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비만약 ‘삭센다’를 홍보한 의료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사 사회는 이번 결정을 수긍하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사실상 삭센다의 전문의약품 광고를 열어줬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심지어 약사 사회에서도 재판부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전문의약품 대중 광고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삭센다’를 거론하면서 ‘주사로 살빼기’ ‘효과적인 체중감량과 식욕억제방법’ 등의 문구를 게재했지만 법원이 이를 전문의약품 광고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전문의약품광고는 엄격히 금지돼있지만 재판부가 유독 삭센다에만 빗장을 열어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명시적으로 삭센다 홍보 문구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이 반복되면 검찰이 앞으로 삭센다를 광고한 의료인들에 대한 기소를 주저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주사로 살빼기! 삭센다 치료법은 미국FDA에서 승인받은 세계적 제약사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체중감량+식욕억제방법이다”라고 홍보했다.

또 “삭센다로 비만치료! 삭센다로 싹뺀다! 하루한번 간편한 삭센다 치료법”, “이벤트01-삭센다 5+1 이벤트 진행중! 이벤트02-H, I 증정 이벤트!”등의 내용과 함께 삭센다의 원리, 주사방법 등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광고했다.

삭센다가 전문의약품으로 약사법 제68조에 따라 인터넷, 신문, 방송 등 대중광고가 금지돼있는데도 버젓이 광고 행위가 이뤄진 것.

물론, 법원이 아무런 근거 없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아니다.

법원은 구체적으로 “A 씨는 홍보 문구 외에도 홈페이지에 ‘개인의 체형, 체중, 체성분과 체질에 맞게 삭센다의 용법용량을 처방한다’는 내용을 게재했다”며 “실제로 내원한 환자의 체중, 체질량 등을 검사한 후 환자를 대면진료한 다음 위 의약품을 처방‧판매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 씨가 비만치료를 위해 삭센다를 처방할 것을 전제로, 의료기술과 의료행위 등에 관한 광고, 즉 의료법상 ‘의료광고’에 해당한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전문의약품 광고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약사사회에서는 재판부가 '현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전문의약품은 오로지 의료인 등 전문가의 의학적 고려에 의해서만 선택돼야 한다. 현재 전문의약품 규정 광고를 엄격히 금지한 이유”라고 “전문의약품 광고가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취지다. 병원 복도에도 삭센다 관련 포스터가 붙어있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블로그나 홈페이지는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비만에 대한 고민 때문에 홈피에 방문한 환자들에게 ‘삭센다로 싹뺀다’같은 광고 문구는 전문의약품 광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삭센다 문구가 명시된 광고는 ‘의료광고’가 아닌, 전문의약품 광고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것.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병의원의 무분별한 삭센다 처방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전망도 들리고 있다.

앞서의 변호사는 “삭센다는 비만치료제지만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오프라벨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더구나 의사를 대면하는 일조차 없이 주사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의 결정으로 광고 급증으로 인한 삭센다의 오프라벨 처방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 보건당국은 그동안 홈페이지 등 온라인을 통해 삭센다를 광고한 의료기관들을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없이 적발해왔다. 법조계 일각에서 이번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될 경우, 삭센다 불법 광고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한편 노보노디스크 측은 이번 판결이 삭센다의 오프라벨 처방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에 대해 향후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더욱 강화해나간다는 입장이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삭센다는 비만 전문 치료제다”며 “과도한 처방이나 무분별한 전문의약품 광고를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HCP(보건의료전문가) 상대로 지속적으로 관련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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