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이 막을 내린 가운데 의원들이 기록한 성적표를 향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최도자, 김순례, 진선미, 남인순 등 여성 의원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1일 열린 종합국감이 끝난 순간,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의원들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갔다. 일부 보좌진들은 이번 국감을 ‘맹탕국감’으로 결론 내리면서도 ‘군계일학’의 면모를 보인 여성 의원들을 주목했다.

# ‘숫자왕’ 진선미, “데이터는 곧 팩트, 탈탈 털어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숫자왕’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가 질의를 할 때마다 ‘숫자’가 국감장을 도배할 정도였다.

진 의원은 7일 보건복지부 국감 당시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병원 12곳의 진료기록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진료기록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피해를 입증하지 못해 엘러간 보상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진선미 의원은 진료기록부 보관 행태가 ‘엉망’이란 증거로 구체적인 숫자를 보여주면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압박했다. 특히 진 의원이 “한 성형외과 개원의는 사망후 1만 3000여건이 넘는 진료기록을 배우자가 가지고 있었다”고 언급한 순간, 국감장의 모든 시선이 그를 향해 쏠렸다

복지위 관계자는 “진선미 의원실 자료에선 그야말로 열정이 보였다”며 “다른 보좌진은 대충 넘기는 자료를 새로운 관점으로 파고들어 탈탈 턴다. 인공유방 보형물 관련 내용은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질의였다”고 평가했다.

# ‘추격왕’ 남인순, “끝까지 간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국감 내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장본인이다. 그는 복지부 국감 당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와 같이 효과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은 의약품이 건강보험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향한 ‘선전포고’를 날린 셈이다.

남 의원은 21일 열린 종합국감에서도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재평가 카드’를 재차 꺼내들었다. 남인순 의원은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 청구액만 2700억원이다. 성분별 청구순위는 2위다”며 “국민에게 치매 예방약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다르다. 재검토를 하겠다고 했는데 신속히 추진되고 있는가”라고 박능후 장관과 이의경 식약처장을 향해 질의했다.

특히 심평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통해 박능후 장관에게 따져 물은 점은 국감의 명장면이었다. 남인순 의원은 “심평원을 통해 답변을 받은 결과, 관련 학회에서 세 가지 적응증 중 두 가지 부분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의 반복된 질의 탓에, 보건복지부는 결국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해 11월말까지 재평가 리스트를 작성하고 내년 6월까지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남인순 의원의 ‘입’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란 키워드가 나올 때마다 업계가 긴장을 감추지 못한 이유다.

# 증거왕 최도자 “백문이 불여일견(不如一見)”

국감에서는 증거가 중요하다. 기관장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한방’이 곧 증거다. 18일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 당시 리얼돌을 들고 나와서 뭇매를 맞았지만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달랐다. 시각적인 증거를 적극 활용해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은 것.

최도자 의원은 8일 열린 식약처 국감 당시 일회용 점안액을 직접 가져왔다. 그는 점안액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일회용 점안액이다. 한 번 사용한 이후 다시 꼽으면 다음에 또 사용할 수 있다”며 “점안액을 다시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쓰면 어떻게 되나, 결막염에 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허를 찔린 표정으로 최도자 의원의 손안에 있는 일회용 점안액을 주시했다.

일회용 점안액은 종합국감에서도 화두에 올랐다. 최도자 의원은 식약처 답변 내용을 지적하면서 “식약처로부터 개선 방안을 보고 받았는데 의지가 전혀 없다”며 "식약처가 제시한 교육과 홍보, 일회용 문구, 정책연구 등은 이미 언급해왔던 부분이다. 일회용 점안제 리캡(재사용) 용기를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확답을 달라“고 이 처장을 몰아세웠다.

결국 이의경 처장은 현장에서 즉각 “리캡 생산금지 대책을 시행하는데 따른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 빠른 시일 내에 리캡 생산이 금지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복지위 한 관계자는 “최도자 의원실의 질의는 늘 새롭다. 기존에 했던 것을 점검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가 계속 나온다. 질의를 할 때마다 기대를 모으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 이슈왕 김순례 “나는야 이슈메이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그야말로 복지위 국감의 ‘이슈메이커’였다. 김 의원이 질의를 할 때마다 카메라 기자들의 셔터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앞서의 복지위 관계자는 “단순히 이슈제기만 잘하는 게 아니다. 이슈 안에 파급력이 녹아있다”고 치켜세웠다.

김순례 의원은 복지부 국감 당시 ‘대한한의사협회’와 ‘청와대’의 결탁설을 강하게 제기한 주인공이다. 그는 “한의협이 문재인 케어 지지를 대가로 첩약급여화를 요구했다”면서 “청와대와 결탁해 이를 강행하려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의협 회장의 발언 영상과 한의협 임원의 녹취록을 공개하자 국감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최혁용 한의협회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파장은 상당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감사원에 청와대-한의협 유착 의혹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할 정도였다.

보좌진들은 4명의 여성의원들이 이번 국감장에서 ‘여풍(女風)’의 무서움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위 관계자는 “선거에 국감은 쥐약이다. 이번 국감에 김이 빠진 이유다. 발사르탄 같은 거대 이슈가 없는 데다, 시작부터 기동민 의원과 김승희 의원이 난타전을 벌인 것도 한 몫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4명의 여성의원들은 유달리 돋보였다”며 “원래 잘하는 의원은 계속 잘하고 못하는 의원은 항상 그대로다. 대부분 의원들이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들 의원들이 제 역할을 해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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