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병 키우는 급여기준?..."현실 문제 해결해야" 전문가 지적
"골밀도 수치로 투약 기간 제한하는 유일한 나라" 티스코어 -2.5 넘어도 골다공증으로 진단, 재골절 막아야
[팜뉴스=김민건 기자] 제한적인 약제 급여 기준이 골다공증을 키우는 '병'이 되고 있다는 의료 전문가들의 우려가 여전하다.
30일 업계에서는 국내 약제 급여기준을 골다공증 최신 진료 지침에 맞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는 국내 약제 급여기준이 세계적인 골다공증 치료 지침 추세와 맞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효과 좋은 치료제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도 급여를 제한시킨 탓에 '치료 지속율'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급여기준은 꾸준한 치료를 가로막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골다공증 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목적이 '골절 예방'임에도 뼈가 부러진 뒤에야 보험혜택을 볼 수 있는 이상한 구조다.
이에 김경민 용인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골대사학회 역학이사)는 "골밀도 수치(일명 티스코어, T-Score) -2.5를 기준으로 투여 기간을 제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2.5라는 골밀도 수치(T-Score)가 골다공증 환자의 정상 상태 회복과 치료 목표 달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제 진료지침에 맞도록 현행 골다공증 약제 투여기간 제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제 투약에 따라 골다공증 골밀도 티스코어 -2.5를 넘을 시 급여 혜택을 중단하는 것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 환자에서 혈압과 혈당 등 수치가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고 보험급여를 중지하는 것과 똑같다는 얘기다.
이 발언은 지난 26일 대한골대사학회 제34차 춘계학술대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회의원실과 대한골대사학회가 함께 마련한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 국가책임제 도입과 3대 책임과제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속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 중 약물 투약 기간에 급여 제한을 두는 것은 골다공증이 유일하다. 이런 정책을 펼치는 나라도 전세계에서 한국 밖에 찾을 수 없다.
대한골대사학회 소속 의료 전문가 537명은 지난 4월 '2022 골다공증 치료·관리 정책 수립을 위한 전문가 인식조사'에 참여했다. 그 결과 조사에 참여한 의료 전문가 10명 중 8명(87.7%)은 가장 시급한 정책 추진 사항으로 '최신 국제·국내 진료지침에 따른 골다공증 약제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85.7%)'를 꼽았다.
문제는 지난해에도 약제 투약 기준 관련한 의료 전문가 지적이 있어왔다는 점이다.
2019년 대한골대사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의료 전문가들은 국내 골다공증 치료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개선 부분으로 '골다공증 치료 지속률 향상(64.9%)', 치료 지속이 어려운 이유로 '제한적인 급여 조건(60.5%)'을 지적했다. 이들은 골밀도 진단 기준인 티스코어 -2.5 이하여야만 약제 급여가 가능한 부분이 치료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와 미국내분비학회는 '골절 초위험군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먼저 골형성 제제 사용 후 골흡수 억제제를 투여하는 순차치료 전략이다. 이는 골형성 촉진제로 빠르게 뼈 강도와 밀도를 높이고 골흡수 억제제를 통해 골밀도를 유지 효과를 장기적으로 보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티스코어 -2.5 초과 환자에 골흡수 억제제(1년 이상) 투여 후 골절이 있어야 2차로 골형성 촉진제를 쓸 수 있다. 세계 기준을 이끄는 미국 학회 지침과 맞지 않다.
시대가 변하고 좋은 치료제들이 출시됐다. 골다공증 치료 전략도 골밀도 향상에서 예방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국내 급여 기준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티스코어 -2.5 초과하면 "급여 안 돼"...사망율 높이는 보험 기준
골밀도(뼈의 강도를 수치로 표현)가 높을수록 뼈가 단단하다. 예로 골밀도 티스코어 -2.5 이하면 골다공증이다. 국내 골다공증 치료에 사용하는 약제 급여는 1년으로 제한하고, 골밀도 티스코어 -2.5 이상으로 회복하면 급여 적용을 중단한다.
예로, 2~3년 치료한 환자라도 약제 투약을 끊으면 골밀도가 급속히 떨어져 사실상 골절 예방 효과를 보지 못 한다. 급여 기준이 골다공증 치료 환경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의료 전문가들의 이유있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팜뉴스에 "이 같은 급여기준은 과거 비스포스포네이트(BP) 치료제를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약제 급여기준 제한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밀도가 일정하면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꾸준한 약제 사용은 골밀도 유지 효과로 이어진다. 골다공증 치료 전략 핵심이다. 골다공증으로 한 번 부러진 뼈는 골밀도와 상관없이 재골절 발생을 높인다. 이는 사망 위험까지 높인다.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실제 골다공증 골절을 겪은 환자 4명 중 1명은 1년 내 재골절을 겪는다. 통상 대퇴골절 환자 사망률은 15.9%지만 재골절은 24.1%로 증가한다. 고관절 재골절 환자의 1년 내 사망률도 17%다.
오는 2025년부터 골절 위험이 높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급속히 늘어나 2030년 25%, 2050년에는 44%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골대사학회는 "국내 골다공증은 낮은 치료율과 치료 지속률로 인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50대 환자는 골절 발생 후 10명 중 1명만(14%) 약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치료 지속률이 떨어진다. 약제 급여 기준이 그 원인 중 하나다.
지난 2019년 미국 앨러바마대학 케네스 사그(Kenneth Saag) 교수는 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골다공증 환자들의 약물치료 중단 비율이 높은 편이며, 실제로 환자 절반은 1년 이상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 잦은 약물 치료의 불편함이 있었고, 이를 해결할 치료제(6개월 1회 투여)가 나왔음에도 티스코어 -2.5 이하만 보험을 적용하는 급여기준을 들었다.
지난해 이유미 연세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도 대한골대사학회 학술대회에서 "한 번 골다공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치료 중 티스코어가 -2.5를 넘더라도 골다공증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지속적인 약물 치료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