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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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 약 시장이 급성장하는 반면 조루 치료제 시장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조루증의 질환적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시장의 하락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도 들리고 있다.

1998년 ‘해피드럭’이 국내에 상륙했다. 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는 대한민국의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자신감을 선물했다. 2003년 릴리의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는 비아그라와 함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급성장을 견인했다. 두 약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수십 개의 제네릭이 쏟아지면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1000억대를 돌파했다.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2009년 메나리니의 조루치료제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가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5년 뒤 2014년 한국콜마의 프릴리지, 타폭센 동아에스티의 네노마 등 수많은 제네릭들이 경구용 조루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조루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수년째 30억~50억 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경구용 조루 치료제가 ‘고개 숙인 남자’들을 위한 약인데도 국내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조루증 환자들의 잠재적인 ‘수요’는 상당한 수준이다. 국제남성과학회가 2013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남성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31%는 조루현상을 겪고 있다. 한국 남성은 10명 중 6명꼴로 조루로 의심되거나 조루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태지역 평균을 상회한 것이다.

그런데도 발기부전 치료제의 가파른 성장세에 비해, 조루 치료제 시장이 ‘답보’ 상태에 빠진 이유는 뭘까.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발기부전과 조루증의 ‘차이’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 원장(이윤수 조성완 비뇨기과의원)은 “발기부전은 성기의 혈관이 늘어나지 못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발기가 되지 않으면 성관계 자체를 시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조루증은 일단 발기에 문제가 없다. 사정시간이 빠른 것뿐이다”며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만족감이 덜한 정도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성관계시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를 확실히 잡아준다. 상대적으로 조루증 치료제 시장의 성장이 더딘 이유다”고 덧붙였다.

약효의 발현 시간도 시장의 부진을 설명하는 주된 요인이다. 식약처는 비아그라의 ‘용법용량’에 대해 “1일 1회 성행위 약 1시간 전에 권장용량 25∼50 mg을 경구 투여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성행위 4시간 전에서 30분 전에 투여해도 된다”고 설명한다. 시알리스에 대해서도 성행위 30분 전부터 투여할 수 있다고 밝힌다.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는 최소한 성관계 ‘30분 이전’에 경구 투여가 가능한 약들인 셈이다.

하지만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는 약효가 다소 늦게 나타난다. 프릴리지는 성행위 약 1~3시간 전에 투여할 수 있다. 타폭센 역시 성행위 약 1~3시간 전에 30mg을 경구 투여 가능하다. 최소 약효 발현 시간이 ‘1시간’인 셈이다. 조루증 치료제와 발기부전치료제의 약효 발현의 최소 ‘30분’의 차이가 있는 것.

앞서의 이윤수 원장은 “30분의 차이는 크다”며 “조루증 치료제는 사정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 시상하부의 핵심적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 사정 시간을 지연하는 역할을 한다. 뇌를 거치기 때문에 효능 발현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기부전치료제는 투여 후 30분 뒤 바로 혈관 확장이 일어난다. 성관계는 상대방과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30분은 갑자기 성관계가 무산되는 등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예민한 시간이다”고 밝혔다.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조루증 치료제가 발기부전 치료제보다 효용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조루증에 대해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이다. 경구용 치료제의 효과는 일회성에 그칠 수 있지만 수술은 영구적인 치료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수 원장은 “평균 사정시간이 2분이내면 조루증이다”며 “음경과 귀두의 감각이 예민한 경우 수술로 무뎌지게 만들 수 있다. 모든 남성이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술적 치료는 경구용 약보다 효과가 더욱 좋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조루증 치료제 시장에 있는 ‘대체제’를 주목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조루증 환자는 국소마취성분인 리도카인 등 다른 치료제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며 “리도카인은 경구용 치료제보다 가격이 싼 경우도 있다. 경구용 치료제 시장이 가격 경쟁으로 약가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대체제 때문에 시장성이 지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일부 제약사는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다. 2015년 11월 신풍제약은 식약처로부터 프릴리지 제네릭인 프레야지정 30mg과 60mg을 허가받았다. 대다수의 제약사들은 시장성을 이유로 제네릭 출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신풍제약은 유일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2019년 6월 14일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프레야지정의 실적은 ‘제로’였다.

제약업계에서는 당분간 조루치료제 시장의 침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루치료제 시장은 매력이 없다”며 “우리 사회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남성의 ‘정력’ 증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발기부전이 이런 사회 분위기의 한가운데 위치한다. 시장이 거대하게 형성된 이유다. 발기부전을 축으로 전립선비대증, 남성갱년기 질환 등 각양각색의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앞으로 조루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 제약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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