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들이 최근 듀센형 근이영양증 치료제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잰걸음이 시작됐다. FDA의 바우처 제도는 국내 기업들이 두센형 근이영양증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듀센형 근이영양증(DMD)은 근육을 유지하는 단백질 디스트로핀의 결핍으로 골격근의 퇴화가 진행되면서 사지는 물론 호흡근육까지 약화되는 유전성질환이다. 대부분 호흡기 합병증과 심근병증에 의해 20세 이전에 사망한다.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약 4명이고, 발병률은 출생 남아 3500~6000명당 한 명이다.

전세계 DMD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추정된다. 듀센형 근이영양증 치료제 시장의 선두주자는 사렙타 테라퓨틱스다.

미국식품의약국(FDA)는 2016년 9월 사렙타의 듀센형 근이영양증 치료제 엑손디스51을 신속승인하고 희귀약품으로 지정했다. 12명의 DMD 남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디스트로핀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듀센형 근이영양증 최초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사렙타의 당시 주식 가치는 70% 폭등했다.

화이자 역시 최근 샌포드에 있는 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 건설을 위해 5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화이자의 임상적 생산능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공격적 투자로 평가받는 샌포트 공장은 DMD와 혈우병B 등의 질환에 대한 유전자치료제를 제조하는 시설로 이용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희귀질환인 듀센형 근이영양증 치료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제약업계 관계자는 “FDA는 소아 약물에 대한 지원이 강한 편이다”며 “임상계획서 제출에 앞서 FDA 측과 만나면 DMD 치료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아희귀질환 약물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을 향상을 위해 FDA 측이 허가 시스템의 ‘진입장벽’이 낮췄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듀센형 근이영양증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뮤노포지는 지난 3월 미국 나스닥 상장사로부터 임상 1상이 완료된 ‘PF1801’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싱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연구개발비 약 14억7000만원까지 지원받은 배경이다.

이뮤노포지의 장기호 대표는 “임상에 들어갈 시료 생산을 위해 미국의 CMO와 협상을 마무리 했다. 내년에 임상 2상을 들어갈 준비도 마쳤다”며 “희귀의약품이기 때문에 2상이 끝나면 조건부 허가를 통해 시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뮤노포지뿐만이 아니다. 바이오리더스 역시 2017년 12월, DMD 치료제인 BLS-M22에 대해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BLS-M22는 항원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해 근육 형성을 방해하는 마이오스타틴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약물로서 식약처로부터 임상1상 승인을 위해 대기 중이다.

그렇다면 DMD 치료제 개발이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뭘까.

다른 제약 업계 관계자는 “임상 투자 비용이 적게 든다”며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환자수가 적어서 조건부 허가를 위한 임상을 소규모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은 3상에 1000명 가까이 임상을 진행해야 하니까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임상 2상 조건부허가를 받고 빅파마들에게 기술을 이전하면 된다. 빅파마들이 3상을 마무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라이센싱을 하게 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소규모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이유는 FDA의 ‘바우처’제도다. FDA는 바이오테러 대응약물, 희귀열대병 치료제, 소아희귀질환 약물 분야에 대해 신약허가를 받을 경우, 신속심사 바우처(Priority Review Voucher, PRV)를 부여한다. PRV를 받은 기업의 가장 큰 혜택은 신약 시점을 6개월 정도 앞당길 수 있다는 것. 신속심사 바우처 제도는 바이오벤처들이 DMD 치료제 허가를 위해 FDA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사렙타 테라퓨틱스’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최근 사렙타 테라퓨틱스가 '엑손디스 51(에테플러센)'을 허가받는 과정에서 받은 바우처를 1억 2500만 달러(한화 약 1412억원)를 주고 구입했다. 다른 제약사에 되팔 수 있는 FDA 특유의 바우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을 구사한 것.

바이오벤처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바우처 체도는 빠른 허가를 담보하는 만큼 이점이 굉장히 많다. 앞으로 바우처의 가치는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면서 “자사 역시 듀센형 근이영양증 치료제 개발을 통해 바우처를 받을 계획이다. 2~3년내에 2000억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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