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홍콩 시위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는 시점이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언제 어디서 어떠한 형태의 시위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중국 본토의 군인이 투입대기를 하고 있다. 시위가 갈수록 격해진다는 등의 위협적 뉴스에다 공항 폐쇄까지 겪은 홍콩을 지금 시점에 출장 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하필 이 시국에 하면서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최종 결정에 대하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홍콩 현지의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주중에는 안전하고 관광객들이 모이는 지역은 시위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최종 출발 결정을 내린다.

월요일 새벽 집을 나서 공항으로 향한다. 피곤한 몸에 혹시나 하는 걱정이 어깨를 짓누른다. 출장이나 여행에 대하여 한번도 걱정을 해 본 적은 없는데, 이번 출장 길은 왠지 발걸음이 무겁다. 잠시 비행기에 앉았나 싶더니 어느새 홍콩 쳅락콕 공항이다.

The Airport that Never Sleeps!

세계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아시아의 허브 공항답게 평소처럼 공항은 붐비고 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며 바라보는 홍콩의 풍경은 어깨를 눌러 왔던 불안함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하다. 막상 도착을 하고 보니 익숙한 모습 그대로의 홍콩이다. 가끔 비가 오고 후덥지근하고 붉은색 토요타 택시를 운전하는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분 그리고 여전히 현금만 받는 홍콩의 택시.

* 여행팁
1)홍콩을 가면 반드시 공항으로 돌아갈 현금을 남겨 두어야 한다. 카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낭패를 당할 수 있다.

2)시위관계로 홍콩 공항 출국장 출입 심사가 있다. 평소보다 30분정도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첫날 일정을 마치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Mid-Level Escalat or)가 있는 센트럴로 향한다. 약 800미터 길이로 이어진 세계에서 가장 긴 야외 에스컬레이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곳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고층 건물들의 숲과 홍콩의 뒷골목 경치를 함께 즐긴다. 때로 시간이 멈춰 버린 듯, 고개를 돌리면 시간을 그대로 흘러가게 놔둔 듯 눈을 스치는 풍경들이 경이롭다.

중간 중간에 에스컬레이터를 옮겨 타야 하고 그 지점마다 해당 거리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취향에 맞게 시간에 맞춰서 둘러보면 된다. 일단 끝까지 올라가며 홍콩 거리와 건물들을 감상하고 걸어서 소호(SOHO)거리까지 내려온다.

 

좁은 골목길에 세계인의 입맛을 경쟁적으로 유혹하는 고급 레스토랑, 바 그리고 패션숍들이 합해져 있다. 벽화거리와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수 있는 재래시장까지 둘러본 후에 빅토리아피크(Victoria Peak)로 택시를 잡는다. 트램이나 2층 버스 등의 저렴한 교통 수단이 있으나 시간이 돈보다 중요한 짬 여행이니 고민이 없다.

얼마 만에 오르는 빅토리아 피크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홍콩 야경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 시간에 맞추어 스카이 테라스로 향한다. 백만불짜리 야경 또는 낮보다 10배는 멋진 야경 등의 수식어가 붙은 스카이테라스에서의 홍콩 야경은 침샤 츄이 스타의 거리에서 바라보는 야경과 함께 홍콩의 ‘Must See’ 아이템이다.

기념사진을 촬영해주는 직원들이 유창한 한국말로 사진 촬영을 유도한다. 한류의 힘일까 한국 관광객이 많아서 일까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야경을 바라보고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배속에서 뭘 좀 넣어달라고 아우성이 일기 시작한다. 2층 버스를 타고 롤러 코스트를 타듯 스릴 넘치는 하행길을 달려 센트롤로 내려온 후에 스타 페리를 타고 침샤츄이로 돌아와 식당을 찾는다. 크게 낯설지 않은 여정이다. 식사 전 마시는 칭따오 한잔은 사막 속 오아시스보다 시원하다.

두번째 날은 홍콩에 있는 친구와 약속이 되어 있다. 몽콕에서 현지식으로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는 초대에 이끌려 호텔을 나선다. 몽콕은 예전에 방문했을 때보다는 규모가 좀 줄어든 느낌이고, 불안한 정국의 영향인지 관광객도 많이 줄어 있다.

 

커피를 잘 아는 현지인 친구는 모던한 분위기의 현지식당으로 갈 것인데, 자신 있냐고 다시 물어봐서 약간의 긴장은 되지만 ‘설마 이친구가’ 하며 따라 간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에 모던한 분위기 그러나 확실한 홍콩 로컬 음식으로 유명한 집이다.

특이한 점은 사발잔을 냉장고에서 얼려 맥주잔으로 내어준다. 냉기를 오래 머금기 때문에 맥주 맛이 산다고 한다. 맥주잔은 투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하고 중국 전통의 장점을 잘 살린 접근이다.

시시콜콜한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갈 이야기들을 나누며 음식이 괜찮은지 물어본다. 맛있다고 그러니 특별한 홍콩 로컬 음식에 도전해 보겠냐고 묻는다. 지금까지 먹은 것은 로컬이 아니었냐고 되물으니 그것도 맞는데 약간의 수위를 높여 보자고 제안을 한다. 생선껍질 튀김. 음 이것은 한국에도 있다고 하니, 별안간 광동어로 뭔가를 주문한다. 무엇인지 이야기는 하지 않고 Deep Fried XX이니일단 먹어 보라고 재촉한다. 맥주한 잔으로 일단 입을 헹구고, 냉큼 한입 베어 무니, 겉은 바싹 하고 속은 상당히 촉촉한 느낌이다. 처음 맛보는 그런 촉촉함이다. 이게 뭘까?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날은 템플스트리트를 둘러보기로 한다. 템플스트리트는 쇼핑과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홍콩 여행을 가면 한번 정도는 반드시 들리게 되는 곳이다.

템플 스트리트를 걷고 야시장을 구경하고 이것저것 만져보고 들어보고 직원들 줄 선물도 좀 사고 비를 피하려 샤오미 매장도 얼떨결에 구경한다. 정말 로컬다운 신용카드도 안받는 로컬 식당에서 현지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는 호텔로 돌아온다. 잠을 자기에는 좀 이르고 그렇다고 뭔가를 하기에도 모호한 시간. 내일 일정은 공항으로 가는 것이 전부다.

그래 산책. 일단 침샤추이 쪽으로 좀 걸어 보기로 한다. 홍콩은 해안로를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쉬는 사람, 단체로 운동을 하는 사람 그리고 노숙을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현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둡다고 걱정할만한 곳은 아닌 것을 알기 때문에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이런 저런 상점들이 길 건너 잔잔한 야경과 잘 어우러진다.

스타의 거리를 지나 홍콩 시계탑까지 어떻게 보면 길고 어떻게 보면 짧은 길을 걷는다. 건너편 야경은 여전히 홍콩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뉴스 기사에 보이는 과격한 시위현장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냥 평온한 그러나 관광객이 줄어 조금은 쓸쓸한 느낌의 침샤츄이 해변을 걷고 또 걷는다.

언제 다시 오게 될지 알 수 없는 이 곳, 그래서 더욱 걷고 싶었던 이 길. 그러나 우연찮게 다시 걸는 이 길. 예상하지 못하는 그러나 항상 무슨 일인가 일어나는 그런 여정이 마치 삶의 모양인양 천천히 천천히 조명들이 잦아 든다.

에디터 김진규(param123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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