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기관들이 뉴미디어 영역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식약처의 공식 유튜브 채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의약품 관련 콘텐츠 부족은 물론 성과 홍보 영상에 골몰하는 운영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세금 낭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식 유튜브 채널의 메인 동영상 주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2019 업무계획‘이다. 박지윤 아나운서가 단체 급식소 특별 관리, 식품에 대한 안전성 재평가 등 식약처의 향후 중요 계획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24일 오후 6시 현재 조회수는 약 4800건. 상당히 많은 인기를 누리는 채널로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식약처 유튜브 채널의 ‘민낯’이 보인다. 영상 대부분의 조회수가 100건~300건 안팎을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건강한 음주 습관(50건)’, 찾아가는LOW단짠홍보단(59건) 등 100건 미만의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올라온 ‘국민청원안전검사제- 화장품 에센스 선정’ 영상의 조회수는 8건이 전부였다.

 

유튜버 A 씨는 “식약처가 유튜브 채널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조회수 8건 짜리 영상은 너무 심하다. 정부가 관리하는 채널이면 영상의 썸네일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폐지하는 것이 답이다. 운영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없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무관심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인기 없는 콘텐츠를 끝까지 고수하고 있는 점이 턱없이 낮은 조회수의 원인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월 25일 ‘밥상머리 it 수다’라는 기획 프로그램을 유튜브 채널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당시 류영진 전 식약처장은 첫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방송 5회차까지 영상의 조회수는 회당 500건 미만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약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시즌2까지 영상 제작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홍보가 적게 된 부분이 있다”며 “프로그램을 곧 폐지할 예정이다. 파일럿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대국민 친화적인 ‘의약품 관련 콘텐츠’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식약처는 ‘현직 의사가 알려주는 타미플루’라는 주제의 영상을 선보였다. 조회수는 약 4300건을 기록했다. 대한소아감염학회 김윤경 의학박사와 같은 전문가가 타미플루의 복용법이나 부작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게 주효했다.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의약품의 ‘안전성’과 전문가의 ‘친절한 설명’이 결합된 결과, 비교적 높은 조회수가 나온 것.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현재 식약처 유튜브 채널에서 이같은 콘텐츠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식약처도 최근 대국민 친화적인 콘텐츠를 올렸었다. 하지만 ‘영상의 질’이 문제였다. 올 1월 중순부터 ‘의약품 안전사용정보- 헨디헬러’ 등 13개의 영상을 제공했지만 여기서 정작 의사나 약사와 같은 전문가들은 흔적을 감췄다. 성우의 내레이션에 따라 일반인들이 의약품을 사용하는 장면만 등장한다. 영상 조회수가 대부분 100건 미만에 그친 배경이다.

식약처는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관련 영상 콘텐츠 제공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 4월 1일 인보사 판매 중단 사태가 촉발된 이후, 바뀐 성분에 대한 안전성 여부는 전국민적인 관심사였다.

하지만 식약처가 유튜브 채널에 제공한 인보사 관련 영상은 ‘2건’뿐이었다. 이마저도 식약처는 5월 28일, 약 38분 짜리 ‘인보사 관련 현장 브리핑’ 영상을 그대로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3일 뒤 ‘인보사-케이주 관련 Q&A 인터뷰’라는 제목의 영상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그나마 한 건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당시 인보사는 다른 지상파 방송에서도 이슈가 많이 됐다”며 “게다가 인보사 관련 자료를 영상으로 옮기기에는 부적합한 면이 있었다. 촬영을 하려면 코오롱 측과 협의를 해야 했다. 여러 가지 여건상, 영상 콘텐츠 제공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대국민 친화적인 영상 콘텐츠는 부족한 반면 ‘정책홍보’와 관련된 영상의 비율은 꽤 높은 수준이다. 식약처가 지금까지 제공한 영상의 전체 개수는 1520개. 이중 식약처의 성과를 홍보하는 취지로 제작된 ‘의약뉴스’ 영상은 699개, ‘정부부처 공유’ 관련 영상은 130개다. 전체 영상 개수의 절반 이상이 식약처와 다른 부처의 홍보 내용에 편중된 것이다.

앞서의 유튜버 A 씨는 “국민들에게 정작 필요한 영상이 너무 부족하다”며 “정책홍보는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대학생들이 과제를 해결하는 듯한 태도로 업로드를 하고 있다. 영상 조회수가 낮으면, 변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전혀 없다. 세금이 낭비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애당초 예산이 없었기 때문에 세금이 낭비되는 부분은 미미할 수 있다”며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기본적으로 조회수를 확보하기 힘들다. 영상 제작 인원도 2명뿐이다. 인력과 예산의 한계가 있다. 다른 부처의 사정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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