가에서 헤매는 환우들이 상처받지 않고, 함께 어울리며 길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이가 있다. 지난 10년간 환자 권익과 권리 보호 활동으로 유방암 안내자를 자처하는 곽점순 한유총회 회장이다.

곽 회장은 2012년 고대안암병원 환우회 회장 시절 전국 대학병원 환자 모임과 함께 한유총을 창립했다. 87명으로 시작한 이래 2016년 보건복지부 비영리단체 정식 허가까지 한유총을 찾은 환자들의 상처를 보듬었다. 현재 회원은 3000명에 이르며 1300명이 활발한 활동을 한다.

곽 회장이 봉사하는 이유는 따로 없다. 항암 치료로 입맛이 없는 환우에게 맛있는 밥 한번 챙겨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곽 회장을 포함한 23명의 이사는 모두 무급으로 일한다. 

그는 남편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벽밥을 몰래 지었다. 그렇게 만든 밥을 가지고 한유총 창립 소식을 알리기 위해 5년간 10만km를 운전해 부산, 광주 등 전국을 다녔다. 곽 회장은 "현재까지 한유총회가 이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봉사정신이다"고 말했다.

곽점순 한유총회 회장

곽 회장이 한유총회를 이끌어갈 수 있던 또 다른 힘은 항암 치료 당시 결심이다.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은 2002년만 해도 생존율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당연히 치료 관련 정보도 부족했다. 중증질환 혜택(유방암은 2005년부터 적용)도 없었다. 

진료실에서 많은 질문이 입가를 맴돌았지만 한마디 말도 못 했다. 1~2분 진료가 끝이었다. 서운하고 서러웠다. 곽 회장은 대학생 자녀가 졸업하는 것만 볼 수 있게 "5년만 더 살게 해달라"는 간절함으로 치료를 버텼다. 그러면 평생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항암요법 4회, 방사선 33회 끝에 완치 판정을 받은 곽 회장은 새로운 삶에 힘 쏟고 있다. 질환 예방 홍보와 교육, 자원봉사, 상담, 힐링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특히 유방암 신약 건강보험 적용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곽 회장과 한유총회의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치료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고, 신약 문턱은 높기 때문이다.

유방암 환자를 위한 봉사는 연민이 아닌 사랑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팜뉴스는 한유총 취임 10주년을 맞은 곽 회장을 최근 만났다. 곽 회장은 "경제적 이유로 신약 사용을 못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환자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곽 회장은 헌신적 봉사와 선행, 유방암 환우 권익 보호와 치료 정보 공유 공로로 2013년 보건복지부장관상, 2018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다음은 곽 회장과 일문일답.

▶유방암 환우들 사이에서 '친정 엄마'로 불린다면서요

"보통 항암 치료를 받으면 3일 정도 입맛이 없어 잘 챙겨 먹지 못해요, 지방에서 올라온 회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선릉역 주변 한 바퀴 같이 돌고, 손수 차린 전복탕이나 낙지탕으로 한상을 내놓아요. 그럼 입맛이 없거나 아픈 환우들이 내가 차린 밥 한 그릇 먹고 "다 나은 것 같다"고 해요. 한번은 250명에게 다섯 끼를 해 먹인 적도 있는데 입맛 없으면 언제든 오라고 얘기하는 게 입버릇이예요. 

외국 나가는 회원에게는 꼭 김치나 된장을 손에 챙겨요. 회원들이 종종 "요즘엔 형제도 콩 한 쪽 더 먹으려고 난리인데 회장님은 왜 자꾸 나눠 주냐"고 묻는데, 내가 바라던 대로 5년 넘게 살았으니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오직 베풀며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고 있는 거죠. '나중에 회장님처럼 베풀며 살겠다'고 말하는 회원들을 보면 보람을 많이 느껴요."

▶한유총회 창립 멤버이자 초대 회장으로 지난 10년간 단체를 이끌어 오셨는데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당시 노동영 서울대병원 교수(현 강남차병원장)를 비롯해 주변에서 환자 단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어요. 이전에도 환자 모임이 있었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사라졌기 때문에요. 유방암 환자로 고통을 겪어봤기에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단체를 어떻게 운영할지, 왜 우리가 필요한지 설득할 준비를 단단히 했었죠.

