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펜] 팍스로비드 '병용금기약물' 설명 생략...환자 가족 ‘불안 속으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투약 후기 2탄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처방 ‘민낯’ 공개 1탄 에서 이어짐]
# 팍스로비드, 타이레놀과 같이 먹어도 될까
17일, 코로나19 확진 2일차(증상발현 4일차), 오후 9시경 기자의 어머니(63)는 화이자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복용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날 밤 복병을 만났다. 어머니가 코막힘, 오한, 몸살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타이레놀(해열제)이라도 드셔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배경이다.
만약 의사가 팍스로비드와 타이레놀을 함께 처방했다면 아무런 걱정 없이 타이레놀을 어머니에게 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다른 감기약은 물론, 타이레놀도 처방하지 않고 그야말로 팍스로비드만 처방했다. 몸살과 오한을 가라앉히기 위해 타이레놀을 추가로 복용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불안과 의문이 증폭된 이유다.
결국 밤 10시경 어머니는 보건소가 지정한 병원에 전화를 했다. “팍스로비드를 먹었는데 타이레놀도 함께 복용해도 되느냐”라는 질문에 간호사는 “괜찮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기자는 이미 병원을 신뢰할 수 없었다.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없이 막연히 투약 시기를 늦췄던 기억이 생생했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친분이 있는 약사에게도 연락할 수 없었다. 결국 그때부터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을 시작했다. 질병청, 식약처가 발간한 팍스로비드 안내문이 많았지만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의 검색 끝에 지난 1월 “경구용 치료제 먹으니 쓴 맛 지속…타이레놀 함께 먹어도 괜찮아(아시아경제)”는 제목의 뉴스를 찾았다. 그 정보가 유일했다.
검색 이후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 팍스로비드 병용 금기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먹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뉴스 한줄과, 나름의 추정을 토대로 어머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타이레놀을 먹으면 된다”라고 말이다. 어머니가 몸살과 오한으로 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 팍스로비드 ‘병용금기약물’ 설명 ‘패스’...가족은 떨었다
하지만 새벽 1시경,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일었다. 팍스로비드 병용 금기 성분은 총 23가지 였다. “어머니가 과거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약물을 함께 복용했다면...”이란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병용 금기 약물에 대한 의사의 설명이 빈약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17일 기자와 통화 당시 의사는 “어머니가 류마티스 질환이 있는데 최근 2주 정도 약을 먹지 않았고 어떤 약을 드셨는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아직 확인을 못 했다”라고 말했다. 그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 팍스로비드를 처방한 약국의 약사는 어머니에게 “의사에게 물어보라”며 복약지도를 생략했다.
기자는 결국 새벽 시간에 팍스로비드 ‘병용 금기 약물’ 목록을 직접 확인해야 했다. ‘팍스로비드 전문가(약사)용 설명서’에 따르면, 병용 금기 약물은 드로네다론(심방세동), 라놀라진(협심증), 로바스타틴·심바스타틴(고지혈증) 등 23개 성분이었다.
피록시캄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서 의료진 판단하에 팍스로비드와 함께 복용이 가능했다. 다른 류마티스 약은 목록에 없었기 때문에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기자는 어머니가 어떤 류마티스약을 복용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팍스로비드와 병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 어머니가 ‘세인트존스워트’ 일반약을 복용했다면?
하지만 23개 성분 중 6개는 투약을 중단해도 팍스로비드 복용이 불가능했다. 6개 성분은 리팜피신(결핵), 세인트존스워트(불안, 우울증상) 아팔루타마이드(전립선암), 카르바마제핀(간질)), 페노바르비탈(간질), 페니토인(간질)이었다.
처음에는 어떤 성분도 어머니와 관계가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세인트존스워트는 달랐다. 세인트존스워트는 불안, 우울 뿐 아니라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해 광범위하게 쓰이는 약물이었다.
더구나 세인트존스워트 성분의 일반의약품은 DUR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Drug Utilization Review)에서도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DUR은 의사와 약사에게 의약품 처방ㆍ조제 시 금기 등 의약품의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전자 시스템이다.
일반의약품은 의사 처방이 없이 약국에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DUR에 투약 이력이 남지 않았다.
새벽 1시경, 기자는 어머니에게 노이로민정(유유제약), 마인트롤정(동국제약), 미시업정-골드(정우신약) 등 21개 세인트존스워트 성분 일반의약품 목록을 보냈다. “목록 중에 최근 복용한 약이 있느냐”고 말이다.
세인트존스워트 성분은 갱년치 증상 완화를 위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도 많았다. 어머니가 평소 건기식을 꾸준히 섭취해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 이유다. 최근에 복용했다면 팍스로비드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었다.
# ‘왜’ 환자 가족은 의사, 약사로 살아야 했나
다행히 어머니는 최근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한 일반 의약품 또는 건기식을 복용하지 않았다. 팍스로비드 이튿날부터 기침, 오한, 몸살이 호전됐다. 하지만 기자는 어머니 최초 확진 당시부터 때론 의사로, 때론 약사로 살면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처음부터 팍스로비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제 때에 어머니에게 팍스로비드를 처방했다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병용 금기 약물’을 꼼꼼히 확인했다면 고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팍스로비드를 처방한 약국의 약사 역시 제대로 복약지도를 했다면 보건소와 병원에 수차례 전화하거나 밤새 자료를 검색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기자는 몸살과 오한 증세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기자는 가족 확진 사례를 통해 팍스로비드 처방의 ‘민낯’을 경험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전염병에 걸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오미크론 광풍으로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시대가 찾아왔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씁쓸한 기분이 떠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팜뉴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 발간한 전문가(약사)용 팍스로비드 설명서를 기사의 하단에 첨부합니다. 해당 자료를 토대로 효과와 부작용 그리고 병용 금기 약물을 꼼꼼히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