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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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인들이 민간요법으로 '초오'를 끓여 마시고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초오는 독성이 강한 한약재이지만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노인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팜뉴스 저격수 ‘최기자의 그약이 알고싶다’가 세 번째 약으로 ‘초오’를 파헤쳤다. 사건 담당 경찰과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초오의 위험성을 집중 해부했다. 초오는 도대체 어떤 약물이기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일까. 초호의 충격적인 실체를 공개한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후 7시경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A 씨(81)가 허리디스크 통증 완화를 위해 민간요법으로 초오를 달여 먹었다가 구토 등 중독 증상을 보였다. 함께 살던 아들이 A 씨를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지만 치료 도중 숨을 거뒀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6월 4일에도 월남전 참전 고엽제 피해자 B 씨(75)는 광주 서구 자신의 집에서 손발이 저리다는 이유로 초오를 명탯국에 넣어 끓여 먹은 뒤 숨졌다. 두달 사이 노인들이 초오를 먹고 유명을 달리한 것. 그야말로 초오의 ‘연쇄살인(?)’ 행각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오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노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걸까. 앞서의 ‘명탯국 초오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광주서부경찰서 관계자는 “과거 B 씨의 어머니가 손발이 저린 증상이 있을 때 초오를 달여서 먹었다”며 “어머니한테 배웠기 때문에 손발이 저린 증상이 나타나자 B 씨는 명탯국에 초오를 넣고 다린 것이다. 초오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이어 “B 씨는 이틀 뒤 냉장고에 보관해둔 명탯국을 꺼내 마셨다. 갑자기 손발이 저리면서 구토와 마비 증상을 보였다”며 “처음에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환자가 많아서 계속 대기를 했다. 어쩔 수 없이 아들 차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다시 옮겼는데 이미 독성이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진 상태였다. 해독제도 딱히 없었다. 4시간 만에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건 직후 B 씨의 시신을 즉각 부검했다. 시신에서 독성 성분이 다량으로 검출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앞서의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흑색 비닐에 담긴 초오를 발견했다. 시신 부검과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이유”라며 “비닐 속 초오에서 아코니틴, 메사코니틴, 히파코니틴 등이 검출됐다. 변사자의 혈액에서도 동일한 성분이 나왔다. 초오 중독에 의한 사망이라고 결론을 내린 이유”라고 밝혔다.

초오는 신경통 등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지만 주성분인 아코니틴은 중추신경을 흥분시켰다가 마비시켜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약재다. 전문가들이 초오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해온 까닭이다.

가천대학교 한의과 대학 이영종 교수(본초학)는 “시신에서 나온 아코니틴 메사코니틴 등은 같은 계열의 약재로 독성이 강한 성분이다. 특히 아코니틴은 최고의 맹독성 약”이라며 “뒤집어 말하면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진통 완화 효과가 뚜렷한 약이다. 한의사들이 초오의 용량을 정확하게 조절하면서 사용하는 이유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에서는 전혀 근거 없는 이유로 명탯국과 함께 다려 먹는 경우가 많다”며 “바다에서 나온 차가운 성질의 명태와 함께 먹으면 초오의 독성이 완화된다는 뜻이다. 가공해서 포제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 아코니틴 독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이 상태로 복용하면 곧바로 간독성을 일으켜 생명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들의 연구 결과도 다르지 않다. 조선대학교 의대 응급의학교실이 발간한 “초오 중독의 임상양상과 치료‘ 논문에서 연구진은 ”초오 복용의 증상은 전신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주된 증상으로 오심, 구토 현기증 등이 있다.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심실부정맥이다. 복용 이후 24시간 이내에 이런 증상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오의 독성성분인 아코니틴은 0.2mg만 복용해도 심한 중독증상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3~4mg의 용량일 때는 사망한다. 최소 치사량은 1.2~2.0mg이다”며 “지금까지 밝혀진 해독제는 없고 보존치료가 대부분이다. 초오를 복용하고 증상이 발생한 모든 환자들은 부정맥 위험이 증가하면서 24시간 안에 급속히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별한 ‘해독제’가 없다는 것이 연구진이 내린 결론이었다.

더 큰 문제는 초오가 시중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근육통이 있으면 병원에 가면 되는데 초오를 먹는 이유를 모르겠다. 초오 섭취로 문제가 생기면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살 수 있지만 노인들은 간에서 해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더욱 위험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은 독약도 구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초오는 예외인 것 같다”며 “노인들은 약제시장에 가서 초오를 구입한다. 시장에 가서 초오를 구입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보건당국에서 주의사항을 써준다든지 해야 하는데 워낙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어서 답답한 노릇이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반드시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초오를 복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영종 교수는 “초오가 사망사건이 빈번한 이유가 있다”며 “일반인들이 쉽게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고 산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코니틴의 심각한 독성을 모르고 복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노인들과 간기능 저하증이 있는 환자들이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초오를 복용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의 복약지도 없이 초오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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