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카운터 근절 철호의 기회’

30년 후 미래 약사상 구축에 전력해야 약료서비스 강화로 약사정체성 강화 필요

2004-03-11     유희정

[약준모 김성진 대표]



어느 날 약국 개국을 준비하는 약사들의 모임(이하 약준모) 게시판에는 글이 하나가 올라왔다.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으로 취업한 새내기 약사였다. 내용인 즉 약국에 면접을 보러갔는데 알고 보니 약사회의 임원이 운영하는 약국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약국에는 카운터가 있었고 그 약국장은 '카운터에게 잘 배우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약사회의 임원이라는 약국장에게 이런 말을 들은 새내기 약사는 충격을 받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글을 약준모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약준모는 이런 글을 접하면서 직선제로 선출된 회장이 활동하게 되는 이번 집행부에는 카운터를 고용한 임원이 선임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성명서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카운터 고용 대약 임원선임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약준모 김성진 대표를 만나보았다.

약국서 카운터 근절

"이번이 카운터를 없앨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성진 대표는 이번 만큼은 카운터를 고용한 약사가 대한약사회 임원으로 활동하게 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회원들의 뜻을 담아 선거를 치른 이번이 가장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카운터를 고용하고 있는 임원은 약 5%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카운터를 고용한 약국들은 대형약국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력이 되기 때문이다. 약사회 임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안정이 필수적인데 카운터를 고용해 그 만큼의 경제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활동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임원부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후배 약사들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한다.

"20대와 30대 초반의 약사들이 약국에서 비정상적인 것부터 배우게 되고 이로인해 자포자기와 도태할 우려가 많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약사로서 정체성 부분과도 연관돼 있다. 약대를 갖 졸업한 새내기 약사들이 약사로서 자부심보다는 "4년 후 졸업하고 나와 약국에 취직했더니 웬 아저씨가 약을 더 잘 팔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자신의 면허증이나 약사로서의 존재감 상실은 물론, 4년 동안의 공부가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카운터는 약대가 있을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만드는 약사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하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이번 집행부 구성에서만은 카운터를 고용하지 않고 모범이 될 만한 임원이 선임돼야 하며 대한약사회나 각 시도지부 집행부에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밝혔다.

약료서비스 강화 필요…교육시스템 개선

"약사들이 의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약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약료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김 대표는 이런 약료서비스의 강화야말로 약사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약에 대한 정보공개와 서비스가 강화된다면 약사로서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렇게 된다면 의사나 슈퍼에서 약을 찾지 않게 되며 일반의약품의 무시했던 정보들도 약사에게 물어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약사에 대한 이미지 변화와 지역에서 존경받는 약사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교육 부분의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 대다수가 약대를 졸업한 후 개업하고 있지만 이런 준비를 위한 약사교육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미 약대 교육도 약사고시를 위한 학원화 성격을 지녀 이에 대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약사회가 나서 약준모와 같은 모임들과 함께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약부외품, 비타민류, 동물의약품, 아로마 등 약국경영 다각화를 위해 필요한 교육을 경영이 어려울 때 언제든지 와서 듣고 약국경영에 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약대 6년제를 통해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어야 하고 보수교육과 연수교육을 통해 복약지도 등을 표준화하고 매뉴얼화 하는 방법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약사들이 자신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해 정보를 공유한다면 약사로서 신뢰 구축이 가능하다."

약준모도 현재 이런 고민들로 인해 건식이나 화장품 부분에 대한 경영적인 부분이 논의되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교육사업도 모색 중에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의사들보다는 약사들이 신뢰를 쌓아왔고 젊은 약사들이 약사사회를 위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이 선택분업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사들이 가만히 있는 것은 대세에 따라 국민과 함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약사들의 정체성이나 위상을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