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는 국감의 단골손님이다. 야당 중진 의원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감에서 문케어를 집중 공격했지만 정작 표적을 향한 '한방'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매서운 칼끝은 오히려 초선 의원들의 질의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국감은 그야말로 '보도자료' 전쟁이다. 보도자료 목록을 보면 국감장에 등판한 의원이 피감기관을 향해 어떤 공격을 할지 어느정도 예상도 가능하다.

올해 건보공단과 심평원 국감 직전, 국회 복지위 의원실이 뿌린 '보도자료'의 주된 키워드는 문재인케어였다.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 중진의원들의 보도자료에선 문케어로 인한 건보 재정손실을 부각하는 전략이 보였다.

여당의 중진의원들 역시 문케어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건보재정의 고갈을 우려하는 입장을 보도자료에 담았다. 보좌진들 사이에서 중진의원들이 촉발한 '문케어'가 국감장을 도배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 이유다.

한국당 신상진 의원(4선)이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을 향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신 의원은 “올해 건보 재정 적자가 4조 2,000억원으로 늘어났다”며 “빠른 속도로 재정 수위가 증가한 상황이지만 2023년 이후 구체적인 재정 확보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케어’-‘건보재정적자’란 도식으로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는 야당 다선 의원의 승부수였던 것.

야당의 문케어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당 김명연 의원(2선)은 “2017년 문케어 당시 2년 뒤 중장기 부채비율을 37.1%로 전망했는데 올해 74.2%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2년 후부채를 예측 못했다. 재정고갈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결국 보험료 인상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이 파탄나면 이사장이 책임을 질 것이냐”고 김용익 이사장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용익 이사장은 "적자가 계산되고 있지만, 과다하게 쌓인 누적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을 빼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생긴 계산상 적자일 뿐이다”며 “당연히 국민들이 받는 혜택 만큼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 밖에 재원조달에 대한 다양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건보재정 손실을 보장성 강화를 위한 '착한 적자'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문재인케어 손실과는 별개로 보험료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출신다운 김용익 이사장의 적극적인 방어 전략으로 문 케어를 향한 야당 중진의 난타전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이유다. 김명연 의원이 재차 케어코디네이터를 거론하면서 문재인케어를 집중 공격했지만 김용익 이사장은 당황하지 않았다.

국감의 ‘반전’은 야당 초선 의원이 예상치 못한 프레임으로 문케어를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건보공단이 사실과 다른 내용의 여론조사를 실시해 문케어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며 “지난 1월부터 홍보실에서 예산 약 6억원을 들여 들여 문케어 홍보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장성 강화 2주년을 기념해 2000명을 상대로 조사했다”며 “질문을 보면 기가 막히다.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본인부담 비율을 낮추는 등 좋은 점만 열거했다. 건보재정 적자와 건보료 인상 등 단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상식을 벗어난 질문으로 문케어를 홍보하고 여론을 조작했다”고 날을 세웠다.

김용익 이사장은 허를 찔린듯한 표정이었다. 문케어로 인한 건보재정 손실에 대해 줄곧 ‘착한 적자’ 전략으로 국감에 임해온 김용익 이사장이었다. 하지만 윤 의원이 문케어에 대한 ‘성과 부풀리기’를 ‘혈세 낭비’로 연결시키자 김 이사장도 당황한 것.

김용익 이사장은 “조사를 추진하면서 주변에서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진행했다”며 “정책을 입안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실시해 의견을 물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윤종필 의원이 “굉장히 잘못된 여론조사다. 아무리 여론을 몰아간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고 몰아붙이자, 결국 김용익 이사장은 비판을 수용했다.

야당 초선의원들은 심평원을 향해서도 날카로운 창끝을 보여줬다.

심평원은 4월 필기전형 당시 52개 고사장 중 9개 고사장에서 시험 문항수와 답안지가 다른 것이 확인돼 재시험을 치렀다. 대한신당 장정숙 의원에 따르면 재시험 사태를 초래한 외주업체에 현역 한국당 국회의원 보좌관 2명이 컨설턴트로 재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 의원은 "채용위탁업체 입찰 과정에서 A, B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다“며 “B업체는 6천만원 이상 규모의 채용대행사업 완료 실적이 없어 자격미달이었는데도 평가위원 전원이 4점을 주면서 협상 적격 업체로 선정됐다. 심지어 최종 선정된 A업체에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2명이 컨설턴트로 올라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법상 영리활동을 할 수 없는 국회 보좌관들이 버젓이 민간업체의 컨설턴트를 맡은 것.

국감장에 참석한 심평원 고위 간부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당인 기동민 의원마저 오후 질의 시간에 “보좌관의 신원을 확인했느냐”고 재차 김승택 심평원장을 몰아붙였다. 김승택 심평원장이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대답한 순간 “오전에 질의했는데 오후에 아직도 파악을 못했느냐”며 보건복지부 과장, 심평원 실무자들을 질타했다.

결국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은 “기관장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며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철저히 조사해서 보고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국감 과정에서 한국당 여상규 의원과 이채익 의원 의원실 소속 보좌관들이 A 업체의 컨설턴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

또 다른 초선인 최도자 의원도 ‘의료정보 빅데이터의 연구결과 미제출 사례’로 김용익 이사장과 김승택 원장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초선 의원들의 질의가 나올 때마다, 공단 심평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응 전략을 짜는데 골몰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국감 경험이 풍부한 야당 중진의원들이 ‘헛방’을 연발한 반면 야당 초선의원들의 ‘한방’이 돋보인 20대 보건복지위 마지막 국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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