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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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의 미국 자회사가 인보사 성분이 바뀐 것을 식약처 허가 전에 이미 알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코오롱을 향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오히려 환자들과 시민단체사회에서는 식약처의 ‘책임론’이 더욱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식약처가 관련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대응의 방향조차 엉뚱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에 대해 국내 유통·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회사 측은 인보사에 들어 있는 성분이 15년 전 연골세포로 판단됐지만 최신 기술 분석 결과 293 유래세포로 확인됐다면서 이를 식약처에 알렸다. 허가를 내준 관리당국이 아닌, 제조사의 자진 신고가 ‘인보사 사태’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당시 식약처는 국내 유통된 동일 제품에 대해 검사를 시행하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코오롱 측이 바뀐 성분에 대해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만큼 식약처가 코오롱 측의 주장을 직접 ‘검증’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 15일, 식약처 중간 조사 결과에서 코오롱 측의 인지 시점에 대한 규명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코오롱 측 설명대로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인보사 주성분 중 하나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었다. 주성분이 바뀐 경위에 대해서는 “추가조사와 시험 검사를 실시중”이라고 전했다. 코오롱 측의 고의적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5월 6일, 식약처는 미국 현지실사를 포함한 조사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번에도 제조사의 자진 공시가 먼저였던 것.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3일 전자공시로 “2017년 3월, 위탁생산업체로부터 인보사 2액이 293 유래세포, 즉 종양유발가능 신장세포이지만,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코오롱 측이 기존의 입장을 스스로 뒤집은 것.

이 같은 사실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일본 미쓰비시다나베 제약과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2016년 11월 미쓰비시다나베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 기술계약을 맺었지만 2017년 말 파기를 선언하면서 계약금(262억원)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다. 미쓰비시다나베가 소송 대응 과정에서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의 하청업체가 STR검사를 진행했고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취소 사유로 주장하면서 코오롱티슈진의 공시로 이어진 셈이다.

때문에 시민단체와 환자들 사이에서는 식약처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식약처를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한 소비자 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식약처를 믿을 수 없다”며 “부실 검증의 주체가 뒷북대응으로 인보사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이 바뀐 성분에 대해 통보한 2017년 3월부터 7월까지, 허가를 내준 식약처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 식약처는 그전에도 수년 동안 임상허가를 내주면서 성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환자들의 불안감도 현재진행형이다. 인보사 환자 A 씨는 “코오롱이 환자들을 속이고 있을 동안 식약처는 실효성 없는 발표에만 급급했다”며 “코오롱티슈진이 식약처 허가 4개월 전에 성분이 바뀐 것을 알게 됐다고 했는데 이를 발표한 주체는 식약처가 아니라 왜 코오롱인가. 회사의 말이 계속 바뀔 동안 식약처는 뒤늦게 발표만 하고 확실한 조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감만 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식약처는 미국 현지실사 계획과 함께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번 현지실사를 통해 철저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코오롱티슈진이 보유한 MCB(Master Cell Bank, 마스터셀뱅크)에 대해 미국에서 세포를 받아 검사 중이며, 최초 세포 중 신장세포에만 있는 유전자(gag·pol)의 검출여부 확인(PCR)을 위한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응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 이동근 정책기획팀장은 “식약처는 허가자료의 조작 여부에만 초점을 맞춰 조사하고 있다”며 “코오롱이 언제부터 신장세포를 인지했고, 어떻게 자료를 조작했는지 규명하기 힘든 조사다. 대책의 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관계자 역시 “식약처 태도가 애매하다. 식약처가 코오롱을 검증해주려는 듯한 느낌이다”며 “식약처의 경과파악은 시기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소비자 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검찰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며 “검찰 쪽에서 식약처를 코오롱과 함께 피의자로 놓고 수사에 나서야 한다. 피의자인 식약처가 검증을 하겠다며 시간을 벌고 있는 꼴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다”라고 강조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식약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깔려있다. 실제로 인보사의 주성분이 바뀐 부분은 미국에서 밝혀졌다. 식약처는 그것이 허가를 내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도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일본 기업과의 소송과정에서 드러났다. 중요한 시점마다, 자체 조사가 아닌 ‘외부의 문제제기’가 이어진 후 ‘뒷북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코오롱이나 일본 기업이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도무지 알 방법이 없다”며 “자료를 감추고 주지 않는데 어떻게 알 수 있나, 국가기관이 개별 소송을 관여 할 수 없다. 식약처의 과실은 없다. 바뀐 성분에 대해 코오롱측의 인지 시점에 대해서는 미국에 가서 확인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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