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컬럼]제약·도매·요양기관만 배불린 분업
복지부, 불법·부당 거래 척결대상 입증
의약품 납품을 둘러싼 제약사-도매-요양기관간의 불법·부당 거래가 보건복지부 의약품 거래실태조사에서 재확인됨으로써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척결 대상임이 입증됐다.
복지부가 11일 발표한 품목도매 등 의약품거래실태 조사결과 내용을 보면 의약품 유통을 둘러싼 비리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비록 이번 조사대상이 부산지역과 대구지역 소재 도매상과 의료기관 및 약국으로 제한됐지만 전국적으로 만연돼 있다고 보면 확실할 것이다.
본지는 수차례에 걸쳐 발행인 컬럼을 통해 의약품 거래실태에 대한 비리 등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복지부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은 도매상이 품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최고 85%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받은 후 약국이나 의료기관에는 보험약가 상한금액으로 공급한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약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도입한 실거래가 상환제를 무색케 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이들 할인율을 도매업소 혼자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와 의료기관과 함께 나눠 먹는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월 3억원의 요양기관에 납품할 경우 제약사는 의료기관에 3억원의 현금을 상납하고 제약사는 특정 도매업소에 납품권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는 등 그야말로 약가 마진이 제약사 영업책임자, 의료기관 관계가 그리고 도매업소 등 3사람이 나눠 먹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거래가 상환제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보험약가 상한가격을 그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어 약가 거품이 제거되지 않는 것이다.
또 제약사가 일부 의약품을 특정 도매업소에만 공급함으로써 자율경쟁에 의한 가격인하가 차단되고 공개 경쟁에서 적정 가격으로 낙찰이 어려운 불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처방약 유통이 늘어나면서 다소 개선됐으나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특정 의약품이 지역 독점 도매업소에만 공급됨으로써 도매업소와 의료기관간의 불법 담합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이번에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도매상이 독점 판매의약품을 의사로 하여금 집중 원외 처방토록 유도한 후 문전약국에 상한가로 납품하거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직영약국을 운영하는 등 부당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밖에도 이번 조사에서는 도매업소간 도도매 행위의 폐단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이미 약업계에 만연된 것으로 복지부 역시 그동안 눈감아 준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복지부가 불법성이 드러나면 사법조치까지 강행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선 데는 약가 인하에 반발하는 제약업계에 족쇄를 채우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 의도가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의약품 유통을 둘러싼 문제점을 정부가 공식으로 인정하고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발표가 단순히 약가인하를 위한 1회용 압박용이 아니라 구조적인 유통비리를 개선하는
시발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요란스럽게 발표해 놓고 결과는 龍頭蛇尾격으로 끝난다면 전국적으로 만연된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영원히 개선될 수 없을 것이다.
분업시행으로 국민들은 고통받고 있는데 특정 제약사나 도매업소 그리고 요양기관만 배불린다면 의약분업 자체가 뿌리째 뽑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