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컬럼]식약청장 눈에 비쳐진 부서간 불협화음
이영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취임 2개월째를 맞아 청내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소리가 청밖까지 새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의 소감을 피력한 것은 식약청의 현주소를 압축한 것 같아 씁쓸하다.
이영순 청장은 3일 전직원을 대상으로 조회를 가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식약청 직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컴퓨터 게시판에 글을 올려 조회를 대신했다.
"6월을 맞이하며"라는 제하로 시작된 게시물에는 식약청장으로 취임, 2개월 이상이 지난 현 시점에서 느낀 점을 피력한다며 식약청 위상에 대한 대외적인 문제와 안전국과 평가부의 불협화음을 지적하고 있다.
청장은 직제상 안전국과 평가부로 나누어져 있어 상호견제 역할이 기대대지만 이 보다는 오히려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하고 전체적으로 평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청장의 지적에 대해 식약청 사람들은 평가부가 안전국의 직속기구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안전국의 정책에 의존하기 때문에 상호 협력이 기본이며 안전국장이 어떠한 리더쉽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식약청의 현실은 의약품안전국만 봐도 약무직 조차 국장 중심으로 결집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마지못해 끌려 다니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기본적으로 연구직에 속하는 평가부 사람들과 약무직에 속하는 의약품안전국 사람들은 민감한 현안에 대립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평가부 소속 연구직은 약무직이 기술적인 측면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행정 편의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며 불만을 품어왔다.
약무직 역시 연구직이 엉뚱한 고집을 부린다며 물과 기름 같은 존재들이었다.
여기에다 약무직간에도 최근 들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안전국과 평가부간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한다는 이영순청장의 지적은 당연한 것이다.
전임 양규환 청장과 박정구 차장이 불화설로 식약청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졌던 사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한동안 청내에서 직원간 화합이 話頭로 등장했었는데 조직전반에 여전히 불협화음이 존재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공무원세계는 위계질서에 의해 이루어지면 상사의 결정과 리더십에 하부조직이 따르도록 돼 있다.
信賞必罰과 위계질서가 확실한 식약청 조직에서 인사에 대한 반발이 장기화되고 부서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영순 청장은 반듯한 정부기관을 세우기 위해 信賞必罰의 원칙을 확립하고 엄격히 적용해 나가야 한다며 그 일환으로 업무성과가 우수한 부산청 소속 직원에서 표창을 했으며 근무상태가 극히 불량한 과장급 1명은 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직위해제를 취한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이 뚜렷이 드러난 현상에 대한 信賞必罰도 중요하지만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불만이 쌓여 가는 조직은 더욱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직책간에 갈등이 심화된 식약청이 상급자들은 자신의 욕심보다는 양보하는 자세로 마음을 비우고 포옹하며 하급 자들을 끌어안는다면 부서간의 갈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FDA를 꿈꾸는 식약청. 포장만 그럴싸하고 내용물은 별개 아니라면 그것은 정말 겉잡을 수 없는 위험천만한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직의 마인드가 변화되고 각 국별로 국장을 중심으로 결속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외형은 비대해져도 업무효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