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신약을 일찌감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혁신신약 개발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개량신약 약가우대제도’ 폐기를 검토 중인 정부에게 개량신약이 혁신신약 개발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제약사에게도 방향성을 제시할 롤 모델로 자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안에 천연물 유래 유방암 치료제 ‘PLK-1 저해제’의 임상 1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할 예정이다. PLK-1 저해제는 유나이티드가 지난 2015년 서울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 한국화학연구원 공동 연구팀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신약후보물질이다.

유나이티드제약의 PLK-1 저해제 임상 신청 계획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회사의 첫 번째 혁신신약 개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 10여년간 개량신약에 집중하고 매출 구조를 탄탄하게 하면서 R&D 역량과 투자 여력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이번 유나이티드의 신약개발 착수가 대내·외에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혁신신약의 임상부터 허가·판매까지 최소 10~15년의 기간과 대략 300~500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되지만 성공을 담보하진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중소제약사들이 웬만한 자신감 없이는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은 상황.

반면 개량신약은 한정된 기간과 비용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연구·개발 역량도 키울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량신약이 혁신신약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평가받는 이유다.

앞서 유나이티드제약은 2010년 소염진통제 ‘클란자CR정’을 시작으로 항혈전복합제 ‘클라빅신듀오캡슐(2012년)’, 항혈전제 ‘실로스탄CR정(2013년)’, 급성기관지염치료제 ‘칼로민정(2015년)’, 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 ‘가스티인CR정(2016년)’, 진해거담제 ‘레보틱스CR서방정(2017년)’, 항혈전제 ‘유니그릴CR정(2018년)’ 등을 시장에 내놓으며 R&D 역량 증대와 매출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에 따라 2015년 1,620억원이었던 이 회사의 매출은 2016년 1,770억원, 2017년 1,970억원, 2018년 2,119억원으로 연평균 10%대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 1,645억원의 매출을 기록, 2,100억원 고지 재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처럼 개량신약의 실적이 꾸준하게 향상되면서 매출 구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13년 8.3%에 불과했던 개량신약의 매출 비중은 2018년 34%로 4배 이상 확대됐다.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아 속단할 수 없지만 기관지염치료제 ‘칼로민S’, 고지혈증치료제 ‘오메틸큐티렛’ 등 신규 품목이 라인업에 가세한 만큼 개량신약의 매출 비중이 40% 선까지 도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개량신약의 비중을 50% 이상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나이티드제약이 그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왔던 개량신약과 더불어 오랜 연구·개발 기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혁신신약에도 도전을 선언했다. 혁신신약에 투입되는 연구·개발 인력과 비용으로 유망한 개량신약을 여러 개 개발할 수 있지만 회사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중장기 R&D 전략 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인데도 개량신약을 현금 창출원으로 삼아 혁신신약 개발을 추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량신약의 진보성과 가치 평가에 인색했던 정부의 시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