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속도" 암질심 통과 젬퍼리, 자궁내막암 첫 '급여 면역항암제' 도전

작년 12월 허가 이후 반년 만에 급여권 진입 먼저 허가된 키트루다 주춤한 사이 2차치료 선점 지속적인 항종양 효과로 객관적 반응률 45.5%

2023-06-23     김민건 기자
젬퍼리

 

[팜뉴스=김민건 기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PD-1 면역항암제 젬퍼리(도스탈리맙)가 암질환심의위원회 첫 도전에 성과를 냈다. 작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6개월 만에 급여 기준 설정에 성공한 것으로, 최근 암질심 상황을 보면 이례적인 속도다. 젬퍼리가 자궁내막암 치료에서 미충족 수요를 상당히 만족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4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를 열어 젬퍼리 급여 기준을 자궁내막암 성인 환자 치료로 설정해 통과시켰다. 

작년 12월 14일 '이전 백금기반 전신 화학요법 치료 중' 또는 '치료 후 재발성 또는 진행성 불일치 복구결함(dMMR) 또는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MSI-H)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 받았으며 이에 맞춰 급여 기준이 설정됐다.

젬퍼리는 IgG4 인간화 단클론항체로 면역항암제 특성에 따라 불일치 복구결함(dMMR) 또는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dMMR/MSI-H) 암종에 지속적인 항종양 활성을 보인다. 우선적으로 자궁내막암을 첫 번째 허가 적응증으로 받아 처방이 기대되며 향후 다른 암종까지 적응증 확대가 예상된다.

젬퍼리 암질심 통과는 예상 밖에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면역항암제 '큰 산'이라는 MSD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이미 자궁내막암 2차 치료에 단독 또는 렌비마(렌바티닙) 병용요법으로 허가된 터라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키트루다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강력한 면역항암제로 다양한 암종에서 사용되며, dMMR/MSI-H 변이 환자에서도 처방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키트루다 보다 빠른 젬퍼리 급여 등재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약간의 틈이 있었다. 키트루다가 자궁내막암 2차치료 급여 등재가 늦춰지며 속도를 낸 젬퍼리가 앞서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허가 반년 만에 암질심을 통과했다. 매우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젬퍼리가 가진 가치를 매우 빠르게 인정받았다는데 의미가 크다.  

젬퍼리가 최종적인 급여 등재에 성공한다면 자궁내막암 2차치료 급여 처방이 가능한 첫 번째 면역치료제가 된다. 자궁내막암 치료도 기존 항암화학요법에서도 본격적인 면역항암제 시대가 도래했음을 뜻한다.

다만 아직 국내 출시가 되지 않아 자궁내막암 처방은 불가하다. 급여화 이후 출시가 예상됨에 따라 이번 암질심 통과가 의미를 가진다. 젬퍼리를 실제 처방하기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충족 수요가 큰 자궁내막암인 만큼 관련 환우회도 기대감을 가지고 급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GSK 관계자는 팜뉴스에 "젬퍼리는 우수한 임상적 유용성과 일관된 안전성을 토대로 진행성 또는 재발성dMMR/MSI-H 자궁내막암 치료에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 보다 면역항암표적치료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며 "국내 자궁내막암 환자와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고, 치료 편의성과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암 대상 최대 규모 면역항암제 임상, 젬퍼리 주목하는 이유

자궁내막암은 자궁 체부 내벽을 구성하는 자궁내막에서 생기는 암으로 자궁체부암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1년 자궁내막암을 포함한 자궁체부암 치료 환자는 모두 2만3262명으로 지난 2017년 1만7421명 대비 약 33.5% 증가했다. 2020년 기준 가장 큰 폭의 사망률 증가가 예상될 만큼 미충족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이에 반해 치료 환경은 제한적이다. 자궁내막암 환자 4명 중 1명은 진행성에 해당하거나 재발을 경험하며,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후 질환 재발 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에 한계가 있다. 그 결과 1차 항암화학요법 이후 자궁내막암의 진행 또는 재발 시 2차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은 10개월에 불과하다.

GSK 관계자는 "항암화학요법 치료 특성상 세포독성 누적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돼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젬퍼리가 dMMR/MSI-H 자궁내막암 치료에서 현재 최대 규모 연구(143명)로 평가받는 'GARNET' 임상을 통해 희망을 줬다. 

이 연구에서 젬퍼리는 추적 관찰기간 27.6개월에 객관적 반응률 45.5%(완전관해 16.1%, 부분관해 29.4%)를 나타냈다. 반응지속기간은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치료에 반응한 환자의 83.7%가 2년 넘게 효과를 유지했다는 의미있는 결과를 보였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6개월, 24개월 시점에 무진행 생존 확률은 40.1%였다. 

특히, 젬퍼리 투약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8.5%로 낮았다. 항암화학요법 치료로 통증과 피로감, 삶의 질이 떨어진 환자에게 새로운 대안을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젬퍼리는 임상에서 초기 4주는 3주 1회(Q3W용법) 투약됐으며 그 이후에는 6주에 1회(Q6W) 사용됐다. GSK 관계자는 "전향적으로 평가한 항 PD-1 항체인 만큼 편의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젬퍼리를 카테고리1로 권고하며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은 Ⅲ, B 등급으로 권고 중이다. A8 국가 중 미국,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 5개국은 급여 등재 됐으며 영국 NICE는 자궁내막암에 젬퍼리 급여를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