고대안암병원 유방암 환우회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해 회원을 모았는데 초기 주변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어요, 이미 환우회 활동이 오래 지속되지 못한 사례가 있었고 환자를 위한 일보다는 권익과 권리를 내세워 사익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죠.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운영 자금이었어요. 어릴 적 유복하게 자랐고 자식들도 전부 결혼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사비를 많이 들여야 했어요. 평소 즐기던 테니스와 골프 등 운동을 모두 끊고 운영비로 사용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직 환자 권익을 위하고 환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알리겠다는 목표로 포기하지 않은 거죠."

한유총회가 참가한 핑크리본 마라톤 대회

 

20년 전 유방암 치료 아무 정보도 없이 서럽던 시절

다른 환자는 내가 느낀 답답합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사비를 들일 정도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유방암 치료를 받을 때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너무 컸어요. 당시 아이들이 대학생이었는데 '졸업할 때까지 5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그렇게만 되면 앞으로는 환자를 위해 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각박했달까요. 20년 전이라 유방암 관련 정보가 매우 부족했고, 지금은 유방암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높지만 당시에는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었거든요. 

주변에서도 암 환자라고 하면 전염병에 걸린 것마냥 밥도 같이 먹으려 하지 않았어요. 어느 날에는 머리가 다 빠진 채로 골프를 치러 가서 운동 후 샤워장에 있었는데 누가 "어머, 스님이 골프를 치러왔네"라고 하니깐 사람들이 수군거릴 정도였죠. 처음 본 사람들은 국소 발병으로 가슴 절제를 하지 않았으니 내가 유방암 환자인줄 몰랐던 거죠. 지금에서야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그땐 많이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암 치료 관련해 궁금한 게 많아도 물어볼 곳이 없었어요. 치료 받으러 병원에 가도 담당 교수가 질문을 다 하기도 전에 진료실에서 쫓겨나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으니깐요. 그래서 다른 환자들은 내가 느꼈던 답답함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유방암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많았고, 알고 싶어도 막막함이 컸는데 내가 먼저 발 벗고 나서 환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거죠."

▶그렇다고 해도 사비를 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2016년에 복지부 비영리단체 등록 이전까지 환우들이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쉴 수 있는 '쉼터(곽점순 회장의 기존 자택)'를 마련했어요. 입맛 없을 때 함께 모여 좋은 음식 나눠 먹으려고 마련한 건데, 황토방까지 직접 만들어가지고 환우들이 온전히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어요. 여기서 된장, 간장, 청국장을 직접 만들어 가지고 환우와 가족들에게 판매했고 그 돈으로 운영했죠. 환우들을 위해 마련한 쉼터니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고 용기를 얻는다고 해요."

쉼터 개소식(사진 왼쪽이 곽점순 회장)
쉼터 개소식(사진 왼쪽에서 세번째가 곽점순 회장)
쉼터에서 한유총회 회원들이 식사하는 장면
쉼터 황토방에서 함께 활동한 한유총회 회원들

 

▶비영리단체 허가 이후로 사정이 좋아진 건가요

"비영리단체 허가받고 나서는 상업적 유혹이 많았죠. 치료제 보험 혜택을 제공할 테니 단체를 넘겨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하고. 우리는 환자 중심 단체이기 때문에 다른 그 어떠한 상업적 목적을 지닌 활동은 하지 않아요. '얼마나 힘들게 일궈낸 환우회인데 쉽게 넘길 수 없다!'는 신념으로 지켜온 거죠."

▶단체를 이끌면서 10년 동안 휴대전화를 끈 적이 없다는데, 무슨 얘기인가요

"대다수 환우가 유방암 치료나 관리법에 대해 잘 몰라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어와서 물어보니깐 10년간 단 하루도 휴대전화를 꺼 놓은 적이 없어요. 예를 들면, 갑자기 하혈이 쏟아진다든가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지잖아요, 급하게 찾는다니깐요. 요즘에는 좋은 치료제도 많이 나오고 의료진과 소통도 활발해졌지만, 과거에는 병원에 진료받으러 가서도 자세한 설명 없이 나오는 날이 많았어요.

환우회 통해서 정확한 정보 알려주고, 궁금증을 해소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회원들을 집에 초대해 보면요 음식을 잘 몰라요. 마음이 아프죠. 고기반찬을 내놓으면 "고기는 지방이라 유방암 환자는 먹으면 안 된다"고도 해요. 잘못된 정보가 가장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거죠. 항상 제철음식 챙겨 먹고 운동과 함께 햇볕을 자주 쬐라고 강조해요. 

