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갑자기 늘고 있는 전문약 처방일수가 약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력투입이나 업무강도 차원에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데 비해 비현실적인 보상체계로 인해 약국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약사사회에서는 의료인력 부족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약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16일 문전 약국가에 따르면, 과거 길어야 90~120일이던 처방전의 ‘처방일수’가 이제는 180일 이상까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알약이 아닌 가루약 등 손이 많이 가는 처방이 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약사들의 하소연이다. 여기에 인건비나 업무강도를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수가 보상은 이제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상황이 되버렸다.

그렇다면 왜 처방일수가 이처럼 늘고 있을까.

약사사회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워라벨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실 보건업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업종이기는 하지만 지난 2017년 전공의법이 시행됨에 따라, 종합병원의 인턴과 레지던트의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됐다. 이미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된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합병원 의료진들의 업무 대응 방식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약사사회에 따르면 의료진들이 업무 과부하를 막기 위해 비슷한 증세로 동일한 약을 계속 처방받는 외래 환자에게 처방일수를 늘리고 있다는 것.

문제는 이러한 의료진들의 대응이 고스란히 약사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현재 약사들이 조제료를 받을 수 있는 최대 일수는 91일이다. 즉 91일 이상 초과분의 조제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리 처방일수가 길더라도 조제료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약사사회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장기 처방된 약을 조제하고 있지만, 약의 유효기간이 임박할 경우 교환을 요구하는 환자들로 인해 반품 문제까지 발목을 잡아, 가뜩이나 어려운 약국 운영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지역의 한 문전약국장은 “처방일수를 늘리는 것은 약국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까지 피해가 간다”며 “특히 장기간 처방된 약을 복용하는 연령대가 대부분 고령층이라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아 약의 변질 가능성이 있다. 병원에 내원하는 빈도도 줄어들어 복약순응도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 측면에서 무분별한 장기 처방은 지양돼야 한다”며 “부득이하게 장기 처방이 필요하다면 약사들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처방전을 들고 여러 약국을 도는 국민들의 불편함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앞두고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최대한 수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난달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의약품정책연구소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연구는 내년 2월 종료될 예정으로, 현행 약국 행위분류 및 상대가치점수 체계 분석, 약국 업무량 상대가치 분석, 약국 행위정의 및 행위분류 개선방안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약사회는 현 조제료 상대가치 구조가 조제 난이도나 노동 강도 등 약사의 조제행위 전반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연구를 통해 객관적인 업무량 상대가치 산출체계와 전문적인 조제행위를 도출해 3차 상대가치 개편 과정에서 적정한 수가를 받는데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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