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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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FDA가 유명 위장약 '잔탁'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내 일부 의사들은 관련 이슈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회 차원에서도 별도의 대응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식약처의 소극적인 대응 때문이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지난 18일 팜뉴스 취재진은 서울 마포구 인근에 있는 가정의학과를 찾았다. “잔탁에서 발암물질이 나온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문의 A 씨는 “잘 모르겠다. 서한도 받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잔탁’이란 키워드를 넣고 검색한 뒤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괜찮다. 발사르탄도 10년씩이나 드신 분도 있다”고 했다.

A 씨뿐만이 아니다. 다른 내과 의사는 “전혀 몰랐다”며 “추석 연휴라서 뉴스를 보지 않았다. 의사회를 통해서도 듣지 못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의사도 알지 못할 것이다. 환자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의사들은 잔탁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했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식약처가 의사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식약처는 의사들은 물론 학회에도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았다. 대한내과학회 관계자도 “식약처로부터 어떤 공문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는 “뉴스를 읽지 않는 의사와 약사도 많다”며 “의사들에게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 대한 처방을 자제하라고 해야 하는데 ‘엔드유저’에 대한 조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해외 각국은 적극적으로 라니티딘에 대한 안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보건 당국은 지난 13일 ‘Important Safety Information(중요한 안전정보)’라는 서한을 통해 “대체 일반의약품이 많이 있다”며 “라니티딘 계열의 전문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는 치료하지 않을 위험이 NDMA에 노출될 위험보다 클 수 있다.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알렸다.

이처럼 캐나다 보건 당국은 라니티딘 발암물질 발생 소식이 알려지자 즉시 의약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이후 캐나다 보건당국은 지난 17일 결국 라니티딘 계열 전체 제품에 대해 공급 중단 결정을 내렸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라니티딘이 주성분인 일부 제품에 대해 NDMA 검출 여부를 검사 중이다. 제조사에 관계없이 NDMA가 라니티딘에 존재할 수 있다”며 “캐나다 보건부 요청에 따라 캐나다에서 라니티딘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NDMA가 허용 가능한 수준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제공될 때까지, 추가 공급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도 다르지 않다. 싱가포르보건과학청(HSA) 16일 “현지에서 판매되는 모든 라니티딘 브랜드를 테스트했으며 8개의 브랜드에서 국제적으로 허용 가능한 수준을 초과하는 미량의 NDMA 니트로사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기간의 사용을 위해 라니티딘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의약품을 계속 복용 할 수 있다”며 “치료에 대해 의문점이 있는 환자는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고 다른 대체 의약품도 복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역시 라니티딘 계열 의약품에 대한 회수 조치와 함께 의사, 약사, 환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들 배포한 것이다.

때문에 의사들 사이에서는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내과 전문의는 “미국까지 발암물질에 대한 조사를 들어간 마당에 식약처가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은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적어도 국내 잔탁 제품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는 학회 차원의 공지를 통해라도 알려줘야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시원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다”며 “항상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눈치를 보다가 뒤늦게 대응을 한다. 정작 의사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라니티딘 제제보다는 PPI 계열의 약들이 나와서 당장은 영향이 적겠지만 적어도 진행상황 정도는 알고 있어야 환자 대응을 원할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부 약사는 약국에 오는 사람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잔탁을 건내고 있을 수도 있다. 식약처는 최소한의 정보라도 알려야 된다. 의사와 약사가 관련 이슈를 먼저 파악하고 있으면 환자가 불안감이 덜하다. 그런 시스템이 없으면 환자들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제품 조사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라니티딘 계열 제품에 대해 공급 중단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의사와 약사를 위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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