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욱 사장(한국화이자)

반세기 전인 지난 1969년 인류는 최초로 달 표면을 밟았다. 그 해 미국이 발을 내딘 곳은 또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화이자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이다. 당시 한국의 헬스케어 환경은 황무지 그 자체였다. 한국화이자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지금의 환경을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꽤나 많은 성과를 이루기도 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다는 게 한국화이자가 생각하는 현재 기업의 포지션이다. 다국적제약기자모임은 이 회사 오동욱 사장을 만나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화이자가 그간 국내 환자와 의료계에 전한 발자취를 돌아보고, 급변하는 국·내외 제약 업계에 대한 인사이트와 이에 발맞춘 향후 경영 전략 및 비전을 들어봤다.

 

≫ 한국화이자 50년사에 대해 소개해달라.

한국화이자는 지난 1962년 한국 기업과 제휴해 처음 국내에 진출했다. 이후 1969년에 중앙제약과 합작해 한국화이자로 상호변경을 하면서 회사의 첫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화이자의 모태 자체는 항생제를 만들던 기업이다. 이는 글로벌 합병인수를 통해 규모를 합하고 분리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인수가 ‘리피토’를 개발했던 워너-램버트다. 워너-램버트와 합병해서 ‘리피토’ 같은 심혈관계 파이프라인을 확보했고 ‘쎄레브렉스’로 유명한 파마시아-업존과 합병해서 통증이나 안과질환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

과거에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쎄레브렉스’, ‘리피토’, ‘비아그라’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이들 블록버스터 제품들은 회사 전체 매출의 상당부분을 이끌었다.

그러나 저분자 화합물의 생산에 대한 기술 격차가 줄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스페셜티 케어의 백신과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분자량이 큰 단백질(macro molecule)로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다. 바로 화이자가 지속적인 조직변화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이유다.

회사는 10년 전 와이어스와 합병으로 대표적인 생물학적 제제인 ‘엔브렐’과 ‘프리베나’, 항암제들을 인수하고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보통 인수 합병을 하면 회사에서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또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은 별도로 챙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물약품 사업이다. 화이자에서 ‘조에티스’라는 동물약품 회사를 별도 법인으로 스핀오프(spin-off)한 이유다.

최근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화이자업존으로 법인을 분리한 것 역시 급변하는 업계의 환경에 맞춰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두 회사는 신약 개발에 기반한 혁신의약품과 특허만료 브랜드 의약품 및 제네릭 의약품을 각각 관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컨슈머헬스케어의 경우 GSK와 합작투자를 통해 대규모의 컨슈머 헬스케어 비즈니스 역량를 갖추게 됐고, 상호보완성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 반세기 동안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 준 화이자의 세 가지 의약품을 꼽는다면?

개인적으로는 ‘리피토’, ‘입랜스’, ‘프리베나’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리피토’는 급증하는 고지혈증 환자들이 심혈관 질환으로부터 치료가 가능하게 한 상징적인 약이다. 특히 리피토는 특허만료 후에도 ‘계속 성장한 제품’, ‘최다 처방의약품 실적’이라는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화이자의 상징적인 제품이다. 표적항암제 ‘입랜스’의 경우 화이자가 추구하는 혁신, 스페셜티케어 영역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의약품이다. 단순히 생명만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대표적인 약이다. 급여 과정에서 많은 일도 겪었지만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마지막으로, ‘프리베나’는 인류의 건강에 한 획을 그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깨끗한 수돗물’ 다음으로 영유아의 생존에 가장 많이 기여한 제품으로 불릴 만큼 가치 있는 약이다. 최근에는 성인으로도 적응증이 확대돼 폐렴구균이라는 치명적인 질환을 예방한다는 면에서 인류의 복지 향상에 기여했다.

≫ 향후 이윤과 윤리의 균형을 맞추면서 어떻게 혁신을 추구할 것인지?

