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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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의 일환으로 어제 발표한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에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겼다. 단순히 사업계획을 공개한 것 뿐인데 이미 연구자의 이름까지 거론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신규과제로 진행한 사업에다가 예산만 늘려 그대로 혁신전략에 포함시키면서 발생한 일이다. 본지 취재 결과, 혁신전략의 연구자는 이미 내정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술개발부터 인허가, 생산, 시장출시까지 산업 전주기에 걸쳐 혁신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 세계 점유율 3배 확대’ 등을 목표로 5년 내 R&D에 4조원대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리고는 어제(13일) 정부는 신약 후보물질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사업에 착수하기 위해 6개 연구팀과 운영관리기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주식회사 아론티어, 중앙대학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원, 이화여자대학교, 아산병원, 대구경북첨복재단이 주인공이고, 3년간 258억원이 투자된다. 혁신전략이 발표된 지 불과 22일 만에 결정된 사안이다.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혁신전략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조차 공개된 적이 없었던 데다 빅데이터 사업을 위한 연구자를 선정한다는 것 역시 금시초문이었다는 것.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혁신전략이 발표되기 전부터 연구자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신규과제로 선정했던 ‘2019년도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을 슬쩍 혁신전략 내에 포함시켜 버린 게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 과제는 당초 ▲후보물질 발굴 ▲신약 재창출 ▲스마트 약물감시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지원 등 4개 연구주제로 총 7개 과제를 실행하며, 2019년부터 3년간 142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는 내용으로 2월경 복지부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13일 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속 사업내용과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예산이 258억원으로 대폭 늘었다는 것.

결국 정부는 별도로 진행되던 신규사업을 혁신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세부 사업에 포함시키고, 2월에 진행했던 연구자 모집 결과를 지난달 24일에서야 확정지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지난 2월 진행된 신규과제는 작년 예산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 사업이었다”면서도 “혁신전략의 큰 흐름안에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는 내용이 있어 같이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섰던 만큼 대대적인 지원을 기대했던 터라 업계는 반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상 정부가 새로운 정책이나 지원책을 발표하면 그 이후 세부 과제별 실행 계획을 세우고 필요할 경우 연구자 등을 선정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그런데 지원해 줄 연구자부터 먼저 뽑아놓고 사업을 시작한거나 마찬가지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원전략이 발표되고 업계에서는 세부 계획 등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구자를 선정했다고 해서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개별사업을 포함하고 연구자를 뽑아놓고 진행하는 것은 반칙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거시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국가정책을, 가시적이고 보여주기에 급급하게 업무를 처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올해 신규사업으로 진행된 사안은 예산이 이미 책정돼 있는 만큼 기존에 사업으로 책정된 예산과 혁신전략 추진에 따른 예산은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진행되는 다른 사업도 기존의 사업 재탕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한다는 큰 틀에서의 계획은 찬성하면서도, 대대적인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혁신 전략'이 '역시나'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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