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컬럼]의약품 부당거래 곳곳서 분출

설문결과 분업이전 보다 악화 50% 이상

2002-06-17     발행인 이원학

제약협회가 지난해 공정경쟁규약 개정에 이어 지난달에는 세부규정을 마련, 부당거래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세부규정 위반사례가 곳곳서 드러나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의 손길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본지의 인터넷홈페이지 팜뉴스 설문조사에서도 의약분업 이후 거래관행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제약협회는 정부의 약가인하 압력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공정한 거래풍토조성뿐이라며 회원사들로부터 공정경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각서까지 받아 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공개적으로는 제약협회가 요구하는 공정경쟁풍토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여전히 불공정거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약협회가 지난달 제시한 의료보험용의약품에 대한 공정경쟁규약 세부 운영규정에 따르면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샘플 량까지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세부 규정에는 의사에게 제공하는 샘플은 최소 단위로 1회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세부규정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은 의사들이 요구할 경우 샘플을 무더기로 제공하고 있다.

그나마 신제품은 물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기존 제품의 경우 샘플용이라고 표시되지 않은 완제품까지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사례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제약사 영업담당자들은 일부 의료기관 의사들이 샘플을 써 본 후 처방을 내겠다며 제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의약분업 이후 늘어나고 있는데 최소단위로 1회에 한해 제공하라는 공정경쟁규약 세부규정은 있으나 마나한 규정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의사에게 샘플을 제공할 때 평균 10개 이상 제공한다는 제약사들도 적지 않았다.

제약사들은 재고품으로 창고에 쌓아 두기보다는 의사에게 샘플로라도 제공해 처방전 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세부규약 위반을 감수하겠다는 대담성까지 보이고 있다.

이같이 업계의 현실과 공정경쟁규약 세부규정이 동떨어져 사실상 규약 자체가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의사들에게 5만원내외에서 식음료 및 기념품을 접대하라는 세부규정도 현장에서 거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의약분업이후 반짝했던 제약경기가 올해 들어 다시 위축되면서 현상유지를 위해서는 공정거래풍토가 조성될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이 같은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듯 본지 인터넷 신문인 팜뉴스의 설문조사(Live Poll)에 따르면 의약분업 이후 의약품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네티즌은 14%에 불과했으며 분업이전과 동일하다는 13%, 분업이전보다 악화됐다는 답변은 무려 50%에 달했다.

의약분업 시행 목적 중 하나가 의약품 유통거래 투명화였음에도 분업을 시행하면서 거래가 더욱 혼탁해졌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고 있어 이 역시 실패한 분업의 일면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설문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분업이후 제약사와 영업사원이 더욱 밀착됐으며 오히려 약국과 의료기관간에도 밀착되는 새로운 유형까지 등장, 그야말로 의약품거래를 둘러싼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각종 부당거래행위는 영업현장에서 뛰고 있는 영업사원들도 인정하고 있으며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가 오는 7월 1일자로 782품목의 의약품이 가격 인하됨은 물론 앞으로 최저 실거래가로 약가를 인하하겠다는 정부의 압박을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탈리아 정부에서는 약제비 절감차원에서 제약사들이 의사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학회까지 기존의 절반수준으로 줄이라며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늘어나는 의료비 절감책으로 약값 인하는 물론 제약사들의 과다한 판촉을 규제하는 것은 모든 국가들의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부당 거래로 외형을 유지하기보다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약제비 절감이라는 이슈 앞 전체 약업계가 제약산업호가 위태로운 선박을 어떻게 항해해 나가야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