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HIV 환자 절반 복용하는 빅타비, ART 치료 중요성 입증

국내 출시 5년, 감염인 8000~9000명 처방 240주 장기 사용 바이러스 미검출 97.7% 조기진단·강력한 효과, 사망률 감소·전파력 낮춰

2023-07-13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HIV 바이러스 감염 환자 절반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빅타비(빅테그라비르/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 푸마레이트)를 복용하고 있다. 

국내 출시 이후 폭넓은 처방을 이끌어내면서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ART) 중요성을 입증했다.

권선희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HIV 사업부 전무는 "국내 감염인 중 50% 정도가 빅타비를 복용하고 있으며 숫자로 환산하면 8000~9000명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HIV 사업부 권선희 전무

국내 연간 HIV 신규 감염인이 1000명대로 추정되고, 연간 생존자가 1만 6000여명이다. 빅타비가 국내 감염 환자 생존 기간을 향상시킨 치료제로 자리매김했다는 얘기다.

권 전무 발언은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빅타비 국내 출시 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권 전무는 빅타비가 국내 HIV 치료에 이같은 변화를 가져오는데 일조했다고 봤다. 그는 "지난 10년간 여러 치료제가 나왔다. HIV 치료제를 편안하게 복용하면서 바이러스를 잘 억제할 수 있게 된 부분이 (빅타비가 가져온 변화에서)가장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빅타비는 최근 HIV 치료를 상징하는 의약품이다. 과거 HIV 치료제와 달리 여러 성분을 복합하면서 크기가 작아지고 복용이 편해진 반면 효과는 더 강력해졌다. 

강력한 치료로 바이러스 검출량을 대폭 줄이게 됐고 결론적으로 감염 전파를 막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HIV 치료 전략도 당일·신속치료를 기조로 변하면서 사망자 발생을 최소화 시키고 있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의학센터 센터장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의학센터장(감염내과 전문의)도 "HIV 바이러스 치료 초기에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최우선이어서 우수한 효과가 있다면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효과가 떨어지는 약이 시장에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진단 당일 빅타비로 치료하면 48주 차 바이러스 억제율은 92.2%에 달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진 센터장은 이제는 HIV 치료 환경이 바뀌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HIV 바이러스 치료 초기 급성 부작용도 거의 없어져 수십년 동안 복용하게 되면서 장기 안전성을 고민하는 치료 환경이 됐다. 장기 복용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환자에게 잘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장기 사용 결과 HIV 바이러스 미검출 97%

빅타비는 이전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ART) 경험이 없는 HIV-1 감염 성인 634명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5년 장기 데이터'가 있다. Study 1489(314명)와 Study 1490(320명) 연구다.

두 연구는 HIV 바이러스의 혈중 미검출 달성이 목표로 Study 1489는 4년 8개월(240주 차)에 바이러스 억제 효과(HIV-1 RNA 50 copies/mL 미만) 97.7%, Study 1490은 95.5%를 기록했다.

빅타비 투여군에서 CD4림프구 수치는 변화를 보면 Study 1489에서는 수치 변화 중앙값 +313cells/uL로 증가했고, Study 1490에서는 +331cells/uL 늘었다. 이는 빅타비 투여 후 환자들의 면역 기능이 정상으로 되돌아갔음을 보여준다.

빅타비가 이같은 효과를 낸 것은 HIV 치료에서 중요하다. HIV 바이러스는 CD4 면역기능 단백질을 공격한다. 비감염인의 CD4 평균 수치는 600~700cells/uL이다. CD4 수치가 200개 미만으로 떨어지면 여러 면역 기능이 극도로 떨어진다. 이 틈을 타서 기회 감염 또는 기회 암이 발생하며, HIV 감염에서 에이즈 상태로 진행해 사망하게 된다. 이 기간이 평균 7~10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과거 HIV 바이러스는 급성 치명적 감염 질환이었다. HIV로 진단되면 제대로 치료하기 전에 대부분 에이즈로 진행했다. 그리고 6~12개월 이내 100% 사망했다. 하지만 치료제가 개발돼 신체 내 HIV 바이러스 농도를 확연히 줄일 수 있게 됐다.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확률도 감소했다.

빅타비는 연구 5년간 미검출 수준을 지속 유지하면서 내성 발생 사례는 한 건도 없었고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경우는 0.8%였다. 가장 흔한 것은 설사, 두통, 오심이었고 각각 5% 내외로 발생했다.

빅타비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 중요성 커져

빅타비 같은 ART 치료제 중요성은 HIV 환자 생존기간과 연결된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HIV 진단 감염인 87.6%가 치료제를 복용하고, 그중에서도 76.3%가 바이러스 억제 상태에 도달했다.

국내 HIV 신규 감염 현황을 보면 2000년대 매년 20~30%씩 증가한 후 2010년부터 연간 1000명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남성으로 평균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비중이 높지 않았던 외국인 감염 환자도 연간 200명 정도로 늘었다.

진 센터장은 "성적으로 활동적인 2030세대에서 신규 감염이 많아져 2021년 기준으로 60~70%를 차지했다. 다만 치료제 복용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신규 감염에서 2030세대가 늘었다면, 누적 생존 감염인에서 40, 50대가 절반을 넘을 정도로 평균 연령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단일정으로 3가지 성분을 하나로 합친 치료제가 효과, 편의성, 부작용을 많이 개선하면서 새로운 감염은 늘어도 사망자가 늘지 않는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활성화하면서 비감염인과 평균 기대 수명이 다르지 않을 정도가 됐다. CD4 수치가 200개 미만이 되면 치료하자는 게 초창기 권고안이었다. 현재는 CD4 수치와 관계 없이 진단된 당일 바로 치료를 시작하고 있다.

강력한 치료제 복용으로 감염을 예방한 대표적 연구가 'HPTN 052'다. 이 연구에서 조기 HIV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과거 CD4 수치가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치료했지만, 조기 치료군은 감염 예방 효과가 96%로 나타났다. 배우자 외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나지 않았다.

진 센터장은 "최근 조기 진단과 치료로 기회 감염이나 기회 암 발생이 상당히 감소하면서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가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 치명적인 급성 감염 질환으로 사망하던 때와 달리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되면 CD4 림프구를 공격하지 않고, CD4 림프구가 회복 또는 안정적 추세를 유지해 면역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에이즈가 발생하지 않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생존율도 증가한다. 그러나, HIV 감염 자체를 완치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