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최근 개설한 ‘의료기기정보포털’ 사이트가 출범 1주일 만에 부정확한 정보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민과 의료계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사이트로 홍보됐지만, 정작 회수량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허점’이 가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들려온다.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는 국민과 의료기기 기업을 위한 의료기기 정보포털 사이트를 개설했다. 식약처는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허가 의료기기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특히 의료기기정보포털 사이트의 안전성 정보 메뉴에서는 ‘회수대상’ 의료기기의 현황 확인도 가능하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그동안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의료기기 역시 품질 부적합 등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에 나서왔다.

문제는 의료기기 정보포털 사이트의 ‘현황’이 불일치한다는 점이다.

 

▲ 표1 [출처 : 식약처 의료기기정보포털]
▲ 표2 [출처 : 식약처 의료기기정보포털]

[표 1, 2]에서 볼 수 있듯이 의료기기정보포털 홈페이지에 의료기기 회수량이 ‘0’건인 품목이 상당수 존재한다.

실제 한국로슈진단의 면역화학검사시약의 경우 회수대상량은 660건, 회수량은 0건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실상은 ‘0’건이 아니다.

회수절차를 직접 담당한 식약처 서울청 의료기기안전과 관계자는 “면역화학검사시약의 회수량은 0건이 아니다. 회수대상의료기기 목록은 과거에 만들어진 계획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라며 “의료기관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확인서를 제출한다. 다만 계획서를 만들 때 곧바로 확인서를 받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확인서가 없기 때문에 회수대상의료기기 목록에 올라가 있는 것들 중에는 회수 시점에서 이미 판매가 된 지 몇 년이 지난 것도 있다”며 “일회용도 많고, 이미 소진된 것도 많다. 그래서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업체에게 계획서 제출만을 요구하고 추후에 ‘확인서’를 받지 않는 절차상 문제 때문에 의료기기 정보포털이 정확한 회수량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누구나 손쉽게 회수대상 의료기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한 답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드윈의 주사기 역시 품질부적합 명령으로 회수 조치 대상이 됐다. 회수대상량은 2600건, 회수량은 0건이다.

경인청 의료제품안전과 관계자는 “0건이 아니다. 현재 회수가 진행 중이나 아직 종료보고를 하지 않은 품목일 것”이라며 “일반인들이 보는 화면과 담당자가 보는 화면이 다르다. 때문에 현재 회수가 진행 중인 품목들의 회수 현황은 포털창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 회수 절차를 담당 중인 실무자가 스스로 식약처 의료기기 정보포털의 오류를 인정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식약처 의료기기관리과에서는 실무자들의 증언에 대해 ‘오락가락’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는 점이다.

식약처 의료기기관리과 관계자는 “회수량이 0으로 표시된다는 것은 실제로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해당 의료기기는 일회용품이다. 사용한 병원에서 일일이 수량을 파악해야만 회수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 보통 병원에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경우엔 회수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앞서 실무자들의 증언과 달리, 의료기기 포털 사이트가 회수량 ‘0’건이라는 수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회수량이 0건으로 기록된 품목은 아직 회수가 진행 중이지만 종료보고가 완료되지 않은 품목일 것이다”며 “회수 현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회수 업체 스스로 회수 ‘종료’ 보고나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회수 ‘현황’을 반영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앞서 실무자들과 같은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식약처 산하 지방청의 담당자들이 지적한 동일한 문제점에 대해, 식약처 내부에서도 엇갈리는 해명을 하고 있는 것.

심지어 식약처 측은 팜뉴스 취재 과정에서 의료기기정보포털의 회수량을 ‘수정’하기도 했다.

맥스타산업의 사지압박순환장치는 회수대상량이 0건으로 표기돼있다. 애초에 회수대상량이 없는 상태로 내용이 게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서 회수대상량을 0으로 오기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팜뉴스 취재진이 ‘회수대상량 0건으로 기록된 점이 사실인가’라고 수차례 질의하자, 경인청 의료제품안전과 측은 사지압박순환장치의 회수대상량을 0건에서 300건으로 정정했다. 의료기기정보포털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식약처를 향해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국민을 위한 의료기기정보포털이 현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환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의료기기를 통해 수술을 받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부정확한 정보는 국민을 우롱한 것임은 물론 환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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