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기업 상당수는 초기 연구개발(R&D)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장기간 실적 부진을 겪기 일쑤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끌어다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술수출 한방으로 보상받는 규모가 한 두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지는 최근 5년간(2014년~2019년 1분기) 연구개발에 100억원 이상 투자한 국내 주요 바이오사 30곳의 실제 기술수출 성과를 분석, 기업별 순위를 매겨봤다.

우선 R&D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곳은 제넥신이었다. 회사는 최근 5년간 1천5백억원에 육박하는 연구개발비를 쏟아 부었다. 이어 신라젠(1,223억원), 바이로메드(1,035억원), 코오롱생명과학(797억원), SK케미칼(596억원), 레고켐바이오(551억원), 한올바이오파마(512억원), 메디포스트(509억원), 씨젠(472억원), 차바이오텍(377억원) 순으로 R&D에 투자를 많이 했다.

 

연구개발 투자가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메지온이었다. 지난 2014년 13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2018년에 110억원으로 8배 급증했다. 이 기간 진원생명과학도 8억원이었던 연구비를 50억원으로 6배나 늘렸다. 이어 신라젠(514%↑), 바이로메드(310%↑), 인트론바이오(231%↑), 콜마비앤에이치(222%↑), 강스템바이오(208%↑), 엔지켐생명과학(157%↑), 동구바이오제약(151%↑) 순으로 연구개발비 증가폭이 컸다.

드물지만 최근 5년새 연구개발비가 줄어든 곳도 있었다. 2014년 36억원을 연구개발비에 썼던 메타바이오메드는 지난해 그 규모가 34억원으로 줄어 4% 감소했다. 코미팜 역시 5년전 30억원이었던 R&D 비용을 26억원으로 축소시켰다.

그렇다면 이들 바이오기업들이 R&D에 쏟아 부은 돈은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연결됐을까.

우선 이번 조사대상 30개사 중 의미 있는 기술수출을 이끌어 낸 곳은 9곳에 불과했다.

계약 규모별로(10일 환율기준) 보면, 에이비엘바이오가 1조4,048억원으로 금액대가 가장 컸다. 이어 코오롱생명과학(1조1,427억원), 제넥신(8,551억원), 인트론바이오(7,879억원), 크리스탈지노믹스(5,048억원), 레고켐바이오(4,553억원), SK케미칼(1,828억원), 올릭스(837억원), 앱클론(672억원), 메지온(118억원)이 순이었다.

이마저도 100억원 이상의 계약금을 수령한 기준으로 좁혀 보면 기업 수는 5곳에 그쳤다. 제넥신(554억원), 에이비엘바이오(106억원), 인트론바이오(118억원), SK케미칼(177억원), 앱클론(142억원) 순이었다.

이 외에 한올바이오파마, 엑세스바이오, 씨젠, 파멥신 등은 영업기밀상의 이유로 계약규모를 공개하지 않았고 콜마비앤에이치, JW생명과학 등 절반이 넘는 16곳은 아예 기술수출에 따른 금액조차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기업의 경우 특정 후보물질에 대해서만 한 우물을 파는 만큼 라이선스 아웃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대형 제약사와는 다르게 계약금을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받는 곳이 많아 계약 체결 조건은 향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대상에 오른 주요 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현황도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먼저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총 5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국내 상위 제약사인 동아에스티, 유한양행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회사는 항암제·T세포에 관여하는 이중항체를 개발, 미국 트리거 테라퓨틱스에 11억4천만달러에 달하는 대형 라이선스 아웃을 성사시켰다.

인트론바이오는 작년 파마반트와 슈퍼박테리아 바이오신약 ‘SAL200dp’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114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총 계약규모는 6억6,750만달러다. 이로 인해 회사는 그동안 만년 적자에서 지난해 87억원의 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연구개발에 367억원을 투입한 끝에 지난해 라이선스 아웃으로 성과를 보상 받았다. 회사는 BTK/FLT3/AURK를 억제하는 표적 급성골수성백혈병 신약후보물질 ‘CG-806’에 대해 1억2,500만달러를 받고 미국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을 넘겼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역시 작년 67억원의 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케미칼은 596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동안 지난해 세포배양 방식의 고효율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기술을 사노피 파스퇴르에 1억5,500만달러 규모로 기술 이전했다.

앱클론은 100억원을 R&D로 지출했다. 회사는 HER2 양성 위암 및 유방암 치료를 위한 단클론 치료용 항체를 상하이 헬리우스바이오텍에 글로벌 판권을 넘기면서 총 5,650만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올 1분기 계약금으로만 1,150만 달러를 수령,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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