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다음은 '페스코', HER2 유방암 신약 관심 증폭
퍼제타/허셉틴을 단일 제형으로 복합 혈중 농도, 병리학적 완전 관해서 '비열등' 투약 시간 최대 5시간에서 20분으로 줄여
[팜뉴스=김민건 기자] 엔허투 다음은 '페스코(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다. 투약 제형을 보완한 새로운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페스코에 국내 환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단체와 제약사에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퍼제타(퍼투주맙)/허셉틴(트라스트주맙)을 하나로 합친 페스코 처방 상황을 묻는 문의가 늘고 있다.
국내 유방암 환자들이 페스코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기존 치료제 퍼제타, 허셉틴은 정맥 주사로 투약 자체가 부담스러운 반면, 페스코는 피하 주사이기에 편하게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퍼제타, 허셉틴은 투약 전날 병원을 찾아 준비 검사 등이 필요하며 실제 투약도 약 5시간이 소요된다. 페스코는 20분이면 끝난다. 전날 병원을 찾아 사전 준비를 하거나, 수시간 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피하주사인 만큼 대학병원이 아닌 집, 회사 근처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도 있다.
투약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반면 임상 효과는 기존 퍼제타, 허셉틴과 비열등하다는 사실이 연구에서 확인됐다.
페스코 주요 임상 중 하나인 '페데리카(FeDeriCa)'는 수술 가능한 또는 국소 진행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페스코(피하주사)와 퍼제타/허셉틴(정맥주사)군을 무작위 배정해 임상 7주차 혈중 최소농도, 병리학적 완전 관해 반응(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pCR), 부작용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페스코 투여군은 퍼제타, 허셉틴 대비 혈중 최소농도에서 비열림성(non-inferior)을 보였다. 이는 페스코 투여군과 퍼제타/허셉틴을 맞은 환자군 약물 농도가 비슷하게 유지됐다는 것이다. 피하 주사인 페스코가 효능·효과면에서 정맥주사인 퍼제타/허셉틴과 비슷한 투여 효과를 보인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pCR 비율은 페스코 투약군이 59.7%(95% CI: 53.3, 65.8), 퍼제타/허셉틴은 59.5% (95% CI: 53.2, 65.6)였다. pCR은 종양 세포가 완전히 소실된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HER2 유방암에서 중요한 치료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종양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스코와 퍼제타/허셉틴 투여군 pCR이 비슷했다는 것은 종양 소실률에서 동등한 효과를 보였다는 의미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탈모, 메스꺼움, 설사, 빈혈(적혈구 감소) 등이었다. 페스코는 화학요법 병용을 하기에 이로 인한 중성구 감소(백혈구 수준 감소)를 악화시킬 수 있다. 임신 중 또는 임신 전 7개월 이내에 페스코에 노출 시 태아나 신생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페스코는 허셉틴과 퍼제타를 복합한 고정 용량 제품으로 지난 2020년 미국FDA가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최초로 승인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9월 전이성, 조기 유방암 치료제로 각각 적응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이전에 HER2 치료나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경우 도세탁셀과 병용으로 쓸 수 있다.
조기 유방암에서는 수술 전 보조요법과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화학요법 병용으로 쓸 수 있다. 수술 전 보조요법은 국소 진행성, 염증성 또는 초기 단계(지름 2cm 초과)인 HER2 양성 환자에게, 수술 후 보조요법은 재발 위험이 높은 경우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페스코를 처방할 경우 먼저 면역조직화학(Immunohistochemistry, IHC) 검사에서 3점 이상 또는 절편상 하이브리드형성법(In situ hybridization, ISH) ≥ 2.0이 확인돼야 한다.
ICH는 특정 단백질의 발현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ICH 3+는 HER2 양성으로 판단한다. 또한, ISH는 특정 유전자 발현을 검출하는 방법으로 HER2 유전자 증가를 평가할 수 있다. IHC 3+ 또는 ISH≥2.0은 HER2 양성으로 페스코 처방이 가능하다.
전체 유방암의 20%를 차지하는 HER2 양성은 암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HER2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돼 발생한다. 현재 HER2 양성 치료에 쓰이는 퍼제타와 허셉틴은 상호보완적 작용 기전으로 함께 사용함에도 HER2 신호전달을 막아 암 세포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