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최근 내놓은 인공 유방 보형물에 대한 환자안전대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환자들에게 사용중지가 요청된 유방보형물에 대해 정작 ‘제품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제가 된 ‘마크로텍스처’ 제품 외에 ‘마이크로텍스쳐’ 유방 보형물은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환자안전대책의 일환으로 국내 의료기관에 엘러간사 외의 거친 표면(텍스처) 인공유방 보형물에 대한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주로 거친 표면 제품에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이 발생해왔기 때문에 부작용 예방 차원의 사전적 조치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환자안전대책 어디에도 사용 중지가 요청된 거친표면 인공 유방 보형물에 대한 ‘제품리스트’는 찾을 수 없다는 점.

3일 팜뉴스 취재 결과, 이번에 식약처가 사용 중지를 요청한 거친표면 인공유방 보형물 제조사는 엘러간사를 포함해 총 6개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엘러간, 디메드, 암정메틱스, 그린코스코, 한스바이오메드, 사이넥스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는 “식약처는 거친표면 유방이라는 ‘불특정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결국 일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의도로 밖에는 볼 수 없다. 환자들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교묘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환자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환자 A씨는 “인공유방 보형물 목록을 공개하지 않은 대책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하며 “의료인들에게만 공지하면 피해자들은 또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로 교체 수술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텍스처 보형물은 표면 돌기의 크기에 따라 마크로텍스처(MACROTEXTURED)와 마이크로텍스처(MICROTEXTURED)로 분류된다. 마이크로텍스처 중 돌기가 더 작은 것이 나노텍스처(NANOTEXTURED)다. 이번에 전격 회수된 엘러간사 제품은 마크로텍스처에 포함된다.

익명을 요구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우둘투둘한 돌기가 50㎛ 이상 있으면 마크로텍스처다. 그 보다 표면이 더 반질반질하지만 돌기가 작고 미세한 크기의 보형물이라면 마이크로텍스처다”며 “거칠거칠한 각소금의 형태가 마크로텍스처라면 양념소금에 가까운 모양을 지닌 게 마이크로텍스처인 것이다. 이번에 식약처에서 사용중지를 요청한 것은 마크로텍스처 보형물이다”고 두 제품의 차이를 세부적으로 묘사해 환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러면서 “마이크로텍스처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희귀암종 발생보고가 없다”며 “미국성형외과학회에 보고된 전 세계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574명 환자들 중에 마이크로텍스처 때문에 암에 걸린 사례는 없다. 때문에 식약처도 괜찮다고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이크로텍스처 보형물’ 역시 BIA-ALCL과 무관치 않다.

2018년 3월 국제 학술지(JAMA NETWORK)에 게재된 ‘유방 임플란트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의 위험’ 논문에 따르면, 네덜란드 병리학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32명의 BIA-ALCL 환자 중 23명은 마크로텍스처, 5명은 마이크로텍스처 보형물을 이식한 경험이 있었다. 나머지 4명은 보형물의 형태를 파악할 수 없었다.

즉 네덜란드에서 ‘마이크로텍스처 보형물’ 이식 환자가 BIA-ALCL에 걸렸다는 것이다. 확률은 낮지만 국내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앞서의 의사는 “마이크로텍스처 제품도 안전성을 100% 보장할 수 없다”며 “식약처가 FDA 자료만을 근거로 이번 환자안전대책에서 마이크로텍스처 보형물을 배제한 것 같다. 식약처가 굉장히 안일한 결정을 했다. 마이크로텍스처를 포함해 모든 거친 표면 제품에 대해 당장 사용중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입장은 다르다. 식약처 관계자는 “문제가 돼서 회수조치된 것은 엘러간사의 텍스처 제품이다. 다른 회사의 인공유방 보형물에서 BIA-ALCL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환자들에게 제품 목록을 세밀하게 공개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밝혔다.

한편 팜뉴스 취재진은 마이크로텍스처 보형물이 이번 사용중지 요청 대상에서 누락된 점에 대해 2일 식약처 의료기기 안전평가과에 수차례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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