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신약 약가우대 개편안’으로 인해 제약사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개량신약의 가치를 지나치게 간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국내 제약사들의 개량신약 매출을 분석해보니 개량신약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 고시안을 공개했다. 동일성분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시행하던 이른바 ‘3개사 이하 가산제도’에서 복지부의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가산이 무한정으로 유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개정안은 제네릭과 개량신약 약가 우대제도를 최대 5년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다.

문제는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동일시’ 했다는 점. 약가 규제 개편안에서 정부가 개량신약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있다는 인식이 엿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이런 ‘규제’는 달가울 수가 없다”며 “제약산업 특성상 규제 당국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기업들은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시판되는 약들을 좀 더 쓰기 편리하고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개량신약과 제네릭을 같은 관점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진보성을 입증한 개량신약에 대해 약가규제를 제외하겠다는 풍문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제약업계의 우려는 극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량신약이 지닌 ‘잠재력’은 얼마나 될까.

최근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발표한 ‘개량신약 허가사례집’에 따르면, 개량신약제도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지난 2019년 11월까지 총 112개 품목이 허가됐다. 구체적인 허가현황을 살펴보면 ▲유효성 개량 62개 품목(55.4%) ▲유용성 개량 39개 품목(34.8%) ▲의약기술의 진보성 인정 7개 품목(6.3%) ▲안전성 개량 4개품목(3.5%)의 순으로 나타났다.

개량신약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안전성(부작용 감소 등), 유효성(치료효과 상승 등) 및 유용성(복약순응도 및 편리성 등)에서 이미 허가‧신고된 의약품보다 개량되었거나 의약기술면에서 진보성(이성체 등)이 있다고 인정된 의약품이다.

허가된 개량신약의 90%가 유효성 및 유용성이 개선된 점을 봤을 때, 개량신약은 환자들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투약을 가능하게 하고 실제 제약사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상위 제약사의 지난 3년간(2017~2019년) 개량신약 매출액(원외처방 기준)을 분석한 결과, 총 7개사 10개 품목 기준 ▲2017년 911억 4천1백만원 ▲2018년 1066억 7천8백만원 ▲2019년 1344억 7천7백만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미약품의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은 2010년 허가된 이후 꾸준한 매출액을 기록하며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모잘탄은 ▲2017년 645억 4백만원 ▲2018년 667억 3천3백만원 ▲2019년 736억 2백만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2017년에 개량신약으로 허가된 ‘아모잘탄 플러스’의 경우 이듬해인 2018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무려 14배 이상 증가했다. 이 제품은 ▲2017년 6억 2천2백만원을 기록했으나 ▲2018년 91억 3천5백만원 ▲2019년 175억 1천5백만원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것.

개량신약으로 허가된 후 매출액이 급등한 품목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동제약의 항고혈압제 ‘투탑플러스’는 ▲2017년 7천3백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018년 20억 8천1백만원 ▲2019년 44억 1천7백만원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량신약으로 허가된 2017년 이후, 다음 해인 2018년엔 매출액이 전년 대비 무려 28배나 증가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또한, 2017년 이전에 개량신약으로 허가된 제품들에서도 매출액이 꾸준히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5년에 개량신약으로 허가된 대웅제약의 ‘안플원’(2017년 120억 8천만원, 2018년 126억원 2019년 170억 7천1백만원), 동아에스티 ‘슈가메트’(2017년 35억 4천만원, 2018년 46억 4천7백만원, 2019년 82억 2천6백만원), 제일약품 ‘안프란’(2017년 66억 3천3백만원, 2018년 77억원 8천6백만원, 2019년 92억 2천9백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에 허가된 종근당의 ‘듀비메트’(2017년 5억 2천4백만원, 2018년 9억원 7천8백만원, 2019년 13억 6천6백만원)는 매출액 자체는 크지 않았으나 높은 성장률이 눈에 띄었다.

특히 동아에스티의 ‘슈가메트’와 종근당 ‘듀비메트’의 지난해 매출은 2017년 대비 각각 35억 4천4백만원에서 82억 2천6백만원, 5억 2천4백만원에서 13억 6천6백만원으로 2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개량신약 개발은 신약 개발만큼은 아니더라도 제약사가 기술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분야다”며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약한 국내 제약사들은 개량신약 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일부 제약사는 이렇게 개발한 개량신약을 오히려 해외에 수출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잠재력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부광약품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개량신약 ‘덱시드정’은 지난해까지 연간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4개국에서도 시판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개량신약의 장점을 고려하지 않고 보건 당국의 약가 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보건 당국은 개편 세부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장을 밝히는 데에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논의하고 있는 약가규제 개편안은 개량신약만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다”며 “약가 가산제도 전체를 개편하는 것이며, 아직 구체적인 개선안은 발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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