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 간의 수가 협상이 마지막 여정에 돌입한 가운데 3차 협상에 나선 공급자단체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협상 결렬 가능성마저 엿보이면서 최종 수가 협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모양새다.

협상 최종일인 31일 오후 3시, 공급자단체들과 건보공단은 2020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을 위한 3차 수가 협상에 돌입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협상 직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왼쪽부터)병원협회 송재찬, 의협 이필수 수가협상단장
(왼쪽부터)병원협회 송재찬, 의협 이필수 수가협상단장

병협 송재찬 수가협상단장은 협상을 마친 직후 “서로가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간극이 큰 것 같다”며 “공단이 우리 측에 제시한 숫자들은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많은 간극이 있다. 서로 이야기를 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 가능성에 대해서도 “세상에 가능성이 없는 경우는 없다”며 “병원들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협조하고 안전을 위해 시설 투자해왔다. 하지만 공단이 제시한 수가에서는 이런 입장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송재찬 단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한 병원 측의 ‘진료비 증가’가 병원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2018년 진료비 통계를 따르면, 병원의 총 진료비는 약 6조 9,595억원. 전년 대비 2017년도(6조 3491억원)에 비해 10%p 증가한 것이다. 공단과 병협 측이 서로 수가에 대한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송재찬 단장은 “공단이 진료량 증가를 공급자의 귀책사유로 이야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정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진료비 가격을 낮춰 병원을 이용하게 만들어 놓고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에게 ‘왜 많이 진료했냐’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 협상장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당초 의협과 공단의 수가 협상에 배정된 시간은 30분, 하지만 의협은 약 23분만에 협상장 문을 나섰다.

의협 이필수 수가협상단장은 “서로 생각하는 차이가 컸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공단이 제시한 수치와 우리가 제안한 숫자의 격차가 상당했다. 굉장히 당황스럽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정소위에서 진료량 증가 때문에 밴딩폭을 줄인다고 했다”며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보장성 강화 정책 진행 과정의 일환으로 진료비 총액이 올라가는 것이다. 정부 정책인데 그것을 빌미로 벤딩폭을 줄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앞서 병협의 입장과 같은 맥락으로 공단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의협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할 수도 있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까닭이다.

병협과 의협의 침울한 표정은 다른 공급자단체에게도 재현됐다. 대한약사회와 공단의 수가협상 소요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

대한약사회 윤중식 보험이사는 협상 직후 “생각보다 격차가 많이 났다”며 “공단이 언급한 숫자와 약사회가 제시한 수치간에 간극이 너무 커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협상 직후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결렬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했다.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는 “2018년도 기준으로 진료비 증가율이 많이 떨어지고 치과 경영이 어려웠다”며 “이런 점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기초로 해서 우리가 원하는 수치를 제시했는데 공단 의견과 차이가 많이 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018년도 수가 인상률 꼴찌였다”며 “회원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협상 결렬에 대해서 섣불리 얘기하기 어렵다. 당장 결렬 선언을 하면 패널티가 있어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만한 상황이 되지 않는 한 쉽게 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