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라니티딘 회수 비용을 두고 제약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회수비용과 관련해 특정 제약사가 비협조적이라며 사실상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인데, 해당 제약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망신주기’식의 해결방법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최근 라니티딘 회수 비용과 관련, 비협조적인 제약사에 대해 향후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웅제약과 일동제약이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 제약사로 지목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졸지에 도마에 오르게 된 두 회사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거래를 하고 있던 약국, 도매업체와 개별적으로 품목 회수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도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처럼 비춰지고 있어 억울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최근의 유통협회 입장에 대해서는 모두 구체적인 말을 아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현재 해당 부서와 논의 중이며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동제약 관계자 역시 “유통협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에 대해 개별 제약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개별 거래처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로 말은 못하고 있지만, 다수의 제약사들은 유통협회의 대응 방식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와 거래처가 직접 해결해야 할 영역인데도 불구하고 유통협회가 나서 특정 제약사를 겁박해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얻어 내려고 하고 있다는 것.

특히 유통협회가 ‘요양기관 공급가에 회수 비용 3% 추가’를 못 박아 놓고 협의를 종용하고 있지만, 실제 라니티딘 사태가 제품의 제조·생산 과정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 아닌 만큼 일방적으로 제약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태도에도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별 제약사가 유통협회의 조건을 수용하면 이는 향후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인 데도, 정작 제약바이오협회는 회원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

한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유통협회가 강압적인 방식으로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 때문에 개별 제약사 보다는 제약바이오협회가 나서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게 맞다”며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회원사에 협회가 힘이 돼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각인되면 내부 결속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약바이오협회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의약품 회수문제는 사인 대 사인 간의 계약관계인 만큼 협회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안정적인 의약품 유통을 위해서라도 제약업계와 유통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말뿐인 것.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라니티딘 사태는 관련 직능단체와 정부가 함께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면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관련 직능단체를 불러 모아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사들의 바람은 현실화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회와 마찬가지로 식약처도 이번 사안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라니티딘 회수 비용 문제는 시장경제의 영역인 유통 마진이 핵심이다. 사인 대 사인의 문제인 만큼 식약처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다만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만큼 면밀하게 상황을 파악해서 여러 해결 방안을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