현재도 한유총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용한 정보를 알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환우들을 위한 심리 치료에 신경을 많이 써요."

 

퍼제타 치료비 1억원, 돈없어 세상 떠난 환자들 많아

지금이라도 급여된 퍼제타는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

▶특별히 기억에 남는 회원은 없나요

"회원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하죠. 그래도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 사용하지 못하고 돌아간 분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경제적 여유가 있던 유방암 4기 환자분이 있었어요. 이분은 비급여로 퍼제타 치료비 1억원을 직접 부담해 치료를 받았고 그 덕에 지금도 살아계시죠. 반면, 당시 대부분 환자가 도저히 비급여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어요. 돈이 없어 약을 써보지 못해 한탄하고, 결국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환자들이 많았죠. 퍼제타는 지금이라도 보험급여가 적용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은 치료를 받는데, 어떤 분은 돌아가시고. 돈 때문에 가슴이 아프네요

"치료제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저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죠.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고 생명이 단축되는데 얼마나 안타깝겠어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전국 각 지부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환우 사례를 공유하고 치료비도 지원해요.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정부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남모를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분들이 있어 돕고 있어요."

▶한유총회 단체 활동을 통해 급여 적용을 한 성공 사례가 있나요

"퍼제타 출시 당시 보험급여 항목에 넣어달라는 환자 요청이 계속해서 늘었어요. 그런데 심평원 게시판에 올라온 건 장기간 '처리 중'이었죠.  당시 환자 치료 내역서를 모아서 전부 심평원에 제출했는데, 부작용을 이유로 급여 허가를 내주지 않았어요, 회원 중에 퍼제타 치료를 받은 환자가 있어서 환우회가 목소리를 더해 2차 급여 적용을 이뤄냈어요.

2013년에는 유방암 재건 수술 보험 적용을 위해 회원들과 힘을 모았죠. 유방암 절제로 인한 재건 수술이 미용 수술에 포함돼 부가세만 2000만원에 달하는데, 헌법재판소 앞에서 일주일간 1인 시위로 환자 목소리를 대변한 결과 50% 보험 혜택 적용을 받았어요. 덕분에 보건복지부상 수상도 했어요."

유방암 재건 수술 보험 적용을 위해 서명운동을 하는 장면
유방암 재건 수술 보험 적용을 위해 서명운동을 하는 장면

 

환우들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정보 전해줘

최근 많은 관심 모으는 치료제는 페스코

좋은 치료제 문턱 낮추고 접근성 개선해야

▶그간 유방암 보존술, 급여 적용 등 치료 환경을 개선하려고 많이 노력하셨잖아요, 변화도 있었을 것 같은데 체감하기에 어떠신가요

"다양한 유방암 치료제가 생겼어요. 좋은 치료제가 나오면 실제 임상에 참가한 교수를 초청하는 강좌를 열어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데, 이제는 내가 모르는 소식도 오히려 환자들이 먼저 듣고 와서 알려주기도 해요. 최근에 페스코라는 피하주사 치료제가 국내 허가가 됐는데 이 소식도 환우들이 먼저 알려줬어요. 보험급여 적용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상세히 알고 있을 정도예요.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있어요. 신약이 나와도 바로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으니 환우들이 힘들어해요. 퍼제타나 캐싸일라, 엔허투, 키트루다 등이 주로 환자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는 치료제인데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는 건 페스코죠."

▶환우분들이 페스코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나요

"기존 항암주사는 전부 맞을려면 몇 시간씩 걸려요. 그러니 멀리 지방에서 온 환자는 보호자랑 함께 병원에 와가지고도 무한정 기다렸다가 치료받는 거죠. 또 전이성 HER2 환자가 주사맞는 동안에 보호자는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치료받고 모니터링까지 5시간 정도가 걸려요. 

반면에 페스코는 피하주사제로 허벅지에 맞을 수 있다보니 기존 치료제보다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장점이 있어요. 현재 환자나 보호자들이 부담하는 시간, 경비 등을 전부 고려하면 기존 치료제보다 페스코 가격이 다소 높아도 출시만 되면 다들 맞으려고 할 거예요.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페스코처럼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 정작 환자들이 덜 고통받을 수 있는데도 하루라도 빨리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이죠."

