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 대란’이 현실화된 분위기다. 특히 식약처가 인증한 보건용마스크(KF)가 품귀현상을 겪으면서 매점매석 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보건당국이 KF 계열 마스크 사용을 권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에 있어 보건용 마스크와 일반 의료용(일회용) 마스크와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이목을 끌고 있다. KF 계열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는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마스크 선택 폭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국내에서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7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는 28살 한국인 남성으로 중국 우한에서 청도를 거쳐 23일 밤 10시20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청도항공 QW9901편)했다. ‘우함 폐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원인이다. 최근 일부 온라인 판매자들은 마스크 사재기, 매점·매석 등을 통해 폭리를 취한 것이 드러났다. 마스크 가격이 열 배 이상 오르거나 오르기 전에 이뤄진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피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김 아무개 씨는 “7번째 확진자가 우리 지역에서 나왔다”며 “지난주 월요일부터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구입해 놓아서 부담이 없지만 지금은 KF 계열 마스크 가격이 세 배로 올라서 걱정이다. 구입한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이유로 주문이 취소된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마음이 더욱 불안하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마스크 대란’이 식약처가 인증한 보건용마스크(KF)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용마스크 종류는 'KF80', 'KF94', 'KF99'가 있다. KF94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차단하는 마스크다.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처는 우한폐렴 예방을 위해 KF94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2008년 국제감염증 저널에 발표된 “마스크 사용의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에 따르면, KF94 마스크는 일반 의료용(일회용)마스크에 비해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호주에 사스가 창궐한 기간 동안, 성인 94명은 의료용 마스크(surgical masks), 90명은 P2 마스크를 착용했다. 나머지 102명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 의료용 마스크와 P2 마스크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P2 마스크는 식약처가 인증한 K94와 같은 종류다. KF94 마스크가 호흡기 관련 바이러스 감염 예방 측면에서 의료용(일회용) 마스크에 비해 우월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의료계에서 의료용 마스크를 사용해도 우한폐렴 예방에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는 “사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기 때문에 우한 폐렴과 입자상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병원 의료진들이 많이 쓰는 것이 다소 헐렁한 모양의 의료용 마스크다. 의료용 마스크로도 우한 폐렴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연구 결과다”고 분석했다.

약사사회에서는 마스크 대란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더욱 폭넓은 마스크 선택권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의 이동근 정책팀장은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는 KF94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라고 권고중이지만 연구결과는 이와는 반대로 나타났다”며 “마스크 종류가 호흡기 관련 바이러스 감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재기 여파로 KF 계열 마스크가 동이 나있다”며 “마스크가 없어서 문제를 겪는 환자들도 많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일회용 마스크도 우한폐렴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착용하도록 또 다른 선택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F94 마스크와 의료용 마스크의 가격은 차이가 상당한 상황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반 의료용 마스크는 1개당 약 400원인 반면, KF94 마스크는 약 2500원이다. 심지어 매점매석, 사재기 등으로 KF94 마스크 가격은 폭등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처가 취약계층을 위해서라도, 의료용 마스크 사용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답변 미루기’로 일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보건복지부) 자원관리과 관계자는 “마스크 지원 업무를 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문의해달라”고 답했다.

하지만 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우리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팜뉴스는 식약처에 지난달 31일까지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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