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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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정책 지원을 약속하자 인공지능(AI)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AI를 통해 신약개발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장밋빛 환상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지금이 우리에게는 바이오헬스 세계시장을 앞서갈 최적의 기회”라고 언급한 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밝혔다. 인공지능으로 후보물질과 타깃 질환을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등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시간을 최대 절반까지 줄이겠다는 것. 이는 올해 초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인공지능 활용 플랫폼 구축 3개년 연구사업’의 연장선 성격이다.

문제는 AI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딥러닝 연구개발자 A씨(36)는 “정부가 나서서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해 산업을 발전시키고 노력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면서도 "현재 AI 기술 수준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에 IBM의 왓슨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실패했다. 그만큼 신약 분야에 기술 구현이 어렵다는 의미다. 과제를 진행함에 있어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딥러닝기술로 새로운 신약물질을 찾는 것은 주전급이 아닌 후보 선수들을 데리고 당장 월드컵에 나가겠다는 것이다”며 “신약개발이라는 우승컵이 있다면, 후보선수가 주전급이 될 수 있게 훈련하고 전체적인 인력풀이 커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는 뜻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I 분야의 선두주자인 IBM은 최근 인공지능 플랫폼인 `Watson for Drug Discovery`의 개발과 판매를 중단했다. 왓슨이 딥러닝과 기계학습으로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당초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앞서의 연구개발자는 “연구자들조차 딥러닝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딥러닝은 내부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일종의 규칙을 찾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결과값이 나와도 내부의 알고리즘을 전부 알 수 없다. 신약후보물질을 찾아도 기본적으로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2년 전부터 AI 플랫폼 구축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 2월 발표한 ‘고속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계획을 통해 “후보물질 발굴 및 전임상시험 단계에서는 실험결과와 논문자료 등의 연구데이터가 주로 활용된다”며 “연구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최적의 후보물질을 제시해 후보물질 탐색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시 과기부는 신약후보물질 탐색 과정을 3단계로 구분했다. ‘AI를 통한 화학물 구조 및 효능 데이터 수집’, ‘연구자가 분석을 희망하는 신약 표적(타깃) 제시’, ‘최적 신약 후보물질의 구조 및 효능 예측’ 단계를 거쳐 신약후보물질 개발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다. 올해 3월 과기부와 복지부가 75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과제 공모에 나선 까닭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임상 쪽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당장은 어렵다”면서도 “후보물질 탐색 쪽은 데이터 확보에 문제가 없다. 복지부는 AI 관련 임상 연구를 하고 우리는 후보물질 탐색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제 공모를 진행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기부 정책방향이 처음부터 어긋났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연구자는 “A라는 후보물질이 B라는 효능을 가진다는 것이 하나의 데이터라면 이런 짝들이 모인 것이 빅데이터다”며 “빅데이터에 학습된 AI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C라는 후보물질을 넣으면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C라는 후보물질이 정작 어떤 효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임상 시험을 해보면 결과는 틀릴 수 있다. 현재 기술상 딥러닝의 데이터값 예측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이다”라며 “더구나 신약 후보물질은 화학구조상 변수가 굉장히 많다. 다양한 변수에 따라 수많은 규칙이 나올 수 있어 신뢰도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기본적으로 ‘기술적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신약후보물질 탐색 과정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란 뜻이다.

다른 연구자 역시 “정부가 장밋빛 환상에 빠져있다. 후보물질을 찾는다고 해도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임상 단계에서 사고가 생길 수 있다”며 “딥러닝 내부의 메커니즘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역학조사가 안되는 만큼 원인 파악조차 힘들 수 있다. 신약 개발 기간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과기부는 요지부동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AI 기술이 고도화가 된 이후 의료 쪽에 적용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면서도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신약 개발의 트렌드가 AI 쪽으로 기울고 있다.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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