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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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기식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약사들은 고민만 늘었다. 커져가는 건기식 시장에서 약국이 일정 부분 파이를 확보할 만한 환경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여태껏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상담이 건기식 매출 확대의 모법답안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더이상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약국가는 정부가 건기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약국의 과포화 상태가 지속되면서 매출은 정체되고 인건비 상승 등으로 운영비용은 계속 늘고 있는데 그나마 매출에 보탬을 주던 건기식 마저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현재 건기식 판매처로서 약국의 입지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가 2016년 3조5,000억원에서 2018년 4조3,000억원으로 2년만에 20% 가까이 성장했고 정부의 규제 완화가 현실화 될 경우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이 절실한 약국 입장에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시장인 것이다.

일선 약사들은 대체적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상담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은 공감하면서도 이것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약국을 찾는 고객들이 건기식에 대한 전문적 상담 보다는 가격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구매로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

실제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2016년부터 3년간 전국 5,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패널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건기식 구매 경로로 인터넷몰이 35.9%의 비율로 압도적인 1위였다. 약국(10.9%)은 대형할인점(15.5%), 다단계 판매(12.5%)에 밀리며 4위에 그쳤다.

서울지역의 A약국장은 “명절 등에 20~30대 젊은층이 선물용 건기식을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휴대폰으로 검색하면서 관련 정보만 얻고 구매는 가장 저렴한 인터넷몰에서 한다”며 “평소에 건기식 성분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 들이는 품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으니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B약국장은 “나이가 드신 분들 중에 선물용으로 받거나 홈쇼핑에서 구매한 건기식을 들고 와서 무슨 효과가 있는지, 먹고 있는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 것인지 등 궁금한 것을 한참동안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한가할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바쁜 시간에 계속 붙잡혀 있으면 솔직히 짜증이 난다. 상담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선 약사들은 상담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 했다. 현실성 있는 보상이 있다면 예약을 통해 일정 시간 고객과 마주 앉아 맞춤형으로 제품을 추천해 주거나 궁금증을 상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제약사들의 건기식 유통 패턴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 출시 초기에 약국 전용으로 유통하다가 인지도를 얻어 대형품목으로 성장하면 인터넷몰이나 대형마트로 판매처를 전환시키면 약국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

약사단체 한 임원은 “약국에서 건기식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약사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약사들이 건기식 전문가로 인정받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약사의 역할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직능을 대표하고 있는 대한약사회가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맡은바 책무를 다하고 있는 약사들을 대변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건의해야 한다. 또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약사들의 수고와 노력을 계량화 시킬 수 있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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