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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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들이 식염수를 낱개로 팔았다가 행정처분 위기에 놓였다. 일반의약품은 원칙적으로 박스 개봉 판매가 금지됐다는 이유에서다. 무조건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약사와 소비자 모두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포장 수요가 많은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제약사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인천지역 약국 20여곳이 생리식염수를 개봉 판매해 약사법 위반으로 신고를 당했다. 약국가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다수의 약국이 적발이 된 것으로 볼 때 팜파라치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몇 년전에도 5병으로 포장단위를 변경한 액상 감기약을 두고 비슷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약사사회는 일반의약품 개봉 판매를 지양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생리식염수 처럼 낱개 판매 수요가 많은 경우 약국의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인 것. 편익과 위법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으려면 결국 고객의 니즈가 큰 소포장 제품을 출시하는 방법으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지역 A약국장은 “생리식염수의 경우 소분 판매 수요가 굉장히 많다. 소비자들이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개봉 판매에 따른 행정처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하고 있다. 제약사가 소포장 수요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관련 제품을 출시했으면 한다”면서도 “솔직히 생리식염수 앰플을 따로 판다고 해서 약국이 벌면 얼마나 더 벌겠나.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서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의 편익을 생각하는 약사들에게만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산업계에서도 약사들의 고민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하는 모양새다. 다만 현실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품 포장 단위를 변경하게 되면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데다 생산시설도 일부 변경해야 한다. 제약사 입장에서 보면 대용량 제품을 파는 것이 유리한 만큼 약사와 소비자의 요구를 온전히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정부의 개입없이 제약사와 약사단체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 수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약국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개봉 판매를 했다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지만 단순 실수에도 현행 약사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라는 것. 약사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개선을 주장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일반의약품을 개봉 판매할 경우 약사법 제48조를 위반하는 것으로, 1차 위반 영업정지 15일, 2차 위반 업무정지 1개월, 3차 위반 허가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물론 행정처분이 부당하다고 여겨지면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통해 구제 또는 감경을 받을 수 있지만 이에 따른 비용 부담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 약사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생리식염수뿐만 아니라 소포장 수요가 높은 의약품으로 인해 약사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내부 의견을 취합해 제약사와 정부에 적극 건의할 방침이다. 특히 의약품 개봉 판매 처벌 규정을 의약분업 초기에 과도하게 잡아 놓은 측면이 있다”며 “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단순 실수나 경미한 잘못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약사회 차원에서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적극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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