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와 의료단체가 펜벤다졸 복용 금지 권고를 내린 가운데 약사 유튜버가 동물용 구충제 항암 효과 검증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충제 복용 환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해 주목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건당국이 구충제 이슈 검증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줄곧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란 이유로 펜벤다졸 복용 자제를 권고해왔다.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 역시 임상적 근거도 없고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펜벤다졸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대다수 의약사들은 그동안 펜벤다졸을 포함한 동물용 구충제에 대해 ‘복용금지’ 태도를 견지해왔다.

하지만 유튜브 세상에서는 다르다. 구충제 항암 이슈를 적극적으로 증명하려는 전문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A 약사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구충제 항암목적 사용에 대한 효과 조사 결과분석’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A 약사가 펜벤다졸과 알벤다졸을 복용한 암환자 108명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

A 약사는 성별, 나이, 암종, 암의 중증도에 따라 암환자들을 구분하고 동물용 구충제 복용법 및 기간, 종양 지표 변화, 자각증상, 부작용에 따라 설문의 내용을 꾸렸다. A 약사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암환자들의 구충제 복용기간은 1주 이상~3개월 미만이었다.

A 약사는 영상에서 “설문 조사 결과 암환자 46명은 병원 치료를 전혀 받고 있지 않고 있다. 이중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 환자는 6명이었다”며 “설문에 응답하지 않거나 해당사항(자각증상이 원래 없었을 경우)이 없는 환자들은 31명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6명 중 이들을 뺀다고 해도 환자 15명 중에 6명이 종양 크기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40%의 비율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A 약사는 또 “46명 중 23명이 증상에 대한 개선이 있었다고 답했다”며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20명 중 10명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데이터만 보더라도 구충제가 암환자에게 유익함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암환자들의 종양 크기가 줄어들거나 증상이 개선됐기 때문에 구충제에 항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

주목할 만한 사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A 약사의 데이터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정부와 의료단체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인데도 A 약사가 의미 있는 데이터 분석을 했다”며 “암환자들이 솔직하게 응답한 것이 사실이라면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항암 효과가 있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향후 데이터가 더욱 중요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A 약사가 영상 속에서 분석한 ‘중증도별 종양 크기 변화’에 따르면 4기(77명) 환자들이 설문에 가장 많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약사는 “77명 중 종양 크기가 감소한 환자는 6명이었다”며 “4기 환자에게 구충제 효과가 두드러졌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3기 환자 9명 중에 2명의 종양 크기가 줄어든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해당없음(5명) 환자를 빼면 절반 정도의 환자가 종양 크기가 줄었다고 대답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병원치료를 전혀 받지 않고 구충제를 복용한 4기 환자는 12명이었다. 이중 3명이 종양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3기 환자는 응답한 2명의 환자가 종양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단기간이지만 구충제 효과가 전무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데이터가 설문조사를 통해 도출되고 있다는 게 A 약사의 의견이다.

A 약사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3일 복용하고 4일 휴약한 환자들 중에 부작용 수는 25명, 휴약 없이 복용 환자는 19명이었다”며 “복용형태에 대해 응답한 환자 64명 중 43명이 부작용이 없었다. 3명 중에 2명의 비율”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내성이다. 암세포는 자신과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는 약물에 대해 끊임없이 저항한다. 항암제 내성은 암세포가 항암제에 대응해 유전자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항암제의 공격을 피해 항암치료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이 구충제 복용 3개월 이후의 설문 조사 결과를 기대하는 이유다.

앞서의 전문의는 “사실상 관건은 내성이다”며 “항암제 약물내성 기전 중엔 P-당단백질(P-glyco- protein)에 의해 약물을 토해내는 기전에 의한 약물 내성이 많다”고 밝혔다.

암세포의 세포막에 PGP라는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하면 세포내로 유입된 항암제가 세포 밖으로 배출된다. 세포내의 항암제 농도를 저하시키는 방식으로 약제에 내성을 일으키는 것.

이 전문의는 “동물실험 결과를 보면 펜벤다졸은 P-당단백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환자들 중 펜벤다졸 복용 사례가 다수인 것을 보면, 향후에 약물 내성이 없거나 적을 가능성이 있다”며 “3개월 후의 데이터가 기대되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물론 A 약사는 동시에 구충제 복용 이후 상태가 악화된 사례도 소개했다. 구충제를 복용했지만 종양 크기가 증가하거나 전신으로 퍼진 환자들의 사례를 공개했다. 펜벤다졸을 3주 복용한 환자들 중에서도 통증이 감소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환자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A 약사는 “부작용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구충제 단독 투여에서도 증상개선을 보이는 사례가 있었다. 구충제를 오래 섭취할수록 반응도 좋았다”며 “데이터에 따르면 구충제가 암환자에게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가가 나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도록 약효를 증명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이 펜벤다졸과 메벤다졸의 항암 효과 논란에 대한 검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역시 보건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의 전문의는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해 셀프임상을 하고 후기를 보고하고 있다”며 “일종의 RWD(리얼월드데이터)나 다름없다. 식약처가 임상이 없다는 이유로 ‘복용금지’란 정답을 내려 전문가 집단 전체가 복용금지란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사가 환자들에게 답을 주려는 것”이라며 “보건당국이 처음부터 구충제의 동물실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전문가집단을 리드했다면 여론의 양상은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다. 보건당국의 태도가 아쉬운 이유”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중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어떤 전문가도 구충제의 부작용이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구충제에 대해 과학적 실험이나 임상을 진행하라는 것은 오히려 국민을 또 다른 위험에 빠뜨리는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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