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제줄라, 적응증 철회 결정 한 번에 '삐걱'

난소암 2차 유지요법 BRCA 변이만 적용 3상 최종 OS 분석 HR 1.06, 국내 영향 미칠지 촉각

2022-11-17     김민건 기자
난소암 치료제 제줄라

[팜뉴스=김민건 기자] 2세대 PARP억제제 제줄라(니라파립)의 난소암 치료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FDA가 제줄라의 난소암 2차 유지요법 적응증을 생식세포(germline) BRCA 변이(gBRCAmut) 환자로 제한하면서다.

이에 따라 GSK는 최근 미국 내 제줄라의 난소암 2차 유지요법 적응증을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난소암 2차유지요법에서 BRCA 변이가 없는 환자는 쓰지 못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국내 출시된 제줄라는 난소암 치료 분야에서 미충족 수요를 만족시켜 PARP억제제 시장을 잠식할 기세였다. 특히, 난소암 유지요법이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본격적인 처방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FDA의 이같은 결정으로 기세가 꺾이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 경쟁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올라파립)'가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커졌다.

FDA는 지난 2017년 제줄라를 BRCA 변이와 상관없이 사용 가능한 최초의 PARP억제제로 허가했다. 백금 화학요법에 완전 또는 부분반응한 재발성 난소암 치료제로, 바이오마커 검사가 필요없는 첫 PARP 억제제였다. 당시 "난소암 치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게 FDA 설명이었다.

FDA는 제줄라 3상인 'NOVA'를 근거로 허가 결정을 내렸는데 백금 화학요법에 완전 반응하거나 부분 반응을 보인 재발성 난소암에서 보인 임상적 혜택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제줄라는 '최초로 BRCA, HRd 등 환자의 바이오마커 상태와 상관없이 사용이 가능한 PARP 억제제'라는 슬로건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FDA는 2017년 첫 허가 적응증 근거가 된 임상의 최종적인 전체생존기간(OS) 위험비 분석에서 제줄라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BRCA 변이가 없는 환자군에서 HR(Hazard Ratio) 위험비가 1.06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상 HR위험비가 1을 넘어서면 대조군 대비 효과가 없다고 분석한다. 국내 의대 한 교수는 "HR이 1을 넘는 것은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가장 핵심적인 적응증이 삭제됐다. 난소암 환자 중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는 약 15~20% 정도다. 국내에서는 BRCA 변이를 가진 난소암 환자는 100명 중 10여명 정도다. 그간 국내에서 PARP억제제 허가·급여가 이뤄질 때 BRCA 유무가 화제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적응증 축소가 국내에도 적잖은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난소암은 수술을 통해 종양 대부분을 없앤다. 남아있는 잔존 병소는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제거한다. 난소암 재발이 가장 빈번한 시기가 치료 이후 1~2년이다. 혹시 모를 종양이 남아 재발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치료 전략이 PARP 유지요법이다. 

제줄라는 국내에서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반응(부분 또는 완전반응)한 난소암(난관암 또는 일차 복막암 포함) 성인 환자의 단독 유지요법 ▲2차 이상의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반응(부분 또는 완전반응)한 백금민감성 재발성 고도장액성 난소암(난관암 또는 일차 복막암 포함) 성인 환자의 단독 유지요법 ▲이전에 3차 이상의 항암화학요법을 투여 받은 적이 있는 1) BRCA 변이(백금 민감성 여부에 무관) 또는 2) 백금 민감성 상동재조합결핍 (HRD) 양성인 재발성 난소암(난관암 또는 일차 복막암 성인 환자 포함)의 단독 치료 요법을 가지고 있다.

FDA가 이번에 철회를 결정한 적응증은 난소암 2차 유지요법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줄라는 그동안 국내에서 최초로 BRCA, HRd 등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PARP억제제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 9월 4차 치료요법에서 빠진데 이어 이번에 2차 유지요법 중 BRCA 변이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가 대폭 줄게 됐다. 국내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