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도 부족하다, C형간염 퇴치까지 언급되는 '엡클루사'

"유전자형·간 섬유화 관계없이 사용 가능" 더욱 진화한 DAA 평가 국내 C형간염 특성 고려, 편하게 처방할 수 있는 치료 옵션 기대

2022-12-09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엡클루사는 유전자형은 물론 간 섬유화 상태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해외 리얼월드에서도 간질환, 신장애 투석 여부 관계없이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인 만큼 C형간염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퇴치까지 이끌 것이다."

앞서 발언은 지난 1일 2022 소화기연관학회 국제 소화기학술대회(KDDW 2022)에서 진행된 길리어드 심포지엄 연자로 나선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한 말이다. 권 교수는 임상과 치료 현장에서 엡클루사 데이터 기반으로 기존 DAA치료제에서 한번 더 진화한 장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022 소화기연관학회 국제 소화기학술대회(KDDW 2022)

당초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내놓은 C형간염치료제 '엡클루사(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에 대한 의료 현장의 기대감이 크긴 했지만, 실제 출시 이후 국내에서 평가는 이를 뛰어넘었다. 엡클루사는 유전자형 뿐만 아니라 간 섬유화에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며 더욱 진화된 직접작용항바이러스(Direct Acting Antivirals, DAA) 제제라는 가치를 입증했다.

DAA제제는 특정 단백질 부위에 결합, HCV 증식을 차단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내는 치료제를 뜻한다. 엡클루사는 국내에서 간경변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유전자형 HCV 치료에 간경변이 없거나 대상성 간경변(Child-Pugh A)이 있는 경우 이전 치료 경험과 상관없이 단독 12주 처방이 가능하고 ▲리바비린 병용 시 12주 처방(비대상성 간경변(Child-Pugh B 또는 C)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지난 11월 1일부터 성인 또는 만 12세 이상(체중 30kg 이상)인 소아 만성 C형간염 환자에서 유전자형, 이전 치료 경험 유무 및 간경변 유무와 관계없이 급여 투여가 가능해지면서 환자의 유전자형과 간 섬유화 정도에 관계없이 급여 처방이 가능한 국내 유일한 치료제가 됐다.

엡클루사의 허가와 급여는 그간 C형간염치료제의 불편함을 해소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 기존 C형간염 치료제를 선택할 때는 환자의 유전자형, 간, 신장 등 상태를 확인하고 적합한 약제를 처방해야 한다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특히, HCV NS3/4A PI(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 병합요법을 포함한 경우 간 상태에 따라 투여가 제한된다. 간 섬유화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의료진의 숙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엡클루사는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Protease Inhibitor, PI)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PI-free' 기반으로 환자의 유전자형에 관계없이 12주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C형간염 초치료 환자라면 누구나 처방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권 교수는 "FDA(미국식품의약국), EASL(유럽간학회) 등 해외 가이드라인은 NS3/4 PI 제제가 간경변증 및 간 장애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미칠 위험성을 명시하고 있다. 국내 식약처 또한 중등도(Child-Pugh B), 중증(Child-Pugh C) 간장애 환자, 또는 비대상성 간경변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NS3/4 PI 제제를 투여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반면 엡클루사는 PI-Free 제제로 유전자형뿐만 아니라 간장애·간섬유화 상태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유전자형·범섬유증 치료제"라고 말했다.

2022 소화기연관학회 국제 소화기학술대회(KDDW 2022)

엡클루사의 효과는 허가 임상인 ASTRAL 연구와 글로벌 대규모 리얼월드(RWE)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권 교수는 해당 임상을 통해 다양한 환자군에서 엡클루사의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7개 국가, 555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간 섬유화 단계를 비롯해 환자 특성에 관계없이 치료 성공률 98.9%를 확인한 치료제"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 가교 임상 결과와 치료하기 어려운 특수 환자군에서 아시아 리얼월드 데이터를 고려할 때 엡클루사가 국내 C형간염 치료 환자와 의료진에게 적합한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권 교수는 "엡클루사는 국내 가교 임상을 통해 98.1%의 높은 치료 성공률과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또한 대만에서 진행한 리얼월드 연구 결과를 보면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는 물론 투석이 필요한 중증 신장애(CKD stage 4~5) 환자도 모두 치료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특히, 치료가 어려웠던 간경변을 동반한 만성신장애 환자에게 엡클루사를 투여한 후 사구체여과율(eGFR)이 개선되는 효과 또한 확인했다. 환자 상태에 관계없이 치료 효과를 보이는 만큼 'C형간염 퇴치'라는 전세계 보건의료 목표를 앞당길 수 있는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권 교수는 높은 복약 편의성과 낮은 약물상호작용이 엡클루사의 또 다른 강점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엡클루사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식사와 무관하게 1일 1정 복용이 가능하며 간장애 및 신장애 환자에서도 용량 조절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기존 C형간염 치료제 사용 시 제산제, 스타틴 등 타 약제와의 약물상호작용을 고려하는 것이 골치 아픈 일이었는데 엡클루사는 이들 약제와 일정한 용량과 복용 간격을 지키면 충분히 병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좌장을 맡은 배시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DAA가 개발되면서 C형간염 환자를 많이 치료한 반면 새로운 환자를 발굴하는 속도는 더딘 편이다. 대한간학회에서 C형간염 항체 검사를 국가 검진에 도입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배 교수는 재치료 옵션으로 만성C형간염 범유전자형 치료제 '보세비(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복실라프레비르)를 언급했다. 배 교수는 "DAA가 C형간염 치료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지만 어느 병원에나 다클린자-순베프라를 비롯한 DAA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있다. DAA 치료 실패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보세비의 급여 출시는 C형간염 치료 환경을 더욱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