‘환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하는 게 우리의 목표와 가치다. 회사가 과거에는 고객 중심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면 이제는 환자를 최우선으로 놓고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을 기업의 최고 가치로 여기고 있다.

의료계는 굉장히 독특한 구조다. 최종 소비자는 환자이지만 어떤 약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의학적 지식을 가진 의료관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회사도 따로 있고 약값을 부담하는 건강보험공단은 또 별도다. 이는 한국화이자가 협회, 의사단체, 환우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이유다. 그래야만 환자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화이자에서 구상하고 있는 ‘환자의 참여’는 신약 개발 단계에서부터 그들의 의견을 담아 내는 것이다. 과거처럼 의료전문인의 의견만 반영한다면 회사는 화학요법제 개발에 집중하겠지만, 이제는 실제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담아내 신약 개발의 방향을 정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실제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고 여기에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신약 개발 방향을 정하는 것이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의 목표와 일치한다.

≫ 취임 이후 4년간 가장 좋았던 일과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현재 사회는 ‘VUCA’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 옛날에는 리더들이 답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소수의 엘리트들이 만나 의사결정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경험이 있더라도 해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한 두 명의 똑똑한 리더가 결정하는 것보다 집단 지성을 이루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현재의 방법이다. 의약품 허가나 특허, 김영란법과 같은 컴플라이언스 측면 등을 봤을 때 10년 전과 비교하면 제약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렇게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것들이 생겨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고민을 통해 방법을 찾아냈던 것이 좋았던 것과 힘들었던 것 모두를 아우르는 것 같다.

실제 위험분담제(RSA)가 좋은 사례다. 참조가격제 때문에 약가에 대한 격차를 줄이는 게 어려웠지만 위험분담제 도입을 통해 절충안을 찾을 수 있었다. ‘입랜스’와 같은 혁신 신약이 약가 절충안을 찾아 환자들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켰을 때 자부심과 가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이런 변화나 환경 속에서 방법을 찾고 결과를 만들어 냈을 때 희열을 느끼고 자부심을 느낀다. 고생하고 어려운 만큼 기쁨도 큰 것 같다.

≫ 합리적인 조직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결국 좋은 인재 보유와 성장이 좋은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건 사람이기 때문이다. 화이자 ‘BOLD MOVES’의 대표적인 미션 중 하나는 ‘합리적인 간소화(Simplicity)’를 추구하는 것이다. 과거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반복적인 미팅과 부가적인 업무를 과감히 없애고 정말 필요하고 의미있는 일을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화이자에서는 주 52시간 제도 시행과 더불어 기존에 도입했던 유연근무제에 이어 스마트 워크 (집중근무제, 오프사이트(Off-site근무제)를 시작했다. 우리 회사에는 많은 워킹맘들이 있기 때문에 코어 근무 시간인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를 제외한 시간에는 팀과 상의하여 효율적으로 업무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매주 금요일은 재택 근무를 허용한다.

회사는 결국 정말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에 결과를 만들면 된다. 그저 자리만 지키다 시간만 버리고 가는 미팅은 모두 지양하고 있다. 또한 직원 복지와 커리어 개발을 위해 회사가 투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본사와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러한 혜택 제공을 통해 직원들을 좀 더 ‘engage’ 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BOLD MOVES’의 미션 중 하나다.

≫ 향후 한국화이자의 포지셔닝 및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해달라.

한국화이자는 글로벌 화이자의 사업구조를 효율적으로 정비하고자 내부 법인 체제를 신약 개발에 기반한 혁신의약품에 중점을 둔 한국화이자제약과 특허만료 브랜드 의약품 및 제네릭 의약품을 제공하는 한국화이자업존 두 법인으로 재편해 각각의 영역에서 성장 잠재력을 더욱 잘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각 사업부문이 보유한 다양한 의약품 파이프라인과 치료제를 기반으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시의적절하게 치료제를 제공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갈 지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이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역할이나 책임은 변함없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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