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라니티딘 성분의 의약품이 판매중지된 것을 두고 식약처의 과잉 대응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상으로 설정한 '인체영향평가'의 근거가 현실과 맞지 않아 향후 제약사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지적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 발사르탄의 인체 위해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발사르탄 고혈압약에 대한 인체영향평가 결과, 추가 발암 가능성을 10만명 중 약 8.5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1일 최고용량 320mg을 3년간 복용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산출한 수치다. 

하지만 식약처는 불과 4개월 만인 작년 12월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식약처는 NDMA로 인한 발암 가능성에 대해 복용환자 10만명 중 약 0.5명으로 확정한 것이다. 발사르탄 성분을 복용했던 환자들의 실제복용실태(심평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욱 낮아진 것.

당시 복용 환자 중 1일 40~80mg 복용자는 70.3%였다. 대부분의 환자가 320mg보다 낮은 용량으로 복용했다. 고용량(1일 160~320mg)을 장기 복용한(2~3년) 환자는 0.03%였다. ‘시나리오’와 ‘현실’의 차이 때문에 추가 발암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식약처가 최근 발표한 라니티딘 대책에서도 ‘최대용량’이란 키워드가 등장한다는 점.

식약처는 최근 원료의약품 7종과 이를 사용한 완제의약품 전체 269개 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조사 결과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7종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0.16ppm)을 초과해 검출됐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라니티딘의 NDMA 잠정관리기준 0.16ppm에 대해 라니티딘 1일 최대 복용량(600mg)을 평생 섭취하는 것을 전제로 인체에 대한 위해성을 평가했다. 향후 심평원의 실제 복용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다시 발암가능성을 산출한다면 복용량 기준에 따라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약업계에서는 식약처의 인체영향평가 결과가 또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약업계 관계자는 “발사르탄 사태 당시 식약처가 엉뚱한 분석으로 연구가 아닌 ‘산수’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발사르탄 320mg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환자들의 비율은 10%다. 때문에 실제 데이터로 따지면 0.5명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복용 환자 데이터가 나오면 위험성은 더욱 낮아진다. 라니티딘 같은 경우에는 최대용량인 600mg으로 평생 복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위험성 평가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다음에 인체영향평가가 나오면 억울한 제약사들이 속출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시나리오’와 ‘현실’의 간극이 고스란히 제약사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식약처가 과도한 대응을 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발사르탄과 달리 리니티딘은 복용기간이 대부분 장기간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식약처가 발사르탄 때 정립한 기준을 라니티딘 제제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회수조치를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 어느 나라도 시도하지 않은 위험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식약처가 해외 보건당국과의 소통 없이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도 들리고 있다. 앞서의 전문의는 “라니티딘 복용으로 암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는 현실화된 위험이 아니라 잠재적인 위험이라는 뜻이다. 전세계적으로 똑같은 기준으로 회수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증되지 않은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 규제기관이 합의한 일관적인 기준이 중요하다. 그래야 제약사에 대한 설득이 가능하다”며 “국제 규제기관과의 소통이 절실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식약처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을 통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어떤 종류의 리니티딘 성분을 조사해서 NDMA가 나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향후 FDA 등 해외 보건당국이 인체위해평가에 대해 식약처와 다른 기준을 정립할 경우 국내 제약사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판매중단 조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가 정한 기준으로 살펴보면,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은 그대로 놔둘 수 없다. 선제적인 조치를 내린 이유”라며 “라니티딘의 최대용량을 기준으로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것은 국민에게 가장 안전한 방식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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