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의 허가가 취소된 이후 환자들은 집단 패닉에 빠져 있다. 이 상황에서 식약처는 인보사의 안전성에 대해 여전히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 위장장애, 부종 등의 질환은 물론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 호소하는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면서 ‘인보사 이상사례 발현 현황’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투여부위 장애(125건), 근육-골격계 장애(59건), 전신적 질환(13건), 중추 및 말초신경계 장애(12건), 기타 질환(48건) 등 환자 183명에게 일어난 311건의 이상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인보사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확정할 수 없으며 중대한 부작용 사례 역시 없다”고.

 

31일 본지는 정부가 공개한 문서 한 장과 현실과의 괴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추적해 봤다. 인보사의 안전성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식약처의 입장과 실제 ‘가짜약’을 맞고 환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 사이의 비교를 통해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앞으로 얼마나 큰 재난을 가져다 줄지 미리 들여다 본 것이다.

불길한 예측은 빗겨가지 않았다.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의 체감이 정부의 발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는 의미다.

환자 A 씨(51)는 “인보사는 가짜약이다.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 주사를 맞은 이후 부종이 와서 6개월 동안 다리가 부었다”며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병행했지만 무릎이 튀어나오면서 다리에 변형이 왔다. 두 달 전에도 신경외과에서 무릎에 차있는 물을 뺏다”고 최근 벌어졌던 어처구니 없는 일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계단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한다”며 “밤에 잘 때는 다리가 펴지지 않아서 고생이다. 인보사를 맞은 주변 환자 중에 괜찮은 사람이 없다.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만 널려 있는데 식약처 발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보사 주사를 맞은 시점 이후부터 부작용을 의심할 만한 통증을 겪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환자 B 씨(65)도 “오른쪽 무릎 수술 이후에 왼쪽무릎이 갑자기 아파왔다”며 “지난해 10월 주사를 맞았지만 통증은 여전했고 무릎은 부었다. 올해 초부터 계속 체를 하고 속이 안 좋았다. 이전까지 소화장애로 고생한 일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인보사 때문인 것 같다”고 의심했다. A 씨가 겪은 ‘부종’과 B 씨에게 나타난 ‘위장장애’는 앞서 식약처가 발표한 이상사례에 이름을 올린 질환이다.

환자 C 씨의 경우 지난해 8월 인보사를 맞은 이후 ‘등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인보사는 엉터리 주사다. 효과가 없다”며 “상태는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주사를 맞은 다리가 걸을 때마다 아프다. 특히 무릎을 펴고 접을 때 힘들다. 최근에는 등 통증까지 함께 왔다”고 불안감을 전해왔다. ‘등 통증’ 역시 식약처가 제시한 이상사례에 포함돼있다.

약사사회에선 식약처를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인보사를 맞은 환자는 3700명이 넘는다. 앞으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더 늘 수 있다”며 “식약처가 이번 발표에서 소수의 이상사례로 인보사에 안전성 우려가 없다고 단정한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등 통증 같은 전신 질환은 중대한 이상사례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는 것은 섣부른 예측”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뒤바뀐 세포의 종양원성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점.

식약처는 “종양 관련한 이상사례로 위암종 등 4건이 보고됐지만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세포 사멸 실험을 통해 44일 후 종양원성을 지닌 신장세포가 사멸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하지만 환자들은 식약처 발표 이후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 호소하고 있다.

앞서의 환자 B 씨는 “계속 불안한 소식이 들려오니까 가슴이 답답해서 소화가 더욱 되지 않았다”며 “식약처는 괜찮다고 하지만 신장세포의 종양원성 때문에 너무 불안하다. 어제 입원을 해서 약을 먹고 위내시경, 대장암 검사를 했다. 다행히 문제는 없었지만 계속 이렇게 산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보사 사태 이후 우울증과 불면증이 와서 수면제를 처방받아서 먹고 있다. 머리에서도 소리가 나는 것 같아 뇌 MRI(자기공명영상장치)도 찍었다.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큰일이 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항상 따라다닌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은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상사례는 임상의사와 정형외과 의사들이 확인한 사안”이라며 “인보사로 인한 중대한 부작용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다. 다만 향후 전체적으로 인보사와 이상사례의 인과관계를 면밀히 파악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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