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의 개구충약 펜벤다졸 ‘셀프임상’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통증이 사라진 것은 물론 각종 검사상 수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치료 후기과 펜벤다졸의 인과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면서도 초기 복용시, 부작용 사례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임상 연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의사, 약사 등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동안 ‘펜벤다졸’ 성분의 항암 이슈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펜벤다졸이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물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허가당국인 식약처 역시 최근 펜벤다졸에 대한 ‘복용 금지’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펜벤다졸의 효과를 봤다는 내용의 ‘셀프임상’ 후기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것.

자신을 담도암 말기환자로 소개한 유튜버 A 씨는 7일 ‘펜벤다졸 복용 2주차 후기’란 제목의 영상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펜벤다졸을 1차로, 10월 4~6일 동안엔 2차로 복용했다”고 밝혔다.

영상에 따르면 A 씨는 펜벤다졸 복용 이후, 백혈구, 절대호중구, 혈색소 등의 수치가 뚜렷하게 개선됐다. 특히 그는 식후 혈당수치가 100mg/dl 이하로 떨어진 점을 주목했다.

A 씨는 “의사는 식사후 혈당 지수를 100mg/dl이하로 유지하라고 했지만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며 “하지만 펜벤다졸을 처음 복용한 날 129mg/dl이 나왔지만 일주일 뒤인 오늘 82mg/dl를 기록했다. 펜벤다졸은 기생충의 먹이인 당을 차단한다. 암의 먹이도 당이다. 펜벤다졸 영향 때문에 혈당수치가 감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 씨의 ‘셀프임상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의는 “펜벤다졸이 암의 혈당 섭취를 억제하는 기전이라면 오히려 몸 안에 돌아다니는 혈당은 늘어나야 한다. 암이 먹어야 될 혈당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가져가야할 혈당이 몸속에 돌아다닌다면 혈당 수치가 올라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펜벤다졸 자체가 전체적으로 혈당을 떨어뜨리는 기전의 약물이 아닌 이상, 혈당 수치의 감소가 펜벤다졸의 영향 때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인 것.

A 씨가 주목한 또 다른 수치는 ‘CA19-9’다. A 씨는 펜벤다졸 복용을 시작한 지난달 27일 종양표지자 검사를 받았는데 CA19-9 수치는 150.6 U/mL이 나왔다. 하지만 펜벤다졸 2차 복용 이후인 7일 CA19-9 수치는 87.1U/mL로 나타났다.

암이 생기면 혈액 속 특정한 단백질 수치가 높아지는데 이를 종양표지자(tumor marker)라고 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탄수화물항원19-9(CA19-9)는 췌장암 및 담도암 환자의 치료 효과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37U/mL 이하가 정상 범위다.

앞서의 전문의는 A 씨의 CA19-9 수치 감소를 펜벤다졸의 효과로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전문의는 “종양 표지자 검사는 항암치료를 했던 종양의 크기의 변화 여부를 모니터링할 때 쓴다”며 “하지만 당뇨 환자들도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해석할 때 주의한다. 한번만으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펜벤다졸 복용 환자들에게 회의적인 소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의는 ‘전제’를 달았다. 향후 펜벤다졸의 장기 복용 이후 A 씨의 CA19-9 수치가 지금의 단계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는 것.

전문의는 “동물 실험 결과를 보면 펜벤다졸이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A 씨의 종양 표지자 수치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정도만 되어도 굉장히 성공적이다”고 덧붙였다. ‘지속성’이 담보된다면 A 씨의 CA19-9 수치 감소를 펜벤다졸 효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A 씨 외에도 암환자와 가족들이 모인 텔레그램 채팅방에서는 펜벤다졸의 효과성에 대한 후기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효과를 체험했다는 환자들의 증언이 유튜브를 타고 퍼지면서 더욱 많은 암환자들이 펜벤다졸 복용을 통한 ‘셀프임상’에 돌입한 것.

암환자 가족 B 씨는 “아버지가 지난달 24일 위암 4기 판정을 받았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펜벤다졸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복용 전에는 복부팽만감과 구토증상으로 식사도 못했지만 펜벤다졸 복용 2일차부터는 음식도 드시고 컨디션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암환자 가족 C 씨는 “아버지가 위암 4기다. 간으로 전이됐다”며 “펜벤다졸 복용 2일차인데 통증이 많이 없어지고 식사량이 2배로 늘었다. 먹기 전엔 누워서 신음만 했었지만 컨디션이 좋아진 게 놀랍다”고 말했다. 채팅방에 있는 암환자와 가족들은 이처럼 펜벤다졸 ‘셀프임상’ 효과에 대한 인증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는 것.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자들의 후기 속에서 펜벤다졸의 부작용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제약사들이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 연구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한 전문의는 “펜벤다졸 복용 이후 환자들의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상당히 중요한 시그널이다”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펜벤다졸이 위험한 약은 아닌 것 같다. 복용기간이 짧고 환자수가 많지 않아 섣불리 단정할 수 없지만 국내에서 펜벤다졸이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펜벤다졸은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 연구 결과가 작은 학회지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네이처에 실렸다”며 “동물 실험 결과도 한두개가 아닐뿐더러 펜벤다졸 복용 후기를 보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약사들이 펜벤다졸 임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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