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성형외과가 엘러간 인공 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들에게 성형앱을 통해 ‘재수술 이벤트’를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년 전 온갖 홍보물로 엘러간 보형물을 권유한 점까지 알려지면서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환자들은 물론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성형외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환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형앱은 온갖 성형외과 수술 할인 이벤트가 넘쳐나는 곳이다. 여기에선 이용자들이 눈, 코 등 관심부위를 설정하면 견적서를 받을 수 있으며 성형 후기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일부 성형외과가 ‘엘러간 인공 유방 보형물’ 사태가 터지기 이전엔 해당 제품을 환자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해 놓고, 이제 와서는 버젓이 ‘재수술’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

 

실제로 K 성형앱에서 ‘희귀암’을 검색하면 A 성형외과의 광고가 등장한다. A 성형외과는 “3차 충격(shock), 희귀암 예방을 위한 특별한 계획(SPECIAL PLAN)’이라는 제목의 이벤트를 내걸고 “현재 이슈가 된 가슴 보형물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발생 위험이 있다. 최대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선전했다.

그런데 이 A 성형외과는 지난 2013년 11월경 두 차례에 걸쳐 자체 블로그를 통해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위해 정품이 아닌 보형물을 사용하거나, 단가가 낮은 보형물을 대량 구입하여 수술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우리 성형외과에서는 엘러간 정품 보형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모든 보형물에 대한 정품인증카드(시리얼넘버)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이를 본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공분이 일고 있다. 최근 제거 수술을 받은 B 씨는 “다른 질병도 아니고 암이다”며 “수년 전 엘러간 제품을 광고해놓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다시 홍보하는 것은 남의 아픔을 이용해 돈 벌이에 나서는 것이다. 아주 야비한 행태다”고 비판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굉장히 비윤리적인 광고다”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겁주기 방식’으로 이득을 보려는 것은 장사꾼과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병원의 의료 광고가 BIA-ALCL에 대한 국내 성형외과학회는 물론 보건당국의 가이드라인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성형외과학회는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BIA-ALCL 환자가 발생했을 당시 “미국, EU 등 선진국에서도 BIA-ALCL 발생 위험이 낮다”고 한점을 강조하며 “증상이 없는 환자가 예방적으로 보형물을 제거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물론 보건당국도 인공 보형물에 대한 예방적 제거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A 성형외과 측은 오히려 엘러간 인공 유방 보형물의 선제적인 ‘제거’ 또는 ‘교체’를 통해 BIA-ALCL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성형외과 전문의는 “BIA-ALCL이 발병 확률은 상당히 낮다”며 “우리 보건당국은 물론 미국은 제거가 필요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미국이나 한국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믿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의사들이 환자들의 공포심을 조장해서 장사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A 성형외과는 또 “보형물 제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피막 제거다”며 “보형물만 제거하고 피막을 그대로 남겨둘 경우 피막끼리는 서로 붙지 않기 때문에 피막 안쪽에 보형물이 자리했던 공간이 그대로 남게 된다. 지속적으로 장액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다른 합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막은 제거하지 않았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제거해도 가슴 형태의 변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집도의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피막제거’를 통해 BIA-ALCL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앞서의 전문의는 “이론적 근거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몸이 사과라면 피막은 사과껍질이다. 껍질을 깎을 때 칼을 잘못 쓰면 속살이 두껍게 깎인다. 더구나 피막이 얇으면 살도 많이 뜯어지고 피도 많이 난다. 이런 변수를 전부 무시하고 피막을 제거하면 다른 부작용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는 “피막을 제거하는 것은 굉장히 큰 수술이다”며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 강행하면 위험성이 상당하다”며 “BIA-ALCL 발병 확률은 높지 않은데 피막을 제거하면 염증을 포함한 다른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다. 건강한 환자가 예방적으로 보형물과 피막을 제거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안 된다는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라고 말했다.

피막 ‘제거’로 인한 예방 효과보다, 수술의 위험성이 더욱 높을 수 있다는 의견인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A 성형외과의 광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엘러간 집단소송을 추진 중인 링컨로펌의 이승준 변호사는 “이런 광고는 정확한 의학적 근거가 아니라 제거나 교체를 하고 싶어하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수술을 하면 무조건 암이 예방된다는 식의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팜뉴스 취재진은 10일 오전부터 수차례 A 성형외과 측에 K 성형앱에 실린 광고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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