▶기존 치료제는 항암치료를 하는데 많이 불편한가 보죠

"기존 정맥주사 치료가 필요한 유방암 환자 상당수가 몸에 캐모포트를 삽입해서 치료제를 투여해요. 장기간 반복적으로 맞아야 해서 그런 건데, 이게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거죠. 평소 생활할 때 불편한 것도 그렇고 샤워할 때마다 소독해야 하고, 삽입 부위가 자주 붓거나 짓무르거든요. 

항암 치료가 끝나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케모포트를 뺄 수 있는데 염증이 생겨서 고생하는 경우도 있어요. 페스코는 허벅지 피하주사로 맞을 수 있으니 케모포트 삽입 고통에서도 벗어나고, 불편이 크게 감소하는 거죠."

▶이런 얘기들을 환우분들과 나눌텐데, 조기부터 전이성까지 유방암 치료를 받을 때 가장 힘든 점이 뭐라고 하나요

"앞에도 말했지만 '좋은 약이 있는데 경제적 이유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거죠. 음식으로 치면 일반 요리가 있고 특별한 보양식이 있는 것처럼 치료제도 마찬가지인데, 페스코 같은 좋은 치료제가 있어도 빠른 보험 적용이 되질 않고 환자들은 사용할 수 없으니 답답한 심정이라고 해요. 

의료진 역시도 좋은 치료제가 나와도 혹여나 환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까 우려해요, 신약 정보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죠. 환자야 담당 교수 치료 제안을 따를 수밖에 없다보니 적극적으로 신약 정보를 물어보지 않는 한 기존 치료법을 따르게 되는 거고요.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것도 급여인가요

"한유총회 홈페이지에 보면 하루에도 몇 건씩 치료제 문의가 올라와요. 보건 당국 상담실보다 우리 사무국으로 전화해서 질문하는 환자도 많죠. 그중에 보험급여 질문이 가장 많아요, 환자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필요한 서류도 알려주고, 꼼꼼하게 확인해서 심평원 제출을 도와주는 역할도 한유총회가 하고 있어요.

지난 6월 29일이 우리 단체 워크숍이었어요. 환우들과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치료 여정과 각종 정보를 나누는 기회인데, 이날도 가장 큰 이슈가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도 '그림의 떡'처럼 보고만 있어야 하는 미충족 수요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2023년 6월 29일 진행한 HER2 양성 유방암 최신 치료, 부작용 관리 워크숍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반길 수 있는 약 필요

좋은 신약 등장하면정부가 적극 알려줘야

집에서 간편이 항암치료 하는 날 기대하고 있어

▶페스코 같은 치료제에 급여가 된다면 어떤 점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바랄 수 있을까요

"치료 시간이 단축되는 데다 비용을 아낄 수 있죠. 항암 치료 시 보호자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것,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 입장에서도 페스코를 반기지 않을까요. 지방에 사는 환우들은 가족과 함께 병원 예약 전날 서울로 올라와 하루 묵는 경우가 많아요. 병원 오가는 시간, 보호자 동반, 병원 대기나 투약 시간 등등 사회적 비용까지 전부 감안해도 페스코가 지닌 장점이 더 크다고 여겨지죠."

▶급여가 된다면 환우분들이 좋아하겠네요

"모든 환우들이 반길 것 같아요. 한유총회에서는 환자와 가족을 위해 페스코 정보를 널리 알리는 강좌부터 마련할 계획을 하고 있어요. 주변 지인이 암 투병 중일 경우 소개해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도 여기에 포함하고자 하고요. 페스코 치료 효과가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됐으니 환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공유의 장을 마련하는 게 필요해요."

▶유방암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요 

"좋은 신약이 등장하면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환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적용 전까지 신약 정보를 알기가 너무 어려워요. 또 환자들이 하루라도 고통받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게 급여 적용도 빠르게 추진하길 바라고요. 환우들이 뜻을 모아 관계 부처에 급여 적용 촉구를 위한 서류를 접수해도 처리가 지연되니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 갈수밖에요.

좋은 치료제들이 나오면 늘 급여 등재 과정에서 힘겨운 고난을 맞닥뜨리게 돼요. 당뇨 치료 주사도 집에서 맞는 시대인데 유방암 환우들이 집에서 간편히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래요. 엔허투도 마찬가지로 환자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치료받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