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성암 1차 치료제의 효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진료 현장의 의사들은 객관적 반응률에 좀 더 크게 의미를 두면서 렌비마 처방을 늘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객관적 반응률보다 전체 생존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넥사바의 효과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항암제의 평가지표 중 전체생존기간(OS)은 환자 치료 시작 이후 사망까지 순간의 기간을 추적한 수치다. 통상 평균이 아닌 중앙값을 기준으로 잡는다. 암은 완치되지 않고 언제든지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5년 생존율을 생존 여부의 척도로 잡는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최소한의 기간 동안,사전에 정해놓은 양 이상의 종양 감소를 보인 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 정도를 뜻하는 것으로, 육안으로 면적이 25㎠인 암이 4㎠로 줄었다면 반응률은 84%가 된다. 항암제를 단독으로 썼을 때 20% 이상의 반응률을 보여야 효과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홍미로운 사실은 에자이 렌비마(렌바티닙)가 바이엘 넥사바(소라페닙)에 비해 뛰어난 반응률로 주목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진행성 단계에서 이전 치료를 받지 않은 수술이 불가능한 간세포성암 환자 954명을 대상으로 소라페닙과의 임상적 효능을 비교한 3상 임상 연구 ‘REFLECT’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 24.1% vs 9.2%)은 렌바티닙군이 소라페닙군 대비 2배 이상을 기록했다.

mRECIST(Modified Response Evaluation Criteria in Solid Tumors)에 의한 독립적 평가집단의 검토시 렌바티닙 반응률은 41%까지 높아졌다. 10%대에 불과한 소라페닙의 반응률과 비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 정도가 소라페닙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한 종양내과 교수는 “내과적 질환이 없거나 종양사이즈가 크지 않은데 수술을 못하는 경우 렌바티닙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며 “반응률이 워낙 좋은 데다 수족 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이 소라폐닙에 비해 거의 없는 수준이다. 환자들에게 권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상급종합병원의 소화기 내과 교수도 “렌바티닙이 소라페닙에 비해 객관적 반응률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단기간에 암의 크기가 준다는 얘기는 통증 역시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선제적 치료에 들어갈 때 렌바티닙을 권하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렌바티닙의 맹점은 전체생존기간(OS)이다.

앞서의 3상 연구에서 1차 평가항목인 전체생존기간이 렌바티닙 투여군은 13.6개월로, 소라페닙 투여군(이하 소라페닙군)의 12.3개월 대비 비열등함이 확인됐다. 렌바티닙과 소라페닙의 OS 차이는 1.3개월로 나타난 것.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OS가 가장 이견이 없고 최적의 항암 평가 지표”라며 “ 때문에 렌비마의 객관적 반응률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렌바티닙이 소라페닙에 비해 객관적 반응률이 높을 수는 있지만 두 치료제 간에 나타난 OS 결과를 볼 때 사실상 임상적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1.3개월’의 차이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입장도 있다. 렌바티닙이 소라페닙의 생존기간에 대한 비열등성이 임상을 통해 확인된 이상 2차 평가 지표인 객관적 반응율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

앞서의 소화기 내과 교수는 “렌바티닙은 전체 생존기간에서 소라페닙 대비 ‘비열등성’을 최초로 확인한 간세포성암 치료제다”며 “우위를 보이지 않았지만 생존기간이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일본에서도 높은 반응률을 보이면서 종양사이즈가 많이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객관적 반응률이 이렇게 좋은 약제는 항암제 중에서도 드물다”고 반박했다.

앞서의 전문의 의견은 다르다. 그는 “렌바티닙은 반응률에 비해 장기 생존율 향상이 소라페닙에 비해 현저하지 않다”며 “이는 중간 과정에서 암이 커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같은 불일치에 대한 충분한 해석 없이 단순히 객관적 반응률이 좋다고 얘기하는 것은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비열등성을 입증했다고 해서 OS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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