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지지부진했던 전자처방전 도입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정부가 나서서 모바일 앱이나 QR 코드를 이용한 전자문서 인프라를 구축한다지만, 의료정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산업적 측면에서의 관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종이없는 사회 실현을 위한 전자문서 이용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전자처방전 확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 금융, 유통에 이어 의료까지 총 4대 분야의 전자문서 이용을 활성화하자는 것으로, 의료에서는 종이처방전이 개선 대상으로 꼽힌 것.

지난 2017년부터 추진돼 온 이 사업은 지난 5월 한국인터넷진흥원 과제 공모를 통해 QR코드와 모바일 앱 두가지 버전의 과제연구가 선정됐다. 

하지만 이 사업에는 보건복지부가 배제된 과기정통부의 단독 사업으로, 국가차원의 전자처방전 도입과는 취지부터가 다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말 그대로 전자문서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으로, 종이처방전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차원의 시범사업인 만큼 복지부와의 별도 협업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 내에서 전자문서 인프라가 구축되도록 지원을 해 민간단위에서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약 2억원의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사업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전자처방전 도입을 의무화하거나 본격 추진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환자 진료정보가 포함된 처방전의 관리 문제와 상업적 활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처방정보를 관리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약업계 한 관계자는 “민감한 질병정보를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자화한다고 하면 민간업체에서 보유하거나 가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산업이 아닌 보건의료 차원에서 전자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의료원 등 일부 지역 및 기관, 업체에서 전자처방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지역 간 의료기관과 약국 담합, 환자 쏠림, 개인정보 활용 문제 등으로 반발이 적지 않다.

때문에 약업계에서는 아예 보건복지부가 주관이 돼서 데이터의 관리 및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한약사회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 시스템을 이용해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2010년 12월부터 의료기관의 처방내역이 실시간으로 심평원 서버에 전송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5억건 이상의 종이처방전 발급 비용 이외에 약국 별도 보관 및 폐기 등에 약 2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되는 만큼 전자처방 도입은 필요하되, DUR을 연계한 전자처방시스템을 주장하고 있다. 약사회는 DUR을 이용하면 특정 지역이나 요양기관이 아닌 전국 의료기관과 약국을 대상으로 전자처방전 송수신이 가능하고 처방전 오입력으로 인한 의료사고 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공적 전자처방시스템은 실제 스웨덴과 호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자처방시스템을 도입한 스웨덴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논의한 지 2년 뒤인 1983년에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고 1990년에 급격하게 발전했다. 국가에 별도의 정보저장고를 두고 의사가 처방한 내역이 약국으로 전송되도록 해 환자가 직접 처방전을 들고 이동하거나 약국에 팩스를 보내는 전자처방전을 대체한 것이다.

하지만 정보의 저장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전자처방 플랫폼은 지역과 민간업체마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처방정보를 DUR이든 특정 서버든 별도로 저장하지 않도록 하고 약국에 일정기간 이미지화된 처방전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만 보장된다면 해킹이나 정보유출 등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처럼 별도의 처방전 보관은 하지 않지만, 수기 처방전으로 인한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 단위에서 전자처방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미국은 인센티브 프로그램까지 운영해 정부가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

또 다른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과기정통부가 선정한 업체들이 QR코드나 모바일앱을 이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데 고령화 시대 환자들의 이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DUR은 중복처방조제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정보와 연계되기 때문에 지역차원의 민간사업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현재 시범사업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있으면 연구자가 수정해서 우려하는 내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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