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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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단독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입법과정에서 삽입된 애매한 문구 때문에 직역 간 갈등이 유발되고 있는 형국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상희 민주당 의원 측은 실수를 인정했지만 간호사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약사 출신)은 최근 간호·조산법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간호법에 대한 정의와 함께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전문간호사 자격, 간호사 면허 후 3년마다 취업상황 신고와 보수교육 의무화, 간호사회 설립,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등이 담겨져 있다.

김 의원은 제정 이유에 대해 간호사와 조산사 및 간호보조인력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독자적인 법률 제정을 통해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양질의 간호․조산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법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간호단독법’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자 A 씨는 “김상희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이다. 대표발의한 법안을 보면 간호사 직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영역을 붕괴시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엄연히 하는 일이 다르다. 업무분장을 법으로 명시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들의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행 의료법 80조의2는 “간호조무사는 간호판단, 진료보조 등 간호사의 업무를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의료법 제2조 2항 5호 라목은 “간호사는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를 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현행 의료법과 다르다.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업무보조’가 아닌 간호사의 ‘고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게 A 씨 주장인 것.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 씨 역시 “‘업무’와 ‘업무보조’는 너무 큰 차이다. 의원실에서 의도적으로 업무보조를 ‘업무’로 변경해서 통과시키려고 한 것 같다”며 “법치국가에서 이렇게 고민 없이 법을 만들 수 있나”고 반문했다.

전직간호사 C 씨는 “이번 법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영역 혼선을 분명히 바로잡을 줄 알았다”며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오히려 직역 간 갈등을 조장하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상희 의원 측은 “법제실이 최종적으로 법안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보조’라는 키워드를 삭제했다”며 “원래 간호조무사의 ‘업무보조’ 부분은 현행 의료법대로 가는 것이 맞다. 법안을 심의할 때 수정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제실에서 개정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라는 것이 김상희 의원실의 입장이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간호사 C 씨는 “법안의 단어 하나가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행 의료법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하지만 실제로 간호사 업무에 대한 이해 없이 허술하게 발의를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를 향한 ‘무능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간협은 김상희 의원 측과 그동안 법안 발의를 협의해왔다.

전직 간호사 D 씨는 “최종 발의 과정에서 간협이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간호사들을 대변하는 단체가 중요한 문구가 잘못됐다는 점을 걸러내지 못했다. 무능함의 표본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간협은 간호계 숙원사업으로서 지난 2013년부터 '간호법 제정 100만 서명운동'을 실시했다. 당시 신경림 간협회장은 "이제 낡은 의료법 체계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간호단독법 체계를 통해 간호사의 처우와 노동조건을 혁신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하지만 정작 수년을 준비해온 개정안은 간호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간협 관계자는 “협회가 발의한 법이라면 상세히 살펴볼 수 있었겠지만 최종 발의 과정에 우리가 개입하지 못했다”며 “논란이 있으면 향후 현행 의료법대로 명확히 문